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아산무궁화 남희철이 투병 중인 할머니에게 프로 데뷔골을 선물했다.

18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아산무궁화와 안산그리너스의 경기에서 홈팀 아산은 후반 45분 터진 남희철의 동점골에 힘입어 마사가 골을 기록한 안산과 1-1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씩 나눠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남희철이 팀을 구했다.

이날 아산의 입장에서 남희철의 동점골은 짜릿할 수 밖에 없다. 혼전 상황에서 이재건이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모두가 아쉬움에 탄식하고 있을 때 남희철이 번뜩였다. 그는 높게 떠오른 공을 헤더로 연결해 안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아산에 승점 1점을 안겨준 동점골이자 남희철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산 남희철은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연패를 끊었다는 것과 늦었지만 데뷔골을 넣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쁘다"라고 짧게 경기 후 소감을 밝혔다.

울산현대와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을 거쳐 올 시즌 아산에 입단한 남희철은 사실상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K리그 데뷔전을 치른 남희철은 8경기 출전 만에 골을 넣었다. 이를 감안하면 남희철의 데뷔골은 늦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희철은 "올해 초부터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분명 기회가 있었고 그걸 살리지 못했다"면서 "팀이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나로 인해 무승부 또는 패배한 것 같아 득점에 대한 다급함이 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알고보니 사연이 있었다. 데뷔골 소감을 이야기하던 중 남희철은 "할머니"를 언급하며 약간 목이 메었다. "데뷔골을 넣자 부모님도 생각나고 (김)도혁이 형, (이)명주 형 등 전역한 의경 형들도 생각난다"라고 말한 남희철은 "그래도 할머니가 제일 생각난다. 할머니가 내가 축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내가 뛰는 경기를 직접 찾아볼 정도다"라고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남희철의 할머니는 손주의 프로 데뷔골을 직접 보지 못했다.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두 달 전에 할머니가 큰 수술을 받으셨다. 현재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다"라면서 "워낙 고령이시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더 빨리 데뷔골을 넣고 싶었다. 항상 뒤에서 기도 해주시고 응원 해주시는 할머니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할머니를 위해 최대한 빨리 골을 넣고 싶었다. 손주가 골을 넣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사실 이번 경기일이 할머니의 생일이다. 그래서 더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 같다. 살면서 단 한 번 밖에 없는 K리그 데뷔골을 넣은 날이 할머니의 생일이라 더욱 기쁘다"라고 전했다. 남희철의 프로 데뷔골이 공교롭게도 할머니에게 선사하는 생일 선물이 된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남희철 역시 할머니와의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항상 겨울방학이 오면 할머니 집에서 살았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정말 많다. 그래서 투병 중인 할머니를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픈 상황이다"라고 말한 남희철은 "아마 할머니가 내가 골을 넣은 모습을 봤다면 우셨을 것 같다. 할머니에게 데뷔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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