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안산=전영민 기자] 안산그리너스는 올 시즌 K리그2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이번 시즌 안산은 리그 29경기를 치른 현재 12승 7무 10패의 성적으로 리그 4위에 위치해있다. 최근 세 경기에서 1무 2패를 거두며 분위기가 주춤한 상태지만 안산이 올 시즌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산이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배경에는 빈치씽코의 득점력, 장혁진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황태현의 성장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이 선수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일본 출신 미드필더 마사다. 마사는 이번 시즌 리그 17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안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25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안산 상승세의 숨은 공헌자 마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팀이 최근 치른 여섯 경기에 출전하며 몸 상태가 좋아졌다. 한 달 반 전만 해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 경기를 뛰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만 지난 부천과의 홈경기에서는 출전 시간이 짧았다.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갈수록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력에 만족하나?

만족하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내 장점인 뒷공간 플레이, 드리블을 통한 기회 창출 등은 아직까지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만족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9월 1일 열린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신의 안산 이적 후 최고의 경기였던 것 같다.

광주전에서의 플레이는 좋았다. 그렇지만 광주전 이후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내가 팀에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광주전 이후 치른 세 경기에서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좋지 않았다. 그래서 광주전 두 골이 행복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주로 교체 멤버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은 없나? 

출전 시간이 길든 짧든 그것은 감독님이 선택할 문제다. 전혀 불만이 없다. 내가 5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감독님이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나는 그 부분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임완섭 감독과 출전 시간 문제로 인해 한 번 갈등이 있지 않았나. 5월 4일 열린 아산전에서 조기 교체를 당하자 물병을 걷어찬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날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통역이 없어서 의사소통 문제로 감독님과 나 사이에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그날 이후로 하루 이틀 정도 감독님과 문제를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 감독님과 화해를 했다. 내가 찾아가서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임완섭 감독이 그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당신이 물병을 걷어찬 것에 대해 "내 잘못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알고 있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날 일은 분명 내 잘못이 크다. 그런 개인적임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됐다. 내 멘탈에 문제가 있었다. 내 정신적인 부분이 약했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마인드다. 올 시즌 최전방 공격수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어떤 자리가 가장 편한가?

빈치씽코가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나서고 내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는 것이 편하다. 사실 내 포지션은 원래 윙어다. 하지만 현재 팀이 주로 사용하는 전형이 5-3-2 포메이션이기에 내가 측면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또한 감독님의 결정이다. 감독님의 결정을 따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몰랐던 사실이다. 본 포지션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는가?

우리 팀의 상황상 내가 측면에서 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다만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내가 측면에서 활약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감독님의 결정을 존중해야만 한다. 비록 본 포지션에서는 활약하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떻게 보면 윙어보다는 내가 현재 나서는 자리가 골과 가장 가까운 포지션이지 않나. 그렇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내 역할을 최대한 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외국인 선수인데도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내가 굉장한 선수가 아니다. 내가 일본 국가대표 정도의 선수가 되었다면 '원래 포지션에서 뛰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정도의 위치에 올라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정도의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내 위치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입학 대신 교토 상가 입단을 선택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있던 팀의 성적이 좋아서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아버지도 내가 대학에 진학한 후 프로에 입성하기를 원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 가서 어느 정도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으셨다. 하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빨리 프로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 대신 바로 교토상가 입단을 택했다.

한국 생활을 한지 1년이 되어간다.

이제 한국어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프로 데뷔 후 첫 해외 생활이지만 불편한 것은 없다. 시간이 빠르다. 벌써 한국에 온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일본에 돌아갈지 아니면 한국에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남은 경기들에서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단어와 문법 위주로 공부를 했다. 이후에는 선수들에게 질문도 하고 말도 걸며 한국어 실력을 키워나갔다. 또 집에 있을 때는 책을 본다. 그렇게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된 것 같다.

일본어로 통역이 되기도 전에 내가 한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당신이 하는 말의 3분의 2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에 오기 전에도 원래 일본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인가?

