[스포츠니어스|화성=조성룡 기자] 아마 가장 멀리서 화성까지 온 팬들일 것이다.

10일 대한민국과 스리랑카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경기가 열리는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 앞에는 입장 시작 전에도 꽤 많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출입문 개방과 함께 입장하거나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대부분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는 토트넘 홋스퍼의 흰 옷 또한 눈에 띈다. 그런데 어딘가에 낯선 색의 옷이 눈에 띈다. 좀 더 가까이 가자 생각지도 못한 유니폼이 등장한다. 바로 일본 J리그 감바오사카다.

감바오사카의 유니폼을 입고 온 사람은 다섯 명이다. 모두 여성 팬이다.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니 감바오사카 팬들이다. 이들은 소속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불과 몇 시간 전 오사카에서 인천공항으로 날아왔다. 감바오사카에서 뛰고 있거나 뛰었던 선수는 김영권과 황의조가 있다.

특히 지금은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지만 과거 감바오사카를 강등에서 구해냈던 황의조는 팬들에게 특별한 모양이다. 그에 대해 묻자 팬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카와무라 미키 씨는 "황의조는 우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라면서 "한국까지 날아와서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영권과 황의조 모두 그들의 응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불과 약 한 시간 전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스리랑카전 23인 명단에는 김영권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지나가던 한 한국인 남성은 그들에게 "김영권 낫 플레잉(뛰지 않는다)"이라고 친절히 알려주기도 했다. 그들 또한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이 경기가 열리는 화성까지 오는 여정은 험난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종합경기타운은 비교적 외진 곳에 있어서 팬들이 찾기 어려운 곳이다. 그들 또한 "오사카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음 버스를 타고 겨우 화성에 왔다"면서 "정말 멀다. 정말 멀어서 쉽지 않았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그들은 화성에 도착한 만큼 자신들이 준비한 응원도구를 들고 황의조를 열정적으로 응원할 예정이다.

카와무라 미키 씨를 포함한 다섯 명의 팬들은 오직 김영권과 황의조를 보기 위해서 한국을 찾았다. 몇 시간 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일찍 인천공항으로 돌아가 오사카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비록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소속팀 선수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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