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한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K3리그 이천시민축구단 미드필더 고정한이 은퇴식을 치른다.

내달 7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이천시민축구단과 양평FC의 2019 K3리그 어드밴스 19라운드 경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개최된다. 바로 이천시민축구단의 전설 고정한의 은퇴식이다. 고정한은 지난 2010년 이천 유니폼을 입은 이래 지난해까지 이천 소속으로 K3리그 162경기에 출전했다. 이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고정한은 이미 지난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조금은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천은 고정한의 헌신을 잊지 않았고 고정한을 위한 은퇴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니어스>는 고정한과의 인터뷰를 통해 약간은 늦은 은퇴식을 치르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는 않지만 K3리그 레전드의 은퇴를 더 많은 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고정한은 "선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며 "운동장에 가면 아직 뛰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다. 하지만 생활체육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또 경기에 뛰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정한은 "K3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은 수입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이라 할 수 없다. 또 작년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아이가 태어났다"며 "그래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에 충실하고 있다. 현재 이천시청 상하수도사업소에서 검침원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정한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고정한은 "이전에는 내 개인적인 일과 축구를 병행했다. 하지만 재작년과 작년에는 별도로 일을 하지 않고 축구에만 전념했다"며 "K3리그에도 계약제가 생겨서 구단에서 연봉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연봉이 많지 않았기에 시즌이 끝나고 나면 추가 수입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웠다"고 전했다.

K3리그 선수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고정한 역시 그랬다. 고정한은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하지만 조금은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어 선수 등록 후 곧바로 창원시청을 나오게 됐다"며 "그 이후로 축구를 2년 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대 시기가 다가왔고 이후 방위산업체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 선배가 K3리그에서 축구를 해보자고 권유해서 이천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고정한은 "사실 나는 K3리그의 존재 자체도 몰랐다. 또 내셔널리그 이적 후 일이 풀리지 않으며 축구에 마음이 상해있는 상태였다"며 "그런데 이천에 와서 다시 축구를 하니 '아 이 재밌는 걸 내가 왜 그만두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고 자연스럽게 이천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고정한은 "방위산업체 소속으로 군 생활을 마치고 나서도 이천에서 축구를 계속했다. 그런데 30살이 되던 2014년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축구를 조금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서 태국 프로무대에 도전을 했고 일이 잘 풀려 치앙마이라는 팀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 치앙마이

그렇게 첫 해외 생활을 마친 고정한은 1년 후 다시 이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이천에서 활약하며 이천의 전설이 되었다. 이에 대해 고정한은 "이곳에 있으면서 참 감사했던 분들이 많다. 처음 이천에 왔을 때 이현창 감독님이 계셨는데 감독님이 날 믿고 기회를 많이 주셨다. 또 감독님 외에도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다. 이영기 감독님, 박동식 코치님, 이진용 운영팀장님, 임관빈 운영팀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분들이 내가 이천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고정한은 "내 아내도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가 원래 부천 사람인데 처음에 이천에 왔을 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아내가 이천에 온 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나와 아내를 도와주셨다. 이제는 주변 지인들도 많이 생겼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역시 안정이 되어 요즘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선수들은 재기의 목적 또는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K3리그에 몸담는다. 하지만 한 팀에서 고정한과 같이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K3리그 선수는 드물다. 이에 대해 고정한은 "내가 이천 구단 역사상 최다 출전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FA컵과 기타 경기까지 포함하면 이천 소속으로 200경기는 넘게 뛴 것 같다"며 "정확한 사실은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아마 내가 이천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온 선수는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고정한은 K3리그와 K3리그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고정한은 "예전에 울산현대와 FA컵 32강전을 치르기 위해 울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관중들이 그러더라. '와, 쟤네 일반인들인데 되게 축구 잘한다'고 말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K3리그에도 프로에서 뛰다 온 선수들이 많다. 또 엄연히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리그다. 지금은 하부리그서 뛰고 있지만 나중에는 더 큰 리그로 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나는 은퇴를 하지만 이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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