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현장] 부천 선발 명단에 김륜도만 손글씨로 새겨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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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부천FC 송선호 감독이 말론 기용에 대한 비화를 밝혔다.

부천FC는 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아산무궁화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19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부천은 전반 23분 박민서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들어 장현수와 말론이 연속골을 뽑아냈다. 이후 오세훈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 터진 닐손주니어의 극적인 골로 승리를 따냈다. 특히나 후반 교체 투입된 말론은 혼자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여기에는 비화가 있었다. 경기 전 취재진에게 제공된 양 팀 출전 선수 명단이 적힌 ‘스타팅 포메이션’에는 유독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경기 전 취채진에게 배포되는 이 자료는 보통 양 팀 감독들이 ‘위장 포메이션’을 쓴다. 포백으로 경기에 임할 예정이면서도 굳이 스리백으로 표기해 놓는 감독도 많다. 실제로 이날 아산 박동혁 감독은 3-4-3 포메이션으로 임할 것이라고 ‘스타팅 포메이션’을 적어냈지만 경기에는 4-2-3-1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부천 송선호 감독도 4-1-4-1 포메이션을 예고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3-4-2-1 포메이션으로 승부를 봤다.

늘상 있는 일이다. 선수 명단은 정확히 적어 내야 하지만 경기 도중 수시로 변하는 포메이션은 감독들이 솔직히 적어낼 이유가 없다. 선발 명단을 제출하면 ‘스타팅 포메이션’에는 그 선발 명단에 있는 선수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도 제재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스타팅 포메이션’에 유독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부천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다고 게재된 김륜도였다. 다른 선수 이름은 다 컴퓨터 문서 작업을 통해 출력했지만 김륜도의 이름 만큼은 ‘손글씨’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알고 보니 부천의 이날 선발 명단에는 김륜도가 아닌 말론이 들어갈 뻔했다.

경기 전 송선호 감독은 이 경기를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후반전에 승부를 보기 위해 말론을 아꼈다가 교체 멤버로 쓰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김륜도와 말론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수 명단을 제출하려고 하는데 엉뚱하게도 선발에 김륜도가 아닌 말론이 써 있는 것이었다. 선발 명단을 관리하는 스태프의 착오였다. 물론 이 선발 명단은 최종적으로 감독의 서명을 받아 제출된다. 만약 감독의 서명 이후 연맹에 제출되면 그 뒤로는 수정할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송선호 감독은 다시 수정된 선발 명단을 제출했다. 그리고는 ‘스타팅 포메이션’에도 말론의 이름을 지우고 김륜도를 넣었다. 잠깐의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그냥 말론을 넣을까 살짝 고민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만약 이 오류를 그대로 진행했더라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날 송선호 감독이 선발 명단을 수정하면서까지 후반에 투입한 말론은 45분 만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가 일찍 들어갔더라면 더 많은 골이 터졌을 수도 있고 아예 후반 같은 활약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후반에 승부를 보겠다”던 송선호 감독의 작전이 틀어졌을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송선호 감독은 이 이야기가 나오자 “말론에게 고맙다”면서 “후반에 요구했던 것들을 말론이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선발 명단을 고민했지만 일단은 개인 기량보다는 팀 플레이에 우선을 두고 있다”며 “그래서 전반전에는 꼭 김륜도를 넣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줬다”면서 “수비는 고쳐나갈 게 많다. 한 발만 더 나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런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이날 경기는 명승부 끝에 부천의 3-2 짜릿한 승리로 끝났다. 특히나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말론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활약을 선보였다. 경기 전 제출한 ‘스타팅 포메이션’에 그대로 말론이 있었다면 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손글씨’로 써진 김륜도의 이름에서 송선호 감독의 오랜 고민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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