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 타자 추신수의 두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추신수의 아들들이 미국 국적을 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추신수와 두 아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국적 문제는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다. 대부분 성인 남성이라면 군대를 가야 하는 한국 병역법상 복수국적 문제는 항상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는 복수국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차갑지 않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나라들은 복수국적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편다. 다음부터 소개할 선수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로 복수국적을 가진 10명의 선수들이다.

이반 라키티치 (FC 바르셀로나) - 크로아티아,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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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소속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는 크로아티아 외에도 또 하나의 국적을 갖고 있다. 바로 스위스다. 라키티치는 지난 1988년 3월 10일 스위스 라인펠덴에서 출생했다. 라키티치의 아버지는 크로아티아 시키레브치 출신이고 어머니는 보스니아 제프체 출신이다.

지난 1990년대 동유럽에서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비롯해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라키티치의 부모님은 이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했다. 이후 두 사람은 스위스에서 라키티치를 얻었다. 스위스 명문 FC바젤 유소년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라키티치는 18살이었던 지난 2005년 FC바젤 1군으로 데뷔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라키티치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라키티치는 스위스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네 경기에 출전했지만 이후 부모님의 나라 크로아티아 A대표팀을 선택했다. 라키티치는 현재까지 크로아티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04경기에 출전했다. 라키티치는 지난해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공식 언어가 네 가지(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인 스위스에서 출생한 라키티치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줄 안다. 더불어 조국 크로아티아어와 영어, 스페인어까지 총 6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티아고 실바 (PSG) - 브라질,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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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가대표팀 수비수 티아고 실바도 복수국적을 가진 선수다. 지난 3월 티아고 실바는 자신의 SNS를 통해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음을 알렸다. 당시 실바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내 아내와 아이들이 프랑스 시민이 되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행복한 날이다. 우리는 파리에서 6년 반을 살았고 이곳이 고향 같다"고 프랑스 국적 취득 소감을 전했다.

실바는 PSG로 이적한 지난 2012년 7월부터 7년째 프랑스에서 거주 중이다. 이렇듯 오랜 체류 기간으로 실바와 그의 가족들은 프랑스 시민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됐고 결국 프랑스 국적 취득에 성공하며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며 프랑스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실바의 프랑스 국적 취득은 그의 소속팀 PSG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PSG가 속한 프랑스 리그앙은 팀마다 네 명의 비유럽연합(Non EU)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실바의 프랑스 국적 취득으로 PSG는 비유럽 선수 영입에 있어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PSG에는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 마르퀴뇨스(브라질), 앙헬 디 마리아(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레안드로 파레데스(아르헨티나) 등 여러 명의 비유럽연합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네이마르와 파레데스를 제외한 세 선수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 카바니와 디 마리아는 이탈리아 국적을, 마르퀴뇨스는 포르투갈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비유럽 선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파울로 디발라 (유벤투스) -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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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미드필더 파울로 디발라는 무려 세 나라의 국가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었다. 디발라는 지난 1993년 11월 15일 아르헨티나 라구나 라르가에서 출생했다. 대다수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그렇듯 디발라의 집안 역시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디발라의 친할아버지 볼레스와프 디발라는 폴란드 출신이다. 볼레스와프 디발라는 세계 2차대전 기간 폴란드를 떠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반면 디발라의 외증조모 다 메사는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디발라는 팔레르모 이적 직후인 2012년 8월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적을 얻기 전 디발라는 할아버지의 배경을 잊지 않기 위해 폴란드 국적을 취득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디발라는 폴란드 대신 이탈리아 국적을 제 2의 국적으로 선택하며 EU 시민이 되었다.

리오넬 메시 (FC 바르셀로나) - 아르헨티나,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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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 역시 복수국적 소유자다. 메시는 지난 1987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출생했다. 대다수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그렇듯 메시 역시 이탈리아 혈통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 아르헨티나 인구 4,51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2,500만명이 이탈리아계로 추산된다.

이탈리아인이었던 메시의 증조부 안젤로 메시는 지난 18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해외로 이주한 이탈리아 국민의 후손들에게 비교적 쉽게 이탈리아 국적을 부여한다. 이로 인해 메시는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해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로 활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선택했다.

