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유튜버 ‘가짜 뉴스’에 울고 고소에 또 울고

영향력이 커지는 유튜버들에게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pixabay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정보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떠돌아 다닌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지만 전문가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면서 사실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영향력이 큰 인터넷 크리에이터들은 심지어 언론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문가인 것처럼 전달하다가 사실 오류를 지적한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과연 이런 인터넷 크리에이터에게 책임감에 대해 되묻고 싶다.

조광래 감독 겸 단장? ‘실수가 아닌 무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크리에이터 ‘우피터’는 최근 축구 콘텐츠를 시작했다. 구독자가 꽤 많아 파급력과 영향력은 있지만 그 정도의 축구 지식이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우피터’의 축구 영상에는 오류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축구계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개도 했다. 그는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에 대해 ‘대구FC의 단장님이시자 감독님이신 조광래 감독님께서는’이라는 소개를 한 적도 있다. 축구계에서 한 인물이 구단의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맡는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조광래 대표이사 역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뿐 감독이 아니다. 또한 단장과 대표이사는 그 직함이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 축구 유튜버는 조광래 대표이사를 단장 겸 감독이라는 사상초유의 직함으로 소개했다. 물론 단장과 대표이사를 헷갈릴 수는 있다. 그런데 단장이 동시에 감독을 맡고 있다는 건 헷갈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조광래 대표가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고 주장한 ‘우피터’라는 유튜버는 조현우와 정우영을 둘러싼 모든 이적설을 총정리 한다면서 수만 조회수를 뽑아냈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이가 현장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만큼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적설을 ‘총정리’했다. 취재력도 전혀 없고 축구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지만 그의 영상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 나갔다.

이 유튜버는 이런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지한 행동을 자주 저질렀다. ‘코파 아메리카에 나서는 카타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이라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 참가 중이다. 이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 아시안컵 예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방글라데시, 오만, 인도,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E조에 편성됐다. 또한 그는 팀 k리그가 유벤투스와 경기를 할 때는 ‘두 선수단 모두 프리시즌인 만큼 아무도 안 다치고 재밌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벤투스는 비시즌 중이었지만 K리그는 한창 시즌 중이었다. K리그가 시즌 중이라는 건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그는 조광래 대구FC를 단장 겸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 방송 화면 캡처

‘우피터’에게 차단 당한 사람들
또한 ‘우피터’는 정우영이 이적한 SC프라이부르크를 ‘FC프라이부르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팀은 엄연히 다른 팀이다. 과거 차두리가 거쳐 가기도 했던 SC프라이부르크는 최근 정우영과 권창훈이 활약 중인 분데스리가 팀이다. 이 팀은 1980년대 요아힘 뢰브가 뛰기도 했던 명문이다. 하지만 FC프라이부르크는 다르다. 이 팀은 독일 축구 6부리그에 있는 팀으로 홈 규장 수용 인원도 1,500명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로 치자면 FC서울과 서울 어느 지역 동네 조기회를 같은 팀이라고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유튜버는 정우영에 대해 대단히 잘 아는 듯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엠블럼도 SC프라이부르크가 아닌 FC프라이부르크 것을 가져다가 썼다.

조현우에 대해 언급한 영상에서는 또 다른 국가대표 골키퍼인 콘사도레 삿포로의 구성윤을 오사카 소속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피터’는 해리 케인이 아스널에서 방출 당한 이유도 “키가 작아서”라고 했지만 당시 아스널 유소년 총괄 담당자는 “케인이 통통하고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아 내보냈다”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무지한 이가 영향력을 갖추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건 곤란하다. 그는 자신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틀리면서 언론 보도는 ‘찌라시’라고 표현했다. 이 유튜버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영상을 올리다가 2019년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축구 영상 조회수가 잘 나오자 하루 아침에 ‘축구 전문 유튜버’가 됐다.

축구에 대해서 잘 아는 팬들이 그의 영상 속 오류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부산에 사는 이모 씨(30세)는 이렇게 사실 관계를 전혀 틀린 ‘우피터’에게 수 차례 오류를 지적했다. 그러자 ‘우피터’는 “지적 댓글은 제가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틀린 정보를 지적해주시면 언제나 고정 댓글로 고정시키는데 어우 제 채널에 틀린 정보 지적해주셔서 영광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이모 씨는 ‘우피터’ 채널에서 차단을 당하고 말았다. 이모 씨와 마찬가지로 ‘우피터’의 영상 속 오류를 지적한 다른 이들 역시 차단 당했다. ‘우피터’는 지적 댓글이 달리면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했다. 오류를 사실처럼 영상으로 제작하며 ‘일방통행’을 했다.

6부리그 팀 엠블럼(맨 왼쪽)은 졸지에 1부리그 팀 엠블럼이 됐다. ⓒ인터넷 방송 화면 캡처

“이 사건 보도하면 법적 조치 취할 것”
이후 이모 씨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우피터’가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경찰서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해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유튜버가 틀린 사실을 지속적으로 게재한 뒤 이 오류를 지적한 이를 고소한 것이다. ‘가짜 뉴스’를 제작한 뒤 이 영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에 대한 필터링이 전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오류를 지적한 이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일과 관련해 고소인인 ‘우피터’와 피고소인인 이모 씨와 직접 연락을 취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들의 입장은 어떤지 물었다.

