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수원삼성 최성근 “혹사? 후보 시절 생각하면 감사할 뿐”

최성근을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삼성이 과거 만큼의 명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수원에는 여전히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 염기훈도 있고 홍철도 있다. 여기에 데얀도 있다. 양상민도 오랜 시간 수원을 위해 헌신 중이다. 타가트는 완벽한 해결사로 자리매김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선수를 주목하는 일은 별로 없다. 바로 최성근이다.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는 최성근은 올 시즌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경기를 제외하고 23경기에 나와 헌신하고 있다. 벌써 수원에서 세 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이제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2012년 J2리그 반포레 고후에 입단했던 그는 이후 2014년 사간 도스로 이적했다가 2016년 FC기후로 임대를 떠난 뒤 2017년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수원에서 첫 시즌 22경기에 출장하며 인정을 받은 최성근은 지난 시즌에도 20경기에 출장했고 올 시즌에는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비록 수원은 아직 과거의 명성 만큼 회복하지는 못했어도 최성근의 활약 만큼은 인상적이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수원삼성에서 ‘부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최성근을 클럽하우스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주목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최성근을 올 시즌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반갑다. 요즘 팀 분위기는 어떤가.
어떻게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는 하는데 사실 전보다는 많이 쳐진 것 같다. 많은 경기를 치르며 피곤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에는 다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핑계인 것 같다. 지난 주 금요일에 열렸던 경남과의 원정경기에서 꼭 이겼어야 하는데 패해 아쉬움이 크다. 오늘은 선수단 전체가 장어로 회식을 했다. 보양식을 먹었으니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를 하는 동안 몸에서 장어 숯불 냄새가 많이 날 수도 있으니 이해 바란다.

괜찮다. 장어 숯불향 향수라고 생각하겠다.
두고두고 경남전이 아쉽다. 상위 스플릿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경기였는데 두 골이나 내주면서 졌다. 선수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또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준비 과정도 예민해진다. 경남전을 돌이켜 보면 기회가 많았는데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축구가 이런 거구나’라고 많이 느꼈다.

경남과의 경기 도중 쿠니모토와 충돌했고 이후 언쟁이 있었다. 무슨 일이었나.
내가 솔직히 잘못했다. 우리가 지고 있어서 빨리 경기를 해야 했고 더 강하게 해야 했다. 둘이 충돌한 이후 그 친구가 뭐라고 말해서 흥분한 나도 말싸움을 좀 했다. 선수로서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J리그에 있다 보니 일본어로 욕이 좀 되는 것 같다.
일본에서 뛴 경험이 있어 일본어로 의사소통 정도는 된다. 쿠니모토와 일본어로 서로 욕을 좀 했는데 결국에는 내가 나중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잘못한 거는 빨리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지 않겠나.

최근 국내의 반일감정이 경기 도중 이입된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쿠니모토가 부상 이후 복귀했다. 그날 교체 투입되면서 쿠니모토와 경기 도중 만나 “이제 몸은 좀 괜찮아졌느냐?”고 안부 인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쿠니모토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건 아닌데 과거 일본에서 같이 경기를 했던 기억은 있다. 아마 그 친구가 후쿠오카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부상에서 돌아온 그 친구에게 경기 도중에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내가 강하게 하니까 그 친구도 화가 났던 것 같다.

경기 도중에 상대 외국인 선수와도 원래 그런 안부를 묻나.
친분이 있으면 묻기도 한다.

그런 걸 오지랖이라고 한다.
그런 것 같다.

팬의 과도한 사랑을 뿌리치는 민진웅, 아니 자이언티, 아니 최성근 ⓒ프로축구연맹

배우 민진웅을 많이 닮았다.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
댓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보기는 했다. 그런데 그 분보다는 자이언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도 내가 자이언티를 닮았다는 그 말에 수긍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재작년에 공항에서 쇼핑을 하러 갔다가 잠깐 선글라스 가게에 들어간 적이 있다. 거기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거울을 보는데 내가 봐도 거울 앞에 부인할 수 없는 자이언티가 서 있는 거다. 거울을 보며 살짝 웃었는데 그때 하필 내가 치아 교정기까지 하고 있었다. 한 번도 자이언티를 닮았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다가 그때 인정하게 됐다.

