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꼭 이런 팀을 없애야 할까

아산은 2부리그 팀이지만 이날 무려 5천 명이 넘는 관중을 불러 모았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어제(1일) 아산에 다녀왔다. 아산무궁화와 부천FC의 하나원큐 K리그2 2019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축구를 보기 딱 적당한 일요일 밤 아산에는 무려 5,13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오세훈을 보기 위해 몰려든 여고생 팬들부터 가족 단위의 관중, 자신이 박민서나 김레오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고 느끼는 건지 경기 내내 관중석 복도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경기보다는 음주에 더 집중하는 어르신, 벤투 감독에 빙의해 진지하게 선수들을 플레이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아산의 분위기는 독특했다.

31만 도시에서 모은 5,131명의 관중
하지만 경기장 정면 관중석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내걸렸다. ‘아산의 문화, 아산의 자랑, 기쁨인 아산의 축구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충남도지사님, 아산시장님 시민구단 창단을 도와주세요’, ‘시장님! 우리는 아산에서 계속 축구하고 싶어요’ ‘아산의 축구와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세요’ ‘우리들의 뜨거운 역사 아산의 축구는 우리가 지켜야할 우리들의 문화입니다’ 등 아산 축구를 지키기 위한 걸개가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의경 선수 모집 중단 이후 존폐 기로에 놓인 아산은 이렇게 축제를 즐기면서도 처절히 투쟁 중이었다.

경기 전 만난 박동혁 감독은 찡한 말을 했다. “어제 서울이랜드 경기에서 관중이 4천 명 왔더라고요. 대단한 일이고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우리 아산에는 지난 월요일 경기에서도 관중이 4천 명을 넘겼어요. 오늘도 아마 많은 관중이 올 겁니다. 서울은 시장이 크지만 아산은 인구가 31만 명밖에 안 돼요. 엄청난 축구 열기죠.” 실제로 이날 아산 경기장은 양쪽 골대 뒤를 제외하고 일반 관중석은 대부분 들어찼다. 과거 K리그의 뻥튀기 관중 집계 시절이라면 1만 명이 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전체적인 K리그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아산 역시 관중 대박을 치고 있다.

아산의 관중 대박은 다른 구단들과는 의미가 다르다. 의경 선수들이 대거 제대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아산은 ‘경찰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역색을 찾기 어려운 팀이었다. 거기에 의경 선수들이 제대하면서 스타라고는 임대로 와 활약 중인 오세훈 뿐이다. 김도엽과 이재건을 비롯한 선수들은 대부분 팀을 구하지 못해 방황했거나 좌절을 맛본 이들이다. 그렇다고 성적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중앙 언론의 관심을 받는 팀도 아니다. 어제 취재진도 딱 나 한 명 뿐이었다. 그래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칼럼을 쓴다. 아산의 분위기를 내가 전하지 않으면 이곳의 축제는 그들만의 축제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산의 분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아산의 축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

‘흥행 공식’과는 거리가 먼 아산의 관중 대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산은 ‘흥행 공식’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더군다나 당장 사라질지도 모르는 팀이어서 지역민들이 애착을 갖기도 어렵다. 하지만 아산 경기장은 가득 찬다. 스타가 없어도, 성적이 좋지 않아도,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아도 대박 행진 중이다. 인터넷 댓글로 “그런 경찰팀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고 나 역시 군경팀은 프로 무대에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 사람이었지만 아산의 요즘 분위기를 보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이 인구 31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이런 관중이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나는 신생 프로축구단 창단에는 회의적인 편이다. 하지만 아산은 좀 다르다. 이미 시장이 확보된 상황에서 선수 수급도 완료됐고 사무국도 구성돼 있다. 관중 동원 능력도 이미 확인됐다. 다른 지자체의 시민구단 창단 움직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이 팀을 유지할 수 있다. 즐길 게 별로 없는 이런 중소도시에 작은 프로팀 하나 정도 있으면 시민들에게도 좋지 않은가. 아산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거나 1부리그로 승격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 스타 없는 팀에도 5천 명이 넘게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여가 정도로의 서비스만 제공해도 좋은 선택이다. 일요일 밤에 ‘개콘’ 대신 야외에서 볼 수 있는 문화생활이 있다면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가.

최근 아산의 시민구단 전환 및 재창단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가능성이 점점 사그라들고는 있지만 희망을 놓을 순 없다. 이날 경기에는 복기왕 전 아산시장이 경기장을 찾았고 시의원들도 방문했다. 무궁화 축구단을 아산으로 유치했고 임기 도중에는 전용구장 건축까지 추진했던 복기왕 전 시장은 청와대 정무비서관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아산 홈 경기장을 찾았다. 복기왕 전 시장의 방문은 지역 내에서의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아산은 이 부분에 기대하고 있다. 축구와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인은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온다. 분명히 아산 지역내 정치인들도 아산무궁화의 흥행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
서울을 연고로 한 2부리그 팀에서 관중 4천 명을 모은 것도 주목할 일인데 작은 도시 아산은 그 이상의 흥행을 하고도 별로 관심을 못 얻었다. 아산은 조용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 누가 관심을 갖지 않아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녕 이런 팀이 해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남들은 되지 않는 여력에도 시민구단을 만들어보겠다고 몇 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정작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아산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 어제 경기를 곰곰이 지켜본 나는 절대 이 매력적인 팀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산은 팬들 중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활동하는 이들의 비중이 적을 뿐 경기당 4~5천 명의 관중은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전체를 놓고 봐도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새로 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있는 팀을 없애는 건 더 쉽지만 팀이 사라진 곳에 다시 팀이 생기는 건 정말 어렵다. 그나마 부천과 안양은 열정적인 지지자들이 있어 극적으로 팀을 만들었지 아산처럼 ‘라이트’한 팬들이 많은 곳은 한 번 없어진 팀이 다시 생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아산은 프로축구단이 빠지면 축구 불모지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이 아산을 잡아야 한다. 이렇게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건 분명히 우리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아산 구단은 내년 예산이 편성되는 9월 말까지는 시민구단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산 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들 이 팀에 힘을 실어주는 게 어떨까. 아직 포기하면 안 된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수백 명의 팬들이 질서정연하게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K리그1 빅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아산에 펼쳐졌다. 이들은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이런 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것 같다. 아산은 사라져서는 안 될 팀이다. 한 여고생이 김레오와 사진을 찍은 뒤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 “내년에 대학 가면 축구장 더 많이 올 거야.” 그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아산 구단이 사라진다면 이 여고생이 천안이나 대전으로 축구를 보러 다닐까.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수천 명의 아산 축구 팬을 잃을 수도 있다. 수천 명의 팬을 새롭게 모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축구인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산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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