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조마FC의 황슬우-슬찬, 이명기-은기, 윤수현-승현 형제(왼쪽부터)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강원도 고성=김현회 기자] “수현이, 승현이, 슬우, 슬찬이, 명기, 은기야. 이리 와봐. 네가 명기였나? 은기 아니었어?” 헷갈림의 연속이었다. 춘천조마FC 이훈 감독도 통 헷갈리는 모습이었다. 이 여섯 명의 선수가 나란히 서니 주변에서 감탄과 함께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어. 똑같네. 똑같아.”

3일 강원도 고성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제7회 고성 금강통일배 전국유소년클럽축구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춘천조마FC의 모습은 조금은 특별했다. 이 대회는 한국유소년축구연합회에서 주관하고 고성군과 고성군의회, 고성군 체육회, 아디다스코리아, ㈜피파스포츠, 월간축구사커뱅크가 후원하는 대회다. 그런데 춘천조마FC에는 쌍둥이가 무려 세 쌍이나 속해 있었다. 5학년 황슬우-황슬찬 형제와 4학년 윤수현-윤승현 형제, 4학년 이명기-이은기 형제가 모두 한 팀 소속이었다. 이번 대회는 학년별로 열려 5학년과 4학년이 함께 뛸 수 없지만 이들은 학년별 제한이 없는 대회에서는 한 팀으로 나선다.

이훈 감독에게 ‘쌍둥이 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니 “일단 만나보시라”고 선수들을 불러 세웠다. 이란성 쌍둥이인 윤수현-윤승현 형제는 생김새가 확연히 달라보였지만 일란성 쌍둥이인 황슬우-황슬찬, 이명기-이은기 형제는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닮았다. 이훈 감독은 “나도 정말 신기하다”면서 “이렇게 쌍둥이가 많은 팀을 이끌게 될 지는 전혀 몰랐다”고 웃었다. 쌍둥이들에게 사진 포즈를 요구하자 황슬우-황슬찬, 이명기-이은기 형제는 웃으며 어깨동무를 했지만 윤수현-윤승현 형제는 티격태격 했다. 방금 싸운 듯했다. 이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이 더 크게 웃었다.

이훈 감독은 3년 전 윤수현-윤승현 형제를 선수로 받았다. 한 팀에 쌍둥이가 한 쌍은 있을 수도 있으니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지난 해 황슬우-황슬찬 형제도 팀에 입단하며 두 쌍둥이가 속한 팀이 됐다. 그리고 올해 이명기-이은기 형제가 팀에 들어왔다. 8인제로 열리는 초등학교 축구 경기에서 이 여섯 명이 한꺼번에 경기에 나선 적도 있다. 단 두 명만 제외하고는 ‘전원 쌍둥이’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훈 감독은 “일부러 쌍둥이들만 넣으려고 한 건 아닌데 가끔 보면 그럴 때가 있다”고 전했다.

엇비슷하게 생긴 선수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지도하고 있는 감독의 입장은 어떨까. 이훈 감독은 “크게 불편한 점은 없는데 가끔 애들을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슬우라고 생각해 불렀더니 슬찬이일 때도 있다. 이제 그래도 오래 본 아이들은 구분할 수 있지만 팀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은기와 명기는 아직도 헷갈린다. 얘가 명기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까 은기다”라고 껄껄 웃었다. 그는 “같이 생활하면 금방 눈에 익는다. 은기와 명기도 같이 오래 생활하다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둥이가 세 쌍이나 있는데 혹시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하는 ‘교란 작전(?)’을 구상한 적은 없을까. 이훈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해 크게 웃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그런 작전을 구상하지 않아본 건 아니다. 그런데 상대는 공만 보고 따라 다닌다”면서 “공과 등번호에만 집중하니 전혀 혼란스러워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쌍둥이 효과’는 경기 도중 상대를 교란하는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는 “오히려 한 명을 혼내면 혼나지 않은 다른 한 명도 의기소침해 진다”면서 “같이 혼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쌍둥이 전문 감독’다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쌍둥이를 세 쌍이나 지도하고 있는 감독으로서 느낀 점을 설명했다. 이훈 감독은 “아이들이 겉모습은 닮았을지 몰라도 플레이 스타일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면서 “수현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잘하는데 승현이는 반대로 침착한 플레이에 능하다. 슬우와 슬찬이도 선호하는 플레이가 전혀 다르다. 명기는 저돌적인데 은기는 차분하다. 한 뱃속에서 나왔다고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선수들의 개성을 잘 살려서 지도하고 싶다. 지금 잘하고 있으니 이대로 자신감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훈 감독은 “은기야, 알겠지?”라며 바로 옆에 있던 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이 아이가 답했다. “감독님, 저 명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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