민진웅을 더 닮았나, 자이언티를 더 닮았나.
선글라스를 쓰면 자이언티, 벗으면 민진웅으로 하자.

알겠다. 요즘 몸 상태는 어떤가.
수원에 처음 입단하고 나서 후방 십자인대를 다쳤었다. 그런데 수술을 하지 않고 재활로만 버텼다. 무릎에 칼을 대는 건 굉장히 큰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고 수술 없이 재활로만 극복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는 있지만 항상 근력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잘 버티고 있다. 아마 축구선수라면 다들 이런 부상 하나씩은 안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큰 무리 없이 훈련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

올 시즌 제주와의 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넣었을 때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고 들었다.
그때는 발 뒤꿈치에 통증이 있었다. 요새 (염)기훈이 형이 다쳐서 고생하고 있는 부위다. 하지만 그 통증은 사라졌다. 요즘은 진통제를 맞고 뛰지는 않는다.

어느덧 팀에서 중고참이 됐다. U-23 대표팀의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나갔던 어린 선수였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
1991년생으로 올해 29살이다. 이제는 팀에서 나이로는 중간의 위치다. 요즘 어린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내가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어느 팀이나 중간 역할이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나 생활을 할 때 모두 나 같은 중고참이 분위기를 올려줘야 한다.

최성근은 지난 시즌부터 팀의 부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어린 선수들에게 자주 놀림감이 된다고 들었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당신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놀림감이라기 보다는 어린 선수들과 벽 없이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장난도 자주 치고 자주 받아준다. 나는 그렇게 좋더라. 선배라고 어려워하는 것보다는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한다.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한)의권이와 (김)종우도 나를 편하게 대한다.

한의권이 당신보다 동생인가.
그렇다. 왜 놀라나.

외모로 봐서는 한의권이 한참 형인 것 같다.
의권이가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 그런데 내가 의권이를 참 좋아한다. 이번에 같이 다쳐서 재활 훈련도 같이 했다. 그때 시간을 오래 같이 보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건 이임생 감독의 성격이나 지도 스타일이다. 이야기 좀 해달라.
음, 일단… 뭐랄까. 음…. 항상 선수들을 위하려고 노력하신다.

왜 이렇게 말을 머뭇거리나. ‘이영표 따귀 사건’ 같은 것도 시원하게 이야기도 좀 해보자.
감독님이 저기 우리 바로 건너 방 안에 계신다. 아마 우리 대화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아… 그런가.
감독님은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분이다.

자리를 좀 옮기자. 여기에서 인터뷰하는 건 나도 좀 부담 된다.
그러자. 사실 나도 좀 부담이 된다. 저기 식당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알겠다. (식당으로 이동 후) 역시 미드필더라 그런지 시야가 넓다. 언제 감독실 상황까지 체크했나.
원래 그렇게 시야가 넓은 편은 아닌데… 사실 아까 감독실 문도 살짝 열려 있었다.

중고참은 역시 이런 경험이 다르다. 이제 이임생 감독을 피해 식당으로 왔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자.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선수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워낙 감독님 이미지가 강해보여서 걱정이 많았다.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이렇게 여리신 분이 없다.

알겠다. J리그에서 데뷔한 뒤 4년 만에 K리그에 입성했다. 일본 생활은 어땠나.
내가 처음 입단한 반포레 고후는 시골이었다. 후지산 근처에 있는 팀이다. 그곳에 한국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말도 잘 안 통해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시골이라 외로웠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일부러 더 부딪히려고 노력했다. 일본어를 잘 못해도 일부러 일본어로 말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일본어 공부를 딱히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단어 정도 배워서 많이 써먹었다. 우리 말과 문법이 똑같아서 금방 배우게 되더라. 용기 있게 밖으로 나가 밥도 먹어보고 하니 적응이 됐다.

