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의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에 숨겨진 속사정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알레 플래그십.

‘2019 K리그 퀸(K-win)컵’의 조 추첨식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이곳에는 축구계 관계자를 비롯해 K리그 퀸컵에 출전할 16개 팀 대표자가 모여 성공적인 개최와 선전을 다짐했다. 이 대회는 매년 여자 클럽축구 꿈의 무대라고 불린다. 우리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전국에는 꽤 많은 여자 대학 클럽축구팀이 있다. 그 중 딱 16개 팀이 K리그 퀸컵의 초청장을 받는다.

이날 16개 팀의 대표자는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고 왔다. 유니폼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과거 이들의 유니폼은 해외축구 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여자 대학 클럽축구에서도 유니폼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의 보는 재미다. 전통을 고수하는 팀의 유니폼도 있고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유니폼도 눈에 띈다.

그런데 문득 한 팀의 유니폼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뒷모습부터 봤다. 그래서 더욱 놀랐다. 한 선수의 등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무언가 데자뷰를 느꼈다. ‘설마?’하는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그 선수의 앞모습까지 봤다. 그리고 무릎을 탁 쳤다. 이 선수의 앞에는 인천유나이티드의 엠블럼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물론 앞에 새겨진 글씨는 달랐다. 앞에는 ‘경인교대’라고 쓰여져 있었다.

살면서 길거리에서 K리그 유니폼을 만나기란 흔하지 않다. 특히 고알레 플래그십이 위치한 곳은 ‘힙’한 것으로 유명한 가로수길 근처다. 여기에서 K리그 유니폼을 보다니, 절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천유나이티드와 경인교대는 같은 인천 지역이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접점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경인교대 여자축구팀 ‘풋사과’는 왜 인천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게 됐을까?

경인교대가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
이날 경인교대 ‘풋사과’는 정다정(체육교육과 18) 선수가 대표자로 참석했다. 조심스럽게 그에게 “인천유나이티드…”라고 말을 거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가까이서 유니폼을 보니 더욱 놀랍다. 이 유니폼은 전사 유니폼이다. 선수지급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떻게 경인교대는 이런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이유를 물어보니 더욱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날아들었다. “사실 작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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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랬다. 과거 인천유나이티드는 관내 대학을 후원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유니폼 스폰을 진행했다. 대학 축구 동아리에 유니폼을 지원해주는 형식이었다. 무료는 아니었다. 대신 상당히 저렴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경인교대 ‘풋사과’도 여기에 참여했다. K리그 선수들이 입고 뛰는 품질의 유니폼이라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경인교대 선수들은 인천유나이티드의 엠블럼과 스폰서를 달고 뛰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인건비 상승과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인천유나이티드가 원가로 학생들에게 유니폼을 제공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유니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대학생들에게는 만 원 한 장의 차이도 고민스럽다. 그래서 경인교대는 눈물을 머금고 올해는 새로운 유니폼을 제작했다. 대신 최대한 인천유나이티드의 유니폼 디자인과 비슷하게 맞췄다.

인연은 아쉽게 끝났지만 정다정은 여전히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이 후원을 해준 것 하나 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합니다”라면서 “여전히 경인교대 남자축구 동아리는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있어요. 그리고 여전히 우리 팀은 ‘파검’ 줄무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웃었다.

“매번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생존할 겁니다”
이날 정다정은 올해 제작한 새로운 유니폼 대신 작년의 유니폼을 꺼내 입고 왔다. 이번 2019 K리그 퀸컵에 참가한 16개 팀 중 K리그 팀의 엠블럼이 가슴에 새겨진 곳은 경인교대가 유일하다. 이번 대회에는 인천 지역에서 세 팀이 참가한다. 인하대와 인천대, 경인교대다. 그 중에 인천유나이티드를 가슴에 품고 온 팀은 경인교대가 유일하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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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경인교대의 목표는 소박하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아직 경인교대는 여자축구 동아리의 세월이 길지 않다. 한체대와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와 같은 전통의 강호와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다. 문득 인천유나이티드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인천도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치열하게 싸우고 싸워 K리그1의 터줏대감이자 생존왕으로 자리 잡았다. 경인교대는 이제 그 역사를 뒤따라가려 하고 있다.

현재 인천은 K리그1에서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면 경인교대 ‘풋사과’ 또한 K리그 퀸컵에서 생존 싸움에 돌입한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서 도전은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다정은 “인천도 매번 강등 위기에 놓였지만 결국에는 생존하지 않았나요? 올해도 힘들지만 결국 K리그1에서 생존할 겁니다”라면서 “인천 소재 학교 학생이기에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인천처럼 살아남을 겁니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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