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두고 돌아온 화성FC 김준태의 ‘아름다운 도전’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화성=김현회 기자] 한 선수가 있다. 선수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코치라고 해야할까. 선수 겸 코치다. 흔히들 ‘플레잉코치’라고 부른다. 화성FC 김준태는 은퇴를 미루면서도 플레잉코치로 뛰며 적지 않은 나이에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김준태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한남대를 졸업하고 2008년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 입단한 그는 2010년 강원FC에 입단하며 뒤늦게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그는 강원에서 단 네 경기 출장에 그치며 프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개막전부터 네 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문제였다. 결국 그는 26살의 나이에 힘겹게 입성한 프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결국 그는 K3리그 포천시민구단으로 가 묵묵히 준비했고 무려 5년 만인 2015년 고양 Hi FC에 입단하며 다시 프로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의 나이 31살 때였다. 그는 이 팀에서 38경기에 출장하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팀도 인기가 없었고 김준태도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그가 출장하지 못한 딱 두 경기는 경고누적으로 인한 것이었다.

김준태는 2015년 적지 않은 나이에 프로로 재입성했다. ⓒ프로축구연맹

고양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김준태는 이듬해 서울이랜드로 이적했다. 그리고 세 시즌 동안 줄곧 주전으로 뛰었다. 2016년 24경기에 나선 그는 2017년에도 24경기에 출장하며 팀을 이끌었다. 인창수 감독은 지난 해 9월 부주장이었던 김준태에게 중책을 맡겼다. 그를 플레잉코치로 선임한 것이었다. 김준태는 9월부터 서울이랜드에서 코치와 선수를 겸임했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고려해야 할 나이였다. 지난 시즌 김준태는 34살의 나이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결국 시즌이 끝나자 서울이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34세의 노장 수비수를 원하는 팀은 없었고 결국 김준태는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물론 화려하지 않았던 그에게 성대한 은퇴식이 치러질 리 없었다. 김준태는 조용히 서울이랜드를 떠났다.

그 사이 화성FC에서 김준태에게 플레잉코치를 제안했다. 화성FC는 유병수를 비롯해 김동석과 심우연 등 K리그에서 이름 깨나 날리던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김준태는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선수보다는 코치 쪽에 더 무게를 뒀다. 사실상 현역 은퇴와 다름 없는 선택이었다. 이 나이 많은 수비수가 현역으로 뛰기보다는 지도자 수업을 위한 과정을 거쳐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준태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김학철 감독이 의외의 말을 했다. “김 코치, 선수로 더 오래 뛰어줘야겠어.” 농담인 줄 알았지만 김준태는 올 시즌이 개막한 뒤 줄곧 주전 수비수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인 카를로스와 함께 화성 수비진을 책임지며 적지 않은 나이게 K3리그를 누비고 있다. 그가 이끄는 화성FC는 올 시즌 K3리그 어드밴스에서 14승 2무 2패로 1위를 내달리는 중이다.

김준태는 35세의 나이에 ‘강제 전성기’를 맞았다. 기량이 떨어졌다면 김학철 감독도 기용하지 않았겠지만 김준태는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태가 이끄는 화성FC는 최근 K3리그 네 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 해 FA컵 16강에서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제압한 화성FC는 8강 경남FC전에서도 2-1 승리를 거뒀다. 파죽시제였다.

김준태는 서울이랜드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다. ⓒ프로축구연맹

18일 화성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화성FC와 수원삼성의 KEB 하나은행 FA컵 4강 1차전에서도 김준태는 코치 겸 선수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리고 그는 데얀과 타가트, 염기훈, 안토니스 등이 포진한 수원삼성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K3리그 최초의 FA컵 4강 진출에 성공한 화성FC는 결승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경기 후 화성FC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만난 김준태는 환하게 웃었다. 그는 “수원이라는 강팀을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강팀하고 경기를 하지만 우리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솔직히 오랜 만에 프로팀과 경기를 해서 긴장한 선수들도 있지만 최대한 부담 없이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화성은 수원삼성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를 펼쳐 한 골차 승리를 거둔 게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많게는 15살이나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있다. 이날 출장한 같은 팀 이용혁과는 11살 차이다. 김준태는 “어린 선수들은 나에게 ‘쌤’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있는 편인 (김)동석이나 (전)보훈이, (박)태웅이 같은 선수들은 편하게 있을 때는 ‘형’이라고 하다가 훈련할 때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내가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웃으면서 “그래도 경기장에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형’이라는 호칭이 편하다. 부를 때도 그게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서울이랜드와 계약이 종료됐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려고 했다”면서 “화성에서 지도자로서는 정식으로 첫 발을 내디뎠는데 감독님께서 ‘선수 생활을 더 해보라’고 말씀하시더라. 감독님도 30대 중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셔서 내 마음을 잘 아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올 시즌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스포츠니어스

그는 코치진과 선수들의 중간에 있다. 김준태는 “감독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미팅도 같이 하면서 많은 걸 공유하는 중이다”라며 “그런데 선수들의 마음도 너무 잘 안다. ‘플레잉코치’라는 게 딱 그런 위치에 있다. 어떻게 하면 코치진과 선수들을 서로 융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준태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했더라면 그에게는 FA컵 4강이라는 영광의 순간도 없었을 것이다. 늦은 나이지만 은퇴하지 않길 천만다행이라고 느낄 만하다. 오랜 시간 험난한 길을 돌고 돌아온 그에게는 이번 FA컵이 현역 생활의 한을 풀 좋은 기회가 됐다. 그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이 나이에 느끼게 됐다”면서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FA컵 4강을 치를 것이라고, 또 그 경기에서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너무 기쁘다”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A8Zf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