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수원삼성 염기훈이 FA컵에서 꼭 우승해야 할 이유를 댔다.

수원삼성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EB 하나은행 FA컵 4강 2차전에서 염기훈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 승리를 따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0-1 패배를 당하며 위기에 몰렸던 수원삼성은 이날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염기훈은 후반 14분 프리킥 골을 넣은데 이어 연장 후반 2분과 3분에 연속골을 뽑아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염기훈은 “힘든 경기였다”면서 “화성이 괜히 프로팀들을 이기고 FA컵 4강까지 올라온 팀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서 “FA컵이 잘못되면 감독님이 책임지겠다는 기사를 봤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FA컵 4강 1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이임생 감독은 “FA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충격 발언을 한 바 있다.

염기훈은 “2차전이 우리에게는 부담이 됐다”면서 “수원이 화성과 경기를 하면 수원이 이긴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1차전이 잘못되다보니 선수들이 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1차전 패배에 대해 선수들이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면서 “선수들이 개인적으로도 몸 관리에 열중했다. 그게 승리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수원삼성은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며 힘겹게 후반전에 임했다. 염기훈은 “전반전이 끝난 뒤에서 ‘45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선수들과 주조 받았다”면서 “우리한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끝까지 해보자는 의지로 후반에 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염기훈은 이날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전세진이 얻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그는 이에 대한 비화를 전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은 (전)세진이가 ‘자신감을 올리고 싶다. 내가 차고 싶다’고 했다”며 “그래서 세진이에게 차라고 했는데 벤치에서 ‘안 된다’고 했다. 세진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내가 페널티킥을 찼다. 세진이도 골로서 자신감을 찾으려고 했을 텐데 내가 차게 돼 미안하다. 벤치에서 내린 결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세진이도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트트릭을 기록했음에도 염기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이겼지만 아직도 부담이 있다”면서 “환하게 웃을 수 없다. 우리는 K리그에서 하위 스플릿 떨어졌고 FA컵을 준비하면서도 팬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목표가 FA컵 우승이었는데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환하게 웃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삼성은 포항과 함께 역대 FA컵 최다 우승(4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염기훈은 “자존심을 찾고 싶다”면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2010년에 수원삼성에 입단할 때는 화려한 멤버들이 있었다. 지금도 훌륭한 동료들이 많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FA컵에서 우승해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FA컵에서 우승해 내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구단에서도 더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들이 보강되어야 한다. FA컵에서 우승해 더 강해졌으면 한다. 좋은 선수들이 영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한 염기훈은 수원 소속으로 FA컵 최다 출장 기록을 쓰게 됐다. 이전까지 곽희주와 함께 28경기에 나섰던 염기훈은 이날 경기에 출장하며 FA컵 29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편 그는 팀 동료인 데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데얀은 경기가 있기 하루 전인 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서울이랜드와 아산무궁화와의 경기장에 등장했다. 중요한 FA컵 경기를 하루 앞두고 그가 다른 팀 경기에 등장하자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염기훈은 “주장으로서 데얀의 행동에 대해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라고 공개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FA컵 준비를 하면서 나도 기사를 보고 깜작 놀랐다. 데얀이 거기(천안)까지 찾아갔다는 건 아직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운동이 끝나고의 사생활은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라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주장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를 바라보는 많은 팬들에게도 그 모습이 좋지 않게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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