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플옵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이 정도면 K리그가 아주 잘 되고 있다. 상하위 스플릿이 나뉘기도 전인데 벌써 우승 경쟁이 뜨겁고 아시안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고도 불꽃이 튄다. 수원삼성이 FA컵에서 우승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리그 판도에 영향을 줄 만큼 변수도 크다. 하위권은 어떤가. 경남과 제주, 인천은 살아남기 위해 몸 부림 치고 있다. 이보다 더 치열할 수는 없다. K리그2에서는 여유 있게 광주가 승격을 확정짓는 모양새였지만 그 밑의 부산과 안양 등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순위표 어느 한 곳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아직도 리그 방식 논쟁하는 ‘한국 축구 걱정위원회’
그런데 지상파에서 제작하는 인터넷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또 다시 난 데 없이 플레이오프 도입을 주장했다. 이 방송은 플레이오프 도입을 연례 행사급으로 주장하고 있다. K리그에 이토록 할 이야기가 넘치는데 기껏 하는 이야기가 또 다시 플레이오프 도입이라니…. 축구계의 훌륭한 분들을 모셔놓고 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아쉽다. 차라리 말컹과 아드리아누의 사례를 들어 펠리페와 치솜은 K리그1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면 정말 흥미로웠을 것이다. 명색이 시즌3째 하는 방송인데 매번 ‘이래서 한국 축구가 망한다느니, 이래야 한국 축구를 살린다느니’ 걱정위원회만 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승격과 강등, 생존, 스플릿 라운드, 득점왕 경쟁,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FA컵 등 할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기에 다시 플레이오프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칼럼으로 써야하는 내 시간도 아깝다. 하지만 한국 축구 걱정위원회, 아니 인터넷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시기나 상황상 전혀 관련도 없는 플레이오프 도입 논쟁이 붙었다. 그리고는 이게 찬반으로 나뉘어져 정작 중요하게 소모되야 할 것들이 소외된 채 소모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견을 내기는 해야겠다. 플레이오프는 현 상황에서 전혀 논의할 상황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K리그는 출범 후 37년 동안 무려 12번이나 리그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단일 리그로 출범했지만 이후 전·후기리그로 나뉘어 통합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도 사용했고 6강 플레이오프, 4강 플레이오프 등도 도입이 됐었다. 다시 단일 리그로 회귀하기도 했다가 또 다시 플레이오프를 도입했고 여기에 2012년 들어서는 스플릿 시스템이 채용돼 현재 운영 중이다. 이제 좀 익숙해질 것 같으면 리그 운영 방식이 바뀌는 마당에 과연 K리그가 얼마나 역사적인 정통성을 지켜나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한두 해도 아니고 37년 동안 아직도 리그 운영 방식 하나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큰 문제다.

당신의 의견에 ‘옐카’를. (해당 사진은 본 칼럼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리그 1위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한가?
이제 막 스플릿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또 바꾸자고? 바꿔보고 아니면 다시 그때 또 원래로 되돌리자고? 그렇게 우리는 37년을 허비해 왔다. 이쯤 되면 우리도 이제는 학습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 어떤 리그 운영 방식이건 손바닥 뒤집듯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플레이오프 제도에 명확한 단점이 있다는 건 이미 입증됐다. 플레이오프라는 게 리그 1위 팀을 견제하는 장치를 연맹 스스로 도입하는 셈이다. 1위 팀은 그냥 1위 팀인데 왜 또 다시 리그가 다 끝날 상황에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팀의 도전까지 뿌리쳐 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리그가 한 팀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때도 1위 팀은 그냥 1위 팀인 거다.

정규리그 6위 팀이 시즌 막판 열리는 이벤트성 토너먼트 대회에서 상위권 팀을 연달아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건 기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기적이 자주 연출되어서도 안 된다. 기적은 그야말로 십수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일이어야 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6위 팀 입장에서는 기적이지만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막판 한두 경기를 그르쳐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팀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플레이오프는 스스로 정규리그를 토너먼트를 위한 7개월 간의 예선전으로 치부하는 꼴이다. 플레이오프 몇 경기 시청률 때문에 정규리그를 7개월 간의 예선전으로 만들어버리면 안 된다.

어떤 리그 방식이건 장·단점이 있다. 완벽한 운영 방식은 없다. K리그가 단일 리그로 운영되던 시절에는 성남일화가 독주를 하는 바람에 재미가 반감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시 플레이오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플레이오프를 도입하면 시즌 막판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고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플레이오프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스플릿 시스템 역시 4라운드에서는 홈과 원정에서 공정한 경기를 한 번씩 치를 수 없다. 3라운드까지 팀당 33경기를 치르는데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홈 앤드 어웨이로 두 경기씩 더 소화하면 10경기를 더 해야하기 때문이다. 경기 수가 너무 많아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홈과 원정을 공평하게 한 번씩 오가며 경기할 수 없다.

우승이면 그냥 우승이다. ⓒ 전북현대모터스

그냥 하던 거 하자
모든 리그 운영 방식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단점을 놓고 고민하는 건 이미 한참 전에 마무리 됐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리그 운영 방식을 바꾸자고 건의하거나 공론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 스플릿 시스템은 나름대로 잘 정착했고 그 사이에서 재미 요소들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곳에서 갑자기 플레이오프 도입을 주장한다? 사람들은 이미 다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이 안에서 건강한 정치 활동을 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서 ‘체육관 선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꼴이다. 의도도 순수한지 잘 모르겠다.

플레이오프 도입 주장의 가장 좋은 근거는 ‘관심도 증가’다. 플레이오프를 하면 그 순간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늘어난다. 시청률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 몇 경기의 관심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특수한 장치를 도입해 인위적인 재미를 주는 건 반대다. 챔피언결정전을 하면 지상파에서 중계하기 때문에 관심도가 더 올라간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지상파 중계를 위해 낮 1시에 킥오프를 해야 하는 상황을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겪어왔다. 대중에게 더 노출되기 위해, 이 하나의 목적으로 진짜 팬과 선수들이 희생하는 게 옳은 일일까. K리그는 37년을 이렇게 희생하며 살아왔으니 더 희생해도 될까.

플레이오프 도입은 결사 반대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런 의미 없는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도 하다. 단일 리그를 좋아하고 플레이오프를 싫어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아마 K리그에 이미 플레이오프가 30년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면 나는 계속 플레이오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리그 제도를 수도 없이 바꿔가며 엉성한 역사를 써온 마당에 또 다시 리그 운영 방식을 바꾸는 건 절대 반대다. 아, 플레이오프 도입을 주장하는 방송국 분들이 이 하나만 약속해 주면 그때는 플레이오프 도입을 찬성할 수도 있다. 주말 저녁 7시에 챔피언결정전을 생중계하고 연장전과 승부차기는 물론 시상식까지 끊지 말고 방송해달라. 진정 플레이오프가 미디어 노출을 위한 수단이라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플옵 같은 소리하지 말자. 정규 방송 관계로 칼럼을 여기에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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