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브라질 출신 ‘미국 영주권자’ 안양 알렉스 이야기


[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기자] FC안양은 올 시즌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안양(승점 41점)은 리그 26경기가 진행된 현재 11승 8무 7패의 성적으로 3위 안산(승점 42점)에 승점 1점 뒤진 4위에 위치해있다. 안양이 이 같이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배경에는 팔라시오스, 조규성, 김상원, 최호정 등 핵심 선수들의 공헌이 크다. 팀의 수장 김형열 감독의 지도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선수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브라질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알렉스다.

올 시즌 알렉스는 안양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의 안양 공격은 알렉스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알렉스의 절묘한 패스와 개인기, 센스는 K리그2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조규성과 팔라시오스가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도 알렉스의 공헌이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K리그 입성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알렉스를 1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어제 김형열 감독이 선수단에 휴가를 줬다고 들었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간만에 잘 쉰 것 같다. 모처럼 11시에 늦게 일어나 스위스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오후에는 집 근처에 있는 빕스에 가서 밥을 먹었다. 또 팔라시오스와 카페도 갔다. 푹 쉬었으니 주말에 있을 안산전을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가족이 스위스에 있으니 쓸쓸할 것 같다. 그럼 평소에는 역시 팔라시오스와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혼자 보낸다. 물론 점심에 밥을 먹을 때나 가끔 카페에 갈 때는 팔라시오스와 동행한다. 훈련이 없거나 팔라시오스와 있지 않을 때는 집에서 브라질 드라마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한국에는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다. 이제 추석 연휴다. 추석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가족이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연휴 마지막 날에 안산과 경기가 있다. 현재 우리가 4위고 안산이 3위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안산전에 초점을 맞추고 연휴를 보낼 생각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 슬플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은 브라질 사람 아닌가. 가족들이 왜 스위스에서 거주 중인가?
내가 프로 데뷔를 스위스 리그에서 했다. 그렇게 스위스와 인연을 맺었고 스위스에서 생활하며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내는 스위스 사람이다. 물론 나는 브라질 출신이지만 스위스가 내 집처럼 느껴진다. 브라질보다도 스위스가 더 좋고 친근하다.

브라질과 스위스는 멀리 떨어져 있다. 어떻게 스위스에서 데뷔할 수 있었나?
브라질에서 내가 살던 동네에 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친구가 스위스에 거주 중이었다. 그래서 장난으로 그 친구한테 “네 친구한테 스위스 팀 좀 알아봐달라고 해줘”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6시에 친구가 내게 와서 “팀 구했다는데? 여권 준비해”라고 했다. 그렇게 스위스로 가게 됐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그때 나를 스위스 팀에 연결시켜준 그 친구의 친구가 나중에는 아예 에이전트 일에 빠져서 축구 에이전트가 되었다. 지금은 상당히 거물급 에이전트가 됐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등에서 뛰는 선수도 보유하고 있다. 내 친동생도 축구를 하는데 그 에이전트가 브라질 최고팀인 SE파우메이라스에 내 동생을 입단시켜줬다. 현재 동생은 파우메이라스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다. 내가 스위스에 가며 내 인생도 바뀌었고 그 친구의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

영화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에이전트가 담당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선수들의 이름이 뭔가?
모두 브라질 국적의 선수다. 세비야에서 뛰는 선수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아탈란타로 임대를 간 길헤르메 아라나라는 선수다. 바르셀로나 소속의 선수는 정확히 말하자면 바르셀로나에서 뛰다가 최근 레알 베티스로 이적했다. 이름은 이메르송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는 잘 모르겠다.

당신 말처럼 당신 인생도 바뀌었고 그 에이전트 인생도 바뀐 것 같다. 그런데 스위스 물가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지 않고 혼자 사는 이유가 뭔가?
우선 아까 말했듯 아내가 스위스 사람이다. 그래서 아내는 스위스에서 계속해서 거주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의 물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엔 한국 물가와 스위스 물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뿐 아니라 내가 뛰었던 스위스 2부리그와 K리그2의 수준 역시 비슷한 것 같다.

스위스 생활을 마치고 미국 무대로 향했다.
MLS는 매년 성장하고 있는 리그다. 내가 시카고 파이어와 휴스턴에서 총 5년 넘게 뛰었는데 좋은 리그였다. 수원FC로 오며 미국을 떠난 이후에도 MLS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도 좋았지만 성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같다.

브라질 국적 외에 미국 국적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국적을 딴 이유가 뭔가?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국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영주권이 있다.

미국 국적이 아니라 영주권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영주권이다.

