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천안=조성룡 기자] 말컹, 제리치, 타가트.

K리그에는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거쳐갔거나 현재 뛰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안 상록리조트 일대에서 열리는 2019 K리그 퀸컵에도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K리그 퀸컵에는 각 대학교의 여자축구 동아리 16개 팀이 참가한다. 이 중에는 제법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보인다. 대부분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이다. 먼 타지에서 공부하면서 틈틈이 축구도 즐기는 셈이다.

하지만 K리그의 '용병'이라 불리는 외국인 선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압도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는 선수는 쉽게 보기 어렵다. 아무래도 전력 강화보다는 함께 뛰는 의미가 더 크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마추어에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리는 없다. 다양한 국적이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K리그 퀸컵에는 많은 외국인이 보인다. 고려대는 무려 네 명이다. 요즘 아마추어 대학 여자축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팀이 있다. 인천대 INUWFC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인천대는 한 명의 외국인 선수가 팀에 합류했다. 사실 영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동아리 가입'이 어울릴 표현이다. 그런데 제법 활약이 쏠쏠하다. 조별예선에서 꽤 많은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제법 빠른 스피드에 묵직한 슈팅력까지 갖췄다. K리그2 수원FC의 치솜이 생각날 정도다. 이 선수는 인천대의 교환학생, 메이테다.

메이테는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온 교환학생이다. 인천대에서는 영어영문학과에 다니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다"라고 수줍게 웃는 메이테다. 기자에게만 수줍은 줄 알았더니 동료들과도 약간 서먹함이 느껴진다. 그의 팀 동료가 옆에서 설명한다. "사실 메이테와 많이 발을 맞춰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우리 팀 선수들과 딱 세 번 만났다." 그런데 메이테는 골을 펑펑 터뜨리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알고보니 메이테는 제법 '구력'이 있는 선수다. 멕시코에서 제법 오래 축구를 했다. 물론 선수가 아닌 취미로 말이다. "10세 때부터 취미로 축구를 했다"라고 말한 메이테는 "대학에서도 몇 년 동안 축구 동아리에서 뛰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축구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멕시코 출신 유명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함박웃음을 짓는다. 치차리토 뿐 아니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개구리 점프'로 우리나라를 농락했던 블랑코까지 안다. "매우 유명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메이테에게 축구는 머나먼 타지 생활에서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메이테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9월이었다. 이제 한국 생활 한 달 차다. 한국어는 거의 하지 못한다. 동료들이 그를 가리키며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궁금해할 정도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여자축구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메이테는 "교내 동아리를 쭉 보다가 여자축구 동아리를 보고 바로 가입했다. 같은 과 친구에게 부탁해서 들어왔다"라고 소개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설고 물설은 이 타국에서 메이테는 공을 통해 친구를 만들고 소통하고 있다. 그가 한국 팀 동료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짧은 영어가 전부다. 최근 한국어를 배웠다며 "안녕하세요. 저는 메이테에요"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어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테는 축구라는 세계 공용어를 통해 빠르게 한국 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축구하면서 스마트폰에 카카오톡도 깔았다.

인천대는 새로운 외국인 친구이자 에이스를 데려와 싱글벙글이다. 한 인천대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골 결정력이 좀 부족했다. 그런데 메이테가 오면서 골 결정력이 확실히 좋아졌다. 정말 공 잘 차는 친구다. 메이테를 보면서 왜 K리그에서 그렇게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했는지 알 것 같다." 인천대는 대회 첫 날 조별예선 B조에서 2승 1패를 기록, 2위로 다음날 토너먼트 참가가 확정됐다. 인천대 선수들과 메이테의 호흡 또한 더욱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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