아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밖에 몰랐다. 이후에 독학을 하며 익혔다. (통역: 마사가 참 열심히 산다. 일상 생활에서도 한국어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는 마사가 혼자 집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식당 사장님이랑도 친해졌다. 그래서 식당 사장님이 마사 팬이 되셨다. 마사 팬이 되셔서 홈경기에도 자주 오신다. 원래 그 식당이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한데 사장님이 마사를 배려해 마사 혼자도 식사를 하게 해주신다. 사장님이 마사가 한국어도 배우고 혼자 열심히 사는 모습을 기특해 하셨다.)

놀랍다. 첫 해외 생활인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평소에는 축구에 중점을 두고 생활을 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쉬는 날에는 솔직히 말하면 외로움을 느낀다. 긴 휴식기가 주어질 경우에는 일본에 잠깐 다녀와서 기분 전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짧은 휴식기가 있는 경우에는 외롭다.

그렇다면 K리그에 있는 일본인 선수들과 연락을 하고 모임도 가지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조금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들은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자주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그런 것이 없다.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약간 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일본인 선수들과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안산에 온 이후로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있다. 식사 같은 경우는 아침으론 달걀을 넣고 낫또를 넣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편이다. 점심에는 아까 말한 날 아껴주는 사장님이 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다. 돼지불백과 고등어를 먹는다. 한국 생활 초반에는 일본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이제는 한국 음식에 적응을 끝마쳤다.

올 시즌 공격진에서 주로 빈치씽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 둘 다 영어를 정말 못한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대화가 안된다. 영어 같지 않은 영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하는 편이다. 사실 빈치씽코가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악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애교도 많고 눈물도 많은 친구다. 정말 귀엽고 어린아이 같다. 멀리 있어도 와서 꼭 와서 인사를 해준다. 그만큼 인사성이 바른 친구다. (한국말로) 빈치씽코는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훈련 이후에도 빈치씽코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

다른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함께 식사도 하고 커피숍도 가고 그런다. 하지만 나는 몸 관리를 해야 하기에 훈련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간다.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컨디션 유지는 내게 있어서 매우 중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튀김, 탄산음료, 라면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일절 먹지 않는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주로 집에 있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단한 프로 정신이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다. 혹시 일본에도 선후배 관계가 있나?

일본에도 그런 문화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규율은 조금 더 한국이 심한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팀에 있는 고참 선수들에게 선배 대우를 해주는가?

(웃음) 많이는 아니고 가볍게 해준다.

반대로 동생 선수들한테는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편인가?

그런 건 딱히 없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내게 어떻게 해도 나는 괜찮다. 그런 점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안산에서 치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년에도 안산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인가?

아무 것도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남은 경기들에 집중할 뿐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싶다. 한국에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의향이 있는가?

우리 홈경기에 찾아와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일본에서 경기를 뛰면 그것만의 장점이 또 있다. 일본에서는 내가 경기를 뛰게 되면 가까운 사람들이 와서 응원을 해준다. 일본에는 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지인들도 있다. 그들이 경기장에 와서 응원을 해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럽기도 하다. 과거에 일본에서 뛸 당시가 행복했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느낀다.

시즌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

올해가 프로 6년 차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프로 데뷔 후 3년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때는 '정말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J리그, J2리그, J3리그까지 추락하게 되었다. 3년간 내가 겪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다시 도전하고 준비했다. 이를 악물었다. 나는 인생을 살며 힘든 시기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쓴맛을 경험했다. 그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했고 안산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저 나는 이곳에서 한 경기 한 경기를 즐기고 후회 없이 경기를 하고 싶다. 내 축구 인생에 있어서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다. 플레이오프를 가면 좋지만 우선은 매 경기를 즐기고 후회없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초 입단식에 참여하기 위해 안산와~스타디움 내 안산그리너스 사무실에 등장한 마사의 손에는 한국어 회화책이 들려있었다. 화려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마사는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고 자신이 겪은 아픔을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했다.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안산에 도전했다.

마사는 현재 안산에서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훈련장에서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간절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경기장 바깥에서는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마사의 간절한 도전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해본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