영주권을 딸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스페인어만 하는 팔라시오스에 비해 한국 생활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영주권자이긴 하지만 영어는 진짜 못한다. 그래서 팀 동료들도 많이 놀린다. “영주권자가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하냐”고 말이다. 이유를 말하자면 내가 미국에서 뛸 당시 우리 팀 감독이 콜롬비아 사람이었다. 콜롬비아가 스페인어를 쓰지 않나. 또 선수들도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통역: 우리가 진짜 많이 놀린다. 알렉스가 영어를 할 때 번역기를 돌린다. 그 정도로 영어를 못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영어 못하는 미국 영주권자라니… 놀랍다. 그런데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팔라시오스가 하는 말을 완벽히 알아들을 수 있나?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매우 비슷하다. 쓰는 법도 다르고 발음도 다른 것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 그래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서로 만났을 때 각자 모국어로 이야기하면 90%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적부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선수들과 함께한 경험이 많기에 팔라시오스가 하는 말을 100% 알아듣는다. 우리 팀에선 팔라시오스 말고도 최호정이 스페인어를 하는데 사실 최호정의 스페인어는 유창하진 않다. 기본적인 정도다. 어쨌든 두 친구가 말하는 스페인어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먼 타국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지난 시즌에는 수원FC에서 활약했다. 그런에 올해는 안양으로 이적했다. 그 이유가 뭔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수원을 떠나 스위스에 돌아갔다. 그리고 한 중동 팀의 제안을 받아 그곳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내가 이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의 감독이 바뀌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며 모든 외국인 선수들을 물갈이했다. 그렇게 그 팀에서 나와 다시 스위스로 돌아갔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때 한국인 에이전트가 겨우겨우 마지막 기회를 잡아 안양에 나를 추천해줬다. 그래서 안양을 선택했다. 힘든 상황에 처했던 나를 선택해준 안양에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를 선택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그때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수원에 있던 작년보다 올 시즌 활약이 더 좋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수원에서는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내 포지션이 아니었다.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다행히 안양에 와서는 내 포지션에서 뛰는 중이다. 원래 포지션에서 뛰게 되다 보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수원 시절 당신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수원을 상대할 때마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수원과 경기를 할 때는 항상 특별한 마음이 든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특히나 수원과 경기를 하면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음 주에 수원과 경기가 있다. 수원전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열 경기가 남았다. 플레이오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 경기들이 매우 중요하다. 집중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렇다면 다음 주 수원전에서 골을 넣으면 골 뒷풀이를 할 생각인가?
이미 올 시즌 수원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한 적이 있다. 페널티킥 골이었는데 파넨카 킥으로 골을 넣었다. 그런데 득점을 하고 골 뒷풀이를 할 시간도 없이 선수들이 와서 안겨버렸다. 경기가 끝나고 김대의 감독님을 만났는데 귀를 잡으면서 그러더라. “우리한테 골 넣으면 골 뒷풀이는 하지 말아라”라고 말이다.

벌써 리그에서 10골 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형열 감독과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나 역시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의 주문을 항상 들으려고 하고 있다. 또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감독님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좋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보여 기쁘다. 그런데 그런 소문이 있더라. 당신이 팀에서 동생들에게 ‘형 대접을 받으려 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웃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는 형 동생 문화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어린 한국 선수들에게는 편하게 대한다. 자유롭게 해준다. 한국 선수들이 선후배 간의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나도 선수들에게 가급적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생들한테 많은 것을 시키는 편인가?
그렇게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만 한다.

그렇다면 형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동생들이 가장 뺀질거리나?
세 명 정도가 있다.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팀 훈련을 할 때 나와 함께 몸풀기 훈련, 패스 게임 등을 같이하는 선수들이 있다. 일명 5 대 2 그룹이라 부른다. 그중 세 명 정도가 있다.

젊은 선수들이 긴장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활약이 좋다. 시즌 베스트 11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다.
팬들이 나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시즌 베스트 11에 선정되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일 것 이다. 팬들로부터 시즌 베스트 11 선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동기부여가 된다. 또 자신감도 덩달아 얻는다. 팬들의 그런 지지가 힘을 받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홈경기마다 팬들의 응원으로 큰 힘을 받는다. 홈경기를 할 때면 팬들 덕분에 상대 선수들이 기가 죽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우리가 올 시즌 홈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모두 전적으로 팬들 덕분이다. 팬들이 열심히 우리를 응원해준 덕분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안양은 창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승격에 대한 욕심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끼리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안양의 팀 분위기와 경기력이 K리그2 팀들 중 최고라는 것이다. 선수들의 수준 역시 최고다. 안양 경기를 보는 팬들이라면 우리가 강한 팀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이길 수 있던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쳐 무승부를 거둔 적이 많다. 득점 기회에서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플레이오프를 넘어 승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방금 골 결정력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점에서 당신이 얼마 전 놓친 부산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아쉬울 것 같다.
(웃음)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된다. 사실 그 장면에서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최필수의 발에 맞고 내게 와서 잘못 맞은 이유가 컸다. 그보다 아쉬운 장면은 안성빈의 패스를 받아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는데 득점에 실패한 것이었다. 너무나 아까웠다.

그날 두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조금 더 집중을 하겠다. 우리가 지금 안산과 승점 차이가 1점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전을 이겼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 승리를 거뒀으면 안산과 간격을 더욱 벌렸을 수 있다. 다른 팀 팬들이 보기에는 ‘안양이 승격을 하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우리가 승격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 충분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승격을 할 경우에는 역시 FC서울과 경기를 해보고 싶나.
전북 현대와 가장 경기를 해보고 싶다. 물론 FC서울도 마찬가지다. 전북과 경기를 하게 된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우리가 올 시즌에 이미 FA컵에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기에 전북도 우리를 만나면 당시의 패배를 만회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서울과 얽힌 이야기는 당연히 알고 있다. 서울과도 경기를 꼭 해보고 싶다.

당신이 안양 유니폼을 입고 이 팀들과 경기를 하기 위해선 안양이 승격을 하고 당신이 잔류를 해야 한다. 내년에도 안양에 남는 것인가?
안양과 내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다. 현재 구단과 내년 거취에 대해 얘기 중이다. 조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팀에서 제안이 오더라도 안양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안양은 내가 힘든 상황에서 내게 기회를 준 팀이다. 물론 감독님을 비롯해 구단과 더 이야기를 해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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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도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각오를 듣고 싶다.
수원에서 뛰던 작년에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안양과 함께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다. 더불어 안양이 승격을 한다면 안양의 새 역사를 함께하고 싶다. 안양은 내게 많은 것을 준 팀이다.

알렉스는 올 시즌 안양에 입단했지만 거듭 안양의 승격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알렉스는 힘들었던 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안양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활약으로 안양에 보답하길 바랐다. 과연 알렉스는 자신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안양과 함께 새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안양 팬들의 시선이 알렉스의 발끝으로 향하고 있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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