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이강인은 정말 A매치 최연소 출장 7위 선수일까?

조지아와의 경기에서 역대 최연소 A매치 출장 7위 기록을 달성하게 된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이강인이 조지아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면서 많은 언론은 이강인이 18세 203일의 나이로 A매치에 출장해 역대 최연소 출장 7위의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 역대 1위는 1983년 17세 242일의 나이로 태국을 상대한 김판근이며 손흥민의 경우 18세 175일로 5위에 올라있다. 이강인은 손흥민보다 늦지만 18세 270일의 이천수, 18세 353일의 차범근보다 앞선 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연소 출장 기록 7위다’라는 게 언론의 공통된 보도다.

과연 김판근은 역대 최연소 A매치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까? ⓒ방송 화면 캡처

김판근이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 1위?
하지만 이강인은 엄밀히 말하면 최연소 출장 기록 7위의 선수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몇 차례 사실을 정정하는 칼럼을 작성한 적이 있다. 과거 한국 선수들은 정확하지 않은 나이로 A매치에 출장하며 최연소 A매치 출장 기록도 뒤죽박죽이 됐다. 오늘은 이강인이 최연소 출장 기록 몇 위를 기록하게 됐는지 그 정확한 사실을 쫓아보려 한다. 최근 만난 수원FC 김대의 감독도 청소년 대표팀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최)용수 형이 나보다 실제로는 세 살이나 많은데 같이 청소년 대표를 했다”고 웃기도 했다. 과연 이강인은 실제로 A매치 최연소 출전 몇 위에 해당할까.

김판근이 A매치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1966년 3월 5일생인 김판근은 만 17세 242일 만인 1983년 11월 1일 역사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한국은 LA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 태국전에 김판근을 내보냈고 이 기록은 여전히 국내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다르게 당시 김판근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아니라 고려대학교 1학년 신분이었다. 김판근이 17세 242일의 나이로 역대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웠다고 하면 지금 생각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껏 다들 쉬쉬하고 있는 사실을 공개하면 실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김판근은 이보다 1~2살이 더 많다는 게 축구계 정설이기 때문이다.

17세의 나이에 대학생 신분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힌다? 여기에서부터 퍼즐이 맞지가 않는다. 김판근은 공식적인 프로필상 1966년생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1964년생이라는 게 축구계 정설이다. 고려대학교 83학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판근은 나이를 속였다. 왜 그랬을까. 사실 이걸 김판근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 축구계 풍토가 그랬기 때문이다. 학원 축구의 성적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던 시대에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은 중학교를 4년 다니고 고등학교를 4년 다녀야 했다.

고종수도 어린 나이에 A매치에 데뷔했다. ⓒ대한축구협회

과거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바꿔 이런 편법을 쓴 것이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활약했던 선수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2년씩 어린 나이로 프로필을 바꿨다. 김판근이 1983년에 금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진학했는데 공식 나이가 이때 만17세였다는 건 공식 기록으로는 지금도 인정받지만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판근의 상황을 추론해 보자면 아마 만19세였을 것이다. 아무리 생일이 늦었어도 만18세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단 김판근뿐 아니다. 이렇게 나이를 속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공식적으로 1966년생으로 알려진 김주성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사실 1964년생이다. 그 역시 당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성적을 우선시하는 중고등학교를 1년씩 더 다녀야 했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원래 1964년생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최용수 감독 또한 공식적인 프로필상으로는 1973년생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1971년생이라는 게 축구계 정설이다. 김대의 감독의 말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고종수 대전 전 감독도 공식적인 기록인 1978년생이 아닌 1976년생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이나 성인 대표팀에 모이면 일단 ‘진짜 나이’부터 공개하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주민등록상 동생이 갑자기 형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호칭 정리 문제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축구선수의 나이는 고무줄 나이였다. 학원 축구의 성적 지상주의와 더불어 전국체전 출전 및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이득을 얻기 위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린 시절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주민등록상 나이를 한두 살 낮출 수밖에 없던 씁쓸한 시절이었다.