그때 배운 일본어로 쿠니모토에게 욕을 한 건가.
따지고 보니 그렇긴 하다.

어린 나이에 외지 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반포레 고후에 있다가 사간 도스로 이적했을 때부터는 생활하는 게 만족스러웠다. 사간 도스에 한국인 선수만 나를 포함해 네 명이 있었다. (김)민우 형과 (여)성해 형, (김)민혁이하고 같이 있었다. 한 팀에 외국인 선수가 모두 한 국적으로, 그것도 한국인으로 채워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때 서로 많이 의지했다. 네 명이서 훈련이 없는 날이면 맛집 찾아다니고 쇼핑하고 수다 떨며 보냈다.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 선배였던 민우 형과 다시 한 팀에서 만나 너무 좋았다. 나한테는 친형 같은 사람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그렇다면 수원삼성 입단도 김민우와 서로 영향이 있었던 건가.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가느냐는 복합적인 요인이 많다. 수원삼성에서 다시 우연찮게 만난 거다. 일본에 있을 때 수원삼성으로의 이적 이야기가 나왔고 그 사실을 접한 뒤 나도 너무 좋았다. 항상 나는 수원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빅클럽이라고 생각해 왔다. 선수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팀 아닐까. 또한 일본에서 뛰면서 AFC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수원삼성은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갔다.
다시 나가면 된다.

현재 4강에 올라 있는 FA컵에서의 우승이 그래서 더 간절할 것 같다. 대진을 봤을 때 기회를 잘 잡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우리를 포함해 K리그의 상주상무와 내셔널리그의 대전코레일, K3리그의 화성FC만 남았으니 우리 상황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당연한 결과는 없다. 상대도 준비를 잘 할 것이다. 우리가 4강에서 화성FC와 붙는데 그 팀 역시 경남FC를 잡고 올라왔다.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최성근은 수원삼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원하는 목표는 잘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나.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현재 K리그에서 7위를 기록 중인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순위다. 수원이라는 팀은 상위권에 있어야 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딸 수 있는 순위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는데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에서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권에 들어가는 것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니 계속 도전해 볼 것이다.

이대로 상하위 스플릿이 나뉘면 올 시즌 슈퍼매치를 한 번 더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이건 K리그 흥행에도 상당한 타격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FC서울을 올 시즌에 한 번 더 만나 꼭 이겨보고 싶다. 아직 수원삼성에 입단해 한 번도 슈퍼매치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비긴 적은 몇 번 있는데 승리가 없다. 작년 슈퍼매치에서는 내가 퇴장도 당했다.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이 서울이다.

윤성효 감독 시절에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믿음직한 슈퍼매치 승리를 계속 보여줬었다.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 정말 이기고 싶다. 간절하다.

그런데 당신은 어쩌다 지난 시즌 슈퍼매치에서 퇴장을 당했나.
경기 도중 내가 공을 향해 달려갔고 상대도 경합을 위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상대가 먼저 공을 건드렸고 내가 상대 발을 밟게 됐다. 결국 VAR 판독 끝에 퇴장을 당했다. 내가 퇴장을 당한 아쉬움보다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내가 나가면 나머지 시간을 10명의 동료들이 뛰어야 한다.

