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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천안=조성룡 기자] 전남드래곤즈가 또다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1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서울이랜드와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전남은 전반전 서울이랜드 두아르테에게 실점한 이후 후반 브루노 누네스와 정재희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최종환에게 통한의 극장 동점골을 기록, 2-2 무승부로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전 전남 전경준 감독대행은 이런 말을 했다. "대행 초반에는 색깔을 입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수비를 바탕으로 일단 승점을 따내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4-3-3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활용할 것이다. 일단 우리의 주 포메이션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상대에 따른 대응은 옵션이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상대의 전술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것이 4-2-3-1이 될 수도 있고 3-4-3이 될 수도 있다."

전남은 서울이랜드와의 전반전을 상당히 어렵게 보냈다. 전반 4분 만에 두아르테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이후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 바이오는 서울이랜드의 수비진에 꽁꽁 묶였다. 두아르테가 상대를 휘젓고 다니고 생애 처음 K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한 고준영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동안 전남의 공격진은 그다지 보여준 것이 없었다. 사실 기억도 잘 안난다. 심지어 서울이랜드는 윤상호도 펄펄 날았다.

여기까지는 서울이랜드 우성용 감독대행의 전략적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 감독대행은 과감하게 변화를 줬다. 전반 31분 만에 첫 교체를 단행했다. 김경민을 불러들이고 브루노 누네스를 투입했다. 이어 후반 시작과 함께 추정호 대신 정재희를 투입했고 이유현을 좀 더 공격적으로 배치했다. 이유현은 측면 수비수보다 미드필더 같이 뛰었다.

후반전 전남의 포메이션은 3-4-1-2에 가까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후권이 중앙 수비로 내려왔고 바이오와 정재희가 투톱으로 나섰다. 그리고 브루노 누네스가 2선에 위치하는 형태였다. 놀랍게도 효과는 단 2분 만에 나타났다. 이유현의 과감한 공격 가담에 이은 크로스, 그리고 브루노 누네스의 골은 전술 변화의 효과였다. 이후 후반 13분 교체로 투입된 정재희의 골도 전 감독대행의 선택이 적중한 결과였다.

하지만 전술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집중력이었다. 경기를 잘 풀어가던 전남은 경기 종료 직전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바로 전 라운드에서 부산아이파크를 상대로도 막판 실점을 허용했던 전남은 또다시 그 악몽이 떠오르고 말았다. 전경준 감독대행은 "자꾸만 그 실점이 아쉽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전남은 전술적인 변화를 통해 충분히 경기의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점 또한 드러냈다. 아무리 전술적으로 주효하더라도 K리그2에서는 한 순간의 집중력 저하가 경기 결과까지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감독대행은 "말로만 괜찮다고 위로해서는 절대 안된다"면서 반드시 계속되는 통한의 실점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다음 경기에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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