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서울시청에 등장한 ‘응원 금지령’, 효창에 무슨 일이?


WK리그 효창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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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 효창운동장.

이날 이곳에서는 오후 7시에 WK리그 서울시청과 경주한수원의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제법 많은 수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와 두 팀의 경기를 관전했다. 서울시청 서포터스와 구단 자체적으로 섭외한 응원단장은 응원을 하며 서울시청의 승리를 기원했다. 그저 보통 다른 WK리그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풍경이었다. 아니 그럴 뻔 했다.

그런데 이날 미묘한 갈등이 벌어졌다. 경기 전 서울시체육회 관계자가 서울시청 서포터스를 찾아왔다. 그리고 응원 자제를 요청했다. 이 경기는 서울시청이 홈 팀이었다. 홈 팀 관계자가 홈 팀 서포터스의 응원을 자제해 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포터스는 이를 거부했고 응원을 강행했다. 그러나 전반 10분 서울시체육회 측은 재차 서포터스의 응원을 제지했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WK리그를 포함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에는 응원이 자연스럽다. 이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홈 팀은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관중에게 응원을 독려한다. 서울시청이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응원단장까지 두고 있는 이유도 이렇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갑작스럽게 응원 자제, 또는 금지를 요청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퇴양난’ 서울시청 구단의 고민, 민원
<스포츠니어스>는 서울시청 구단 측에 이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자 비교적 간단한 답변이 날아들었다. “민원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올 시즌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이 효창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면서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북이나 육성, 앰프 등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효창운동장 뒷편에는 주민들이 사는 건물 몇 채가 있다. 거기서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효창운동장은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한 경기장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오밀조밀하게 각종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경기장과 주택가의 거리가 가깝다보니 소음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청 경기에는 계속해서 관중의 응원 등이 이어져 왔다. 9월 말이 되어서야 갑작스럽게 응원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일종의 하소연을 했다. “지금까지 우리도 최대한 관중과 서포터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자체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민원도 효창운동장 측에만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원이 강하게 들어왔다. 경찰도 출동했고 효창운동장 관리 주체인 서울특별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도 민원이 접수됐다. 이번 민원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서울시청이라는 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서울시청은 시청 팀이다. 따라서 민원에 대해서는 최대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민원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올 시즌 홈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남은 기간 동안에는 민원에 협조하자는 취지에서 팬들에게 응원 자제를 요청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시청은 응원단장 등으로 구성된 자체 응원단도 남은 기간 동안 운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토로, “이곳은 축구장 아닌가”
응원 금지 또는 자제의 상황에 놓인 서울시청의 팬들은 불만이 상당하다. 해당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서울시청의 서포터스는 응원을 강행하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민원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할 경우 서포터스에 보내달라”는 이야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시청 구단의 결정은 응원 자제였기 때문에 팬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 한국여자축구연맹 제공

서포터스 측의 입장 또한 간단하다. “축구장에서 축구 응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서포터스 측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경기에는 동양미래대 학생 200명이 단체 응원을 와서 함께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응원 제지를 당했다. 당시 많은 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이야기했다. 구단 관계자가 민원에 대해서만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닌가”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시청 서포터스는 “축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법적 소음 기준보다 낮다”라면서 “민원이 제기된 것을 떠나서 법적으로 축구장의 소음이 문제될 것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포터스 측은 경기가 끝난 후 지난 24일에 서울시청 관계자에게 응원 제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서울시청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라는 답변 밖에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청 서포터스는 응원 제지에 관해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서포터스 측은 “이번 사건은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벌어진 날벼락 같은 사건이다”라면서 “WK리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연합해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타 구단 서포터스와도 연락을 취하는 등 계속해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갈등이 점점 커질 수도 있는 모양새다.

‘한국축구의 성지’ 효창운동장, 어찌하면 좋을까요
효창운동장은 한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과거 수많은 역사적인 경기들이 효창운동장에서 열렸다. 지금도 효창운동장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국가대표팀과 프로 리그 경기가 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아마추어 경기가 효창운동장에서 열린다.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효창운동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몇 개 없다.

하지만 효창운동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주택가와 가깝다는 것이다. 효창운동장은 꾸준히 민원에 시달려 왔다. 2017년 서울시는 제 100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효창운동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하지만 주택가라는 변수가 당시에도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는 효창운동장의 조명을 최신식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그러자 주택가에서 “너무 밝아서 잠을 잘 수 없다”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결국 서울시는 다시 조명 공사에 돌입했다. 축구 경기에 규정된 최소치로 조도를 낮췄고 사방을 비추던 LED의 각도 또한 경기장 바닥을 향해 일괄적으로 내렸다. 공사 이후 처음으로 열린 야간 경기에서 당시 서울시청 선수들은 “조명이 밝지 않아 공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물론 “한여름 낮 경기보다는 그래도 낫다”라는 반응 또한 함께 있었다.

효창 W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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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조명을 해결했더니 이번에는 소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조명은 공사로 주택가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소음은 공사로 개선하기 쉽지 않다. 만일 내년 시즌에도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이 효창운동장을 사용할 경우 계속해서 민원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서울시청 경기에 찾아온 관중들에게 ‘묵언 수행’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퇴양난이다.

쉽지 않은 대안 마련, 서울시청의 미래는 어디로
일단 상황이 벌어진 만큼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측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 시즌은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당장 돌아오는 내년 시즌부터 또 다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시청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만큼 홈 경기장의 이전 또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WK리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연중 행사기 때문에 경기장 대관에 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만일 내년 시즌에도 효창운동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때는 민원인들과 일일이 접촉해 협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시청의 서포터스 측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이다. “구단이 확실한 입장을 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서포터스는 더이상 운영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포터스 측은 “분노감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축구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향후 서포터스 측은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이해 당사자가 명확한 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입장이 서로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것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이 다른 경기장으로 옮겨도 여전히 효창운동장에서는 수많은 아마추어 축구 경기가 열린다. 서울시청 구단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도 응원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효창운동장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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