원래 경고나 퇴장이 많은 선수인가.
사실 나는 퇴장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성인 무대에 와서는 2017년 FA컵 4강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고 지난 해 슈퍼매치에서 퇴장을 당한 게 전부다. 딱 두 번인데 워낙 슈퍼매치에서의 퇴장 이미지가 큰 것 같다. 포지션상 수비적인 역할이 많아 강하게 하다보니 경고는 적은 편이 아니다. 그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퇴장이 많은 선수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 인천전에서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 막판 주심이 당신과 경합한 인천 선수에게 파울을 선언했는데 당신이 파울을 한 걸로 착각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한 모습이 비춰졌다.
그때 정말 민망했다. 우리가 3-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으로 불리한 경기 막판이었다. 그런데 내가 태클을 하고 다시 공을 걷어내는 장면에서 파울이 선언됐다. 나는 공만 잘 따냈다고 생각했는데 주심이 휘슬을 불어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파울이 선언된 줄 알았고 주심에게 막 항의를 하고 있는데 우리 동료들이 오더니 “야 우리 공이야”라고 말려주더라. 특히 상민이 형이 적극적으로 말려줬다.

다급한 상황이기는 한데 너무 재미있기도 했다.
바로 주심에게 “착각해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그 이후에도 경기 때 그 주심을 만나면 그 분이 나를 보고 웃는다. 심판들도 경기가 끝나면 점수에 따라 평가가 내려지는데 그 주심이 “너 때문에 나 점수 깎일 뻔했어”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신다. 심판 분들도 힘드신데 그땐 내가 오해해서 죄송했다.

그만큼 경기에 집중했다고 좋게 포장해 보자.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다. 정말 그땐 간절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승점 3점이 너무나도 필요했고 주심의 시그널도 못 봤다. 그냥 휘슬 소리만 듣고 오해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다.

수원삼성 입단 후 1년 만인 지난 해 부주장에 선임됐다.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다.
선생님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처음엔 부주장 제안을 받고 부담이 됐다. 내가 조용한 편이고 싫은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지금껏 워낙 수원삼성에서 주장 형들이 알아서 잘 하셔서 나는 뭐 딱히 부주장으로 한 게 없다.

부주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교에서도 부반장은 당선됐을 때 햄버거를 쏘는 거 말고는 별로 하는 게 없다.
따지고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나마 주장인 기훈이 형이 지금처럼 아파서 쉬고 있을 때 팀 분위기를 잡는 정도다. 주장인 기훈이 형이 하는 역할이 워낙 많아 내가 나설 게 별로 없다. 기훈이 형은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와도 원정경기를 다 따라온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집에서 쉬는데 기훈이 형은 그러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형이다. 옆에서 조금이라도 기훈이 형을 도우려고 노력만 하는 편이다. 물론 기훈이 형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염기훈이 너무 눈부셔 눈도 뜨지 못하는 최성근. ⓒ수원삼성

수원삼성에서 염기훈이라는 존재감은 대단하다. 올해도 ‘부주장’인 당신은 그런 리더를 보며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고 차세대 리더로서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아무도 그 형이 떠났을 때의 빈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 모든 스트레스를 자기가 감수하면서도 다른 선수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형이다. 대단하다는 말만 자꾸 나온다. 축구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도 너무 좋다. 모든 선수들이 다 기훈이 형을 존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간 수원에도 새로운 리더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기훈이 형 없는 수원은 상상이 안 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기훈이 형은 더 오랜 시간 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만둘 때까지 같이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약간 자신의 책임감을 피해가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 건 아니다. 지금도 기훈이 형을 보면 경기장 밖에서의 역할은 물론 경기력도 여전하다. 충분히 더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 늘 그 형은 힘든 건 자기가 다 한다. 그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고 수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배울 점이 참 많다. 지금도 기훈이 형 자리에 가면 보충제도 엄청 많다. 몸 관리를 여전히 중요시한다. 힘든 후배가 있으면 불러서 밥 사주면서 괜찮은지 물으며 다독여준다. 부주장으로서 나도 여기저기 챙긴다고는 하지만 그 형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쯤 되면 거의 ‘염기훈교’ 신도 수준이다.
사실 내가 그 형을 많이 좋아한다. 클럽하우스에서 같이 지내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티가 날 정도다. 집에서 훈련장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도 같은 방을 쓰고 원정경기에 가도 기훈이 형과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그 정도라면 염기훈을 바라보는 감정이 혹시 동료나 선배에게 느끼는 감정 이상인 것 같기도 하다.
정체성이 그 쪽은 아니다. 그런데 내 등번호 25번도 기훈이 형과 비슷한 번호라 좋다. 원래 등번호 7번을 가장 좋아하는데 수원에 오니까 남은 번호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25번을 택하며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했다. 2하고 5를 더하면 7이라고 정신승리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기훈이 형의 등번호인 26번과 가까이 있어서 25번이 마음에 든다.

