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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벨기에에서 새 도전에 나서는 이승우에 대해 말이 많다.

현재 이승우는 벨기에 퍼스트 디비전 A 신트트라위던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승우는 이미 베로나 구단 관계자들과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벨기에로 이동했다. 이승우의 이적 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로 곧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로써 이승우는 지난 2017년 8월 베로나에 입단한 후 2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게 됐다. 이승우는 2년간 베로나 유니폼을 입고 43경기에 출전해 두 골을 기록했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베로나에서 이승우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베로나에서의 주전 경쟁은 예상보다도 더 험난했다.

결국 이승우는 이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벨기에 이적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탈리아 리그에 비해 경쟁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경기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승우의 벨기에 이적은 긍정적인 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벨기에 이적을 선택한 이승우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내뱉고 있다. 이들은 벨기에로 이적한 이승우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들의 댓글을 보면 마치 이승우가 큰 죄를 저질렀고 이미 성장이 끝난 선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네티즌들은 현재 이승우를 실패자라고 몰고 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축구 이제 그만하고 유튜버나 해라" "벨기에 2류팀으로 쫓겨나면서 자존심은 챙기고 싶나" 등 원색적이고 도를 넘은 댓글로 이승우를 비난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반응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승우는 과거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 바르셀로나 B팀을 거치며 축구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메시가 나타났다"며 열광했고 바르셀로나 1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이승우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라는 거대한 팀에서 뛰기에 이승우의 기량은 부족했고 결국 이승우는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이렇듯 이승우가 어린 시절 받았던 많은 관심에 비해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 이승우를 향한 비난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자신들의 기대치만큼 성장을 하지 못했다고 이승우를 '실패자'라고 낙인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사람들이 진정 축구 팬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다. 축구선수에게 비판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고 이승우 역시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이승우를 향한 많은 댓글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인 비난에 가깝다. 그리고 이 모든 비난의 출발은 이승우가 자신들의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고 유럽 중소리그인 벨기에로 이적했다는 네티즌들의 불만에서 출발한다.

한국 축구 팬들의 선수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차절이 국가대표팀 말년 좋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이자 "은퇴하라"고 했던 것 역시 불과 얼마 전의 일이고 지동원이 국가대표팀에서 부진할 때면 "쟤는 어떻게 분데스리가에서 뛰냐"라고 말했던 사람들 역시 다른 나라 팬들이 아닌 한국 팬들이다.

이렇듯 한국에서 자신을 축구 팬이라고 일컫는 일부 사람들은 굉장히 높은 기준을 잣대로 선수들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들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대만큼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거나 또 자신들의 바람과 다른 행보를 선보였을 때는 그들을 가차 없이 비난한다. 그들은 그렇게 선수 한 명을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올해 초 김민재가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을 때 많은 네티즌들은 김민재의 '도전 정신 부재'를 꼬집으며 김민재를 비난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김민재가 왓포드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베이징 대신 유럽 중소리그로 이적해 그곳에서 부딪치고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이 사람들은 유럽 무대에서 도전을 하고 있는 이승우에게는 엄청난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나와 그들이 죄악시하는 중국이나 중동 이적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또 그들이 실패로 여기는 K리그 복귀를 선택한 것도 아닌데 이승우는 현재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승우는 올해 한국 나이로 22살인 아직 어린 선수다.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시기가 23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이승우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성장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만 못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승우가 박지성처럼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우가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또 22세의 이 젊은 선수에게 벌써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다.

일부 한국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굉장히 엄격하다. 그리고 이 엄격함은 유독 축구 선수들에게 더욱 심하게 적용된다. 이승우를 향한 비난 역시 그렇다. 진짜 축구 팬이라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승우에게 손가락질을 하기보다는 한 번 더 박수를 쳐주는 것이 어떨까. 이승우를 벌써 실패자라고 낙인찍기엔 아직 너무 이른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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