‘우피터’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방송에서 틀린 내용을 지적해서 고소한 것이 아니라 해당 유저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해 나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모 씨의 오류 지적 중 어떤 게 ‘명백한 허위사실’이었는지 묻자 “이모 씨가 ‘뇌피셜로 떠든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면서 “나와 내 가족에 대한 ‘패드립’, 인신공격을 일삼는 자들에 대해 경고를 한 사실이 있는데 이를 가지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취재 중인 <스포츠니어스>에 대해서도 “이 사건 고소에 대하여 보도가 이루어지고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소속사를 통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피터’의 입장에 대해 피고소인인 이모 씨의 입장도 들어봤다. 이모 씨는 “‘우피터’의 축구 영상에는 틀린 정보가 너무 많고 거짓말을 하니 ‘뇌피셜’이라는 단어를 썼다”면서 “‘우피터’와 그의 가족에 대해 ‘패드립’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있다면 캡처 자료 증거를 보여주길 나도 간곡히 바란다. ‘우피터’는 자신의 영상 오류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지적한 이들을 모두 차단하고 댓글도 다 삭제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모 씨는 욕설을 포함한 ‘패드립’ 등의 댓글을 올린 게 아니라 영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뇌피셜’이라는 단어가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인지 여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관계가 틀린 걸 ‘뇌피셜’이라고 한다면 ‘우피터’의 ‘뇌피셜’은 ‘뇌피셜’이 맞다.

이 유튜버는 지난 7월 K리그를 비시즌 중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넷 방송 캡처

인기 유튜버들의 책임감은 어디로?
현재 이 사건은 ‘우피터’가 고소한 지역에서 고소인 조사가 이뤄진 뒤 피고소인의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 넘어갈 예정이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오류를 지적한 구독자를 고소한 이 사건은 단순한 개개인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유튜브가 막강한 파급력을 지난 가운데 이런 일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사실과 다른 영상을 제작한 뒤 수만 명의 구독자에게 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하는 행태를 거를 시스템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축구를 통해 모은 수만 구독자가 아니라 다른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다가 갑자기 하루 아침에 ‘돈이 되는’ 축구 영상을 올리며 전문가인 척 행동하는 건 현 상황에서는 거를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없다.

구단 대표이사를 단장 겸 감독이라고 표현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도 수만 명의 구독자가 그렇게 믿어버리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굳어진다. 1부리그 구단과 6부리그 구단을 구별하지도 못하면서 이를 사실인 것처럼 올리면 구독자들의 혼란은 더 커진다. 필터링은 없는데 영향력은 더 커지니 유튜브에는 믿고 싶은 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현상이 더더욱 심해진다. 전문가 행세로 수익은 내고 영향력도 갖췄지만 그에 대한 책임감은 없다. 오히려 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을 차단한 뒤 법적 조치까지 취하는 행동은 유튜브의 무시무시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실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지, 사실이 아니어도 구독자와 조회수에 따라 ‘뇌피셜’을 사실로 포장하는게 더 먼저인지 혼란스럽다. 오류를 검증하는 과정은 유튜브에 없다.

<스포츠니어스>는 ‘우피터’가 게재한 영상에 취재 목적을 밝히고 정중히 답신을 요구하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우피터’는 이 댓글마저 차단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축구 관련 영상을 제작 중이다. 우피터는 <스포츠니어스>에 “이 사건이 공공의 관심분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포츠니어스의 보도를 통해 공론화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고소에 대하여 보도가 이루어지고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소속사를 통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반문하고 싶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영상 채널은 이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보도한다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운운했지만 법이라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영향력이 커지는 유튜버들에게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pixabay

‘가짜 뉴스’ 만드는 ‘유튜브 괴물’ 왜 탄생하나?
단순히 오류 투성이 유튜버 한 명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이런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구독자만 많으면 언론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 시대가 됐다. 인기 BJ 감스트는 논란을 일으켜 자숙이라도 하고 돌아왔지 이렇게 자신의 영상 속 발언 하나 하나에 책임을 지지 않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오류 지적에는 삭제와 차단, 비공개 전환, 고소로 해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언론은 그나마 오류를 보도할 경우 뭇매라도 맞지 유튜버들은 또 다른 영상으로 이를 덮으면 그만이다. ‘우피터’ 같은 유튜브 괴물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우피터’는 <스포츠니어스>에 이 사실을 보도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지속적인 취재 후 질문을 던지자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현재 이 건에 대해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끼고 약 2달 가까이 정신과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제가 영상 활동을 하면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말꼬리를 잡아서 허위사실로 저에 대해서 공격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습니다.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서 저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람에게 신경 쓰는 것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사회초년생으로써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영향력을 갖춘 이의 책임감이란 건 과연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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