이쯤 되니까 염기훈 사랑이 좀 무섭다. 같은 방에서 염기훈을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사생팬 같기도 하다.
배울 점이 많은 형이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원래 중고참이 되면 나이 어린 선수와 같은 방을 쓰면서 심부름도 시키는 선수들이 있다. 요즘은 이런 풍토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후배와 방을 쓰는 게 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훈이 형은 같이 방을 써도 뭘 따로 나한테 시키지도 않는다. 내가 이렇게 그 형과 계속 방을 쓰는 이유를 보면 알지 않겠나. 각자 방에서 자기 할 거 하다가 축구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그 형이 토마토도 준다. 기훈이 형도 좋고 민우 형도 좋다.

염기훈에서 김민우로 ‘팬고이전’을 선언하는 것인가.
기훈이 형처럼 민우 형도 인성이 바르고 축구를 대하는 자세가 훌륭하다. 항상 훈련과 경기 준비에 절대 소홀하지 않다. 배울 게 많다.

하지만 이 둘은 다 월드컵에서의 악연이 있…
따지고 보니 그렇다. 그런데 축구선수가 월드컵에 나가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선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월드컵은 아무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지 않은가.

올 시즌 팀이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뒷일을 감당하고 있다.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 가장 힘이 드나.
지고 있을 때는 힘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기고 있을 땐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어도 참을 만하다. 하지만 지고 있는 경기를 따라가는 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힘이 든다.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흔히 나에게 ‘살림꾼’이라는 표현을 가끔 써주시는데 우리 팀 살림꾼은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다. 다같이 고생하고 있다.

최성근을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올 시즌은 팀에서 거의 ‘노예’ 수준의 혹사다. 괜찮나.
나는 이걸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만큼 기회를 받고 있으니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일본에 진출한 뒤 처음 2년 동안은 경기에도 잘 나가지 못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시절을 겪어보니 경기에 나서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경기에 계속 나가 생기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았다. 가끔 경기장에서 힘이 들면 ‘지금 안 뛰어서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수원삼성과의 계약이 올해까지라고 알고 있다.
아니다. 올 시즌 초에 재계약을 했다. 앞으로 2년 더 뛴다.

오, 그런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수원삼성이 예전 만큼 강팀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당연히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일단 더 성적을 내야 하고 구단에서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 성적이 좋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한 경기씩 더 이기면서 명성을 찾아야 한다.

알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우리가 상위 스플릿에 진출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는 순위에 들어가는 게 오로지 올 시즌의 내 목표다. 더 먼 미래를 그려본다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컵을 꼭 들어보고 싶다. 그것도 수원이라는 멋진 팀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J2리그 반포레 고후에서 우승하고 승격을 경험한 것 빼고는 프로 무대에서 우승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수원에서 우승컵을 들어올 리는 게 나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목표다. 팬들께서도 많이 응원해 주시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남은 경기 잘 준비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최성근은 어느덧 팀의 주축이자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어려운 팀을 이끌고 있다. 인터뷰 내내 염기훈에 대한 존경을 표한 그는 점점 염기훈을 닮아가고 있었다. 염기훈이 없는 수원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언젠가는 그 이별을 준비해야 하기도 한다. 염기훈의 완벽한 대체자는 없겠지만 최성근은 자신의 방식대로 팀을 이끌어 갈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춰 나가고 있었다. 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수원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염기훈이나 최성근 같은 이들의 헌신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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