이강인의 기록은 언젠가 정정되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은 실제로 2위일 가능성 높아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식 기록을 모두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들에게 직접 물으며 기록을 정정하지 않는 이상 이 기록에 객관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공식적인 프로필상 나이는 1955년생이지만 사실은 1953년생이다. 1953년생인 차범근 전감독과 동갑이다. 그렇다면 차범근 전감독도 나이를 속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축구계 원로들에 말에 따르면 “당시 차범근은 드물게도 나이를 속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은 나이를 한두 살 정도 낮췄지만 차범근 전감독 만큼은 정상적으로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이 아닌 ‘진짜’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손흥민이 진짜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의 보유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손흥민은 1992년 7월 8일생으로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해 18세 175일로 공식적인 역대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에서 5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앞선 네 명의 선수 중 김판근과 고종수는 나이를 한두 살 줄였다는 게 정설이고 김봉수(18세 7일)와 이승희(18세 77일) 역시 1980년대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나이를 줄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18세 175일 만에 A매치에 데뷔한 손흥민이 진짜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내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바꾸는 게 과거보다 어려워졌고 보는 눈도 많아졌기 때문에 나는 손흥민은 나이를 줄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측해 본다면 역대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 7위에 오른 이강인이 실제로는 역대 최연소 2위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강인의 기록은 언젠가 정정되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언젠간 이 기록이 정정되길
추측컨대 이강인은 18세 175일 만에 A매치에 데뷔한 손흥민과 18세 270일 만에 A매치에 출장한 이천수 사이에 자리를 잡아야 정상적이다. 이 둘 사이에 위치한 이문영과 최순호는 실제 나이와 호적상 나이에 차이가 있다. 이런 불확실한 기록을 싹 걷어내면 실질적인 역대 최연소 A매치 출장 기록은 손흥민, 2위는 이강인, 3위는 이천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수년에 걸쳐 협회와 당사자에게 의견을 묻고 기록지를 뒤져 찾아냈으니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다. 4위는 차범근(18세 353일), 5위는 구자철(18세 355일), 6위는 이동국(19세 16일) 7위는 최태욱(19세 26일)으로 추정된다. 이승우(20세 148일)와 백승호(22세 92일)는 순위권과는 거리가 있다.

이강인은 어린 나이에 이번 조지아와의 A매치에 출장하면서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과거 엉터리 기록이 정정되지 않으면서 이 기록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역대 두 번째로 가장 어린 선수가 A매치에 출장했는데 이 기록이 7위로 집계되는 건 아쉽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는 과거 해당 선수들의 잘못이었다기 보다는 한 살이라도 더 많아 신체적으로 우수한 조건을 갖춘 선수들을 앞세워 성적을 내려던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언젠가는 이 기록이 정정되기를 바라며 이강인의 대기록 달성에 축하를 보낸다.

◆ ‘공식적인’ 역대 A매치 최연소 출장 기록
1. 김판근(17세 242일) 1966년 03월 05일생 / 1983년 11월 01일 태국전
2. 김봉수(18세 7일) 1970년 12월 04일생 / 1988년 12월 11일 이란전
3. 이승희(18세 77일) 1965년 08월 17일생 / 1983년 11월 01일 태국전
4. 고종수(18세 80일) 1978년 10월 30일생 / 1997년 01월 18일 노르웨이전
5. 손흥민(18세 175일) 1992년 07월 08일생 / 2010년 12얼 30일 시리아전
6. 이문영(18세 181일) 1965년 05월 05일생 / 1983년 11월 01일 태국전
7. 이강인(18세 203일) 2001년 02월 19일생 / 2019년 9월 5일 조지아전
9. 최순호(18세 249일) 1962년 01월 10일생 / 1980년 09월 16일 말레이시아전
9. 이천수(18세 270일) 1981년 07월 09일생 / 2000년 04월 05일 라오스전
10. 김종부(18세 293일) 1965년 01월 13일생 / 1983년 11월 01일 태국전
11. 박병철(18세 301일) 1954년 11월 25일생 / 1973년 09월 22일 크메르전
12. 차범근(18세 353일) 1953년 05월 22일생 / 1972년 05월 07일 이라크전
13. 구자철(18세 355일) 1989년 02월 27일생 / 2008년 02월 17일 중국전
14. 이동국(19세 16일) 1979년 04월 29일생 / 1998년 05월 16일 자메이카전
15. 최태욱(19세 26일) 1981년 03월 13일생 / 2000년 04월 07일 몽골전
16. 김풍주(19세 36일) 1964년 10월 01일생 / 1983년 11월 05일 홍콩전
17. 이태형(19세 62일) 1964년 09월 01일생 / 1983년 11월 01일 태국전
18. 장 정 (19세 86일) 1964년 05월 05일생 / 1983년 07월 29일 과테말라전
19. 노정윤(19세 122일) 1971년 03월 28일생 / 1990년 07월 27일 일본전
20. 유병옥(19세 150일) 1964년 03월 02일 / 1983년 07월 29일 과테말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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