이렇듯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메시지만 그는 EU 시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메시는 지난 2005년 스페인 국적을 취득하며 EU 시민이 됐다. 메시는 남미 국적자가 스페인에서 2년 이상 거주했을 경우 스페인 국적 신청이 가능한 스페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난 2005년 스페인 국적을 획득했다. 이로 인해 메시는 세 명의 비 유럽연합 선수만이 출전 가능한 스페인 라리가의 출전 제한 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

루이스 수아레스 (FC 바르셀로나) - 우루과이,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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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국가대표팀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지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이탈리아와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 나선 수아레스는 경기 도중 이탈리아 수비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깨물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후 수아레스는 FIFA로부터 10만 프랑(약 1억 2,2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이탈리아와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수아레스가 이탈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게 다가온다.

수아레스는 지난 2009년 첫사랑인 현 아내 소피아 발비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후 수아레스는 이탈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소피아의 존재로 인해 지난 2014년 이탈리아 국적을 제 2의 국적으로 취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국민을 배우자로 두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몇 가지 과정을 거친 후 이탈리아 국적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수아레스는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맨체스터 시티) - 아르헨티나,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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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와 역시 복수국적 소유자다. 아궤로는 맨시티 이적 전인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다. 아궤로는 이 기간이던 지난 2010년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다.

남미 국적의 선수가 EU 회원국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외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영국 노동부에서 발급한 취업 비자인 워크 퍼밋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제한은 EU 국적 선수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궤로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르헨티나 선수가 아닌 스페인 국적의 선수로 대우받을 수 있다.

후안 포이스 (토트넘) - 아르헨티나, 폴란드,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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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처럼 후안 포이스 역시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포이스는 지난 1988년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폴란드 혈통이다. 이러한 이유로 포이스는 지난 2017년 PSG와 이적 협상을 진행하며 폴란드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PSG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포이스는 PSG가 아닌 토트넘 이적을 선택했다.

포이스는 폴란드 국적 외에 스페인 국적도 보유한 삼중국적자다. 독일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현재 포이스는 스페인 국적을 지니고 있다. 그가 어떻게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포이스가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추론은 포이스의 집안이 폴란드뿐 아니라 스페인 혈통 역시 지니고 있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인구 4,500만 명 중 약 60% 정도가 스페인계 혈통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정부는 과거 국외로 망명하며 스페인 국적을 잃었던 사람들의 손자들에 대해서 스페인 국적 취득을 허용한다. 따라서 만약 포이스의 집안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면 포이스가 현재 스페인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 역시 쉽게 설명된다.

네마냐 마티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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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는 세르비아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46경기에 출전한 세르비아 중원의 핵심이다. 하지만 마티치가 슬로바키아 국적 또한 보유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마티치는 지난 2007년에서 2009년 슬로바키아 FC 코시체에서 활약했다. 이 기간에 마티치는 슬로바키아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마티치는 이중국적 취득에도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세르비아 대표팀을 선택했다.

반면 마티치의 동생 우로스 마티치는 형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우로스 마티치 지난 2015년 자신의 혈통인 북마케도니아 대표팀을 위해 뛰고 싶다고 선언했다. 마티치의 외할머니는 북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난 북마케도니아계 세르비아인이다. 이에 우로스 마티치는 할머니의 뿌리인 북마케도니아 대표팀 합류를 원했으나 FIFA가 규정상의 이유로 이를 허락지 않으며 무산됐다.

키어런 티어니 (아스널) - 스코틀랜드, 맨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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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스널 이적을 완료한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 수비수 키어런 티어니는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인 맨섬에서 출생했다. 인구 8만 3천의 작은 섬인 맨섬은 현재 영국 왕실 직할령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면적 572㎢의 작은 섬이다.

맨섬의 국가 원수는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다. 하지만 맨섬은 자치 의회인 틴월드를 입법부로 두고 있고 자체적인 사법 제도와 과세 제도 역시 보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맨섬의 국제 관계와 방위만을 책임진다. 맨섬에서는 켈트어파에 속하는 맹크스어가 사용된다. 물론 영어 역시 통용된다.

하지만 티어니는 맨섬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티어니의 가족은 티어니가 출생한 후 10개월 만에 스코틀랜드로 이주했다. 이후 셀틱 유소년팀을 거친 티어니는 지난 2014년 스코틀랜드 18세 이하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티어니는 현재까지 스코틀랜드 A대표팀 소속으로 12경기에 출전하며 활발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르로이 사네 (맨체스터 시티) - 독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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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가대표팀 공격수 르로이 사네는 운동선수 출신의 부모님을 두고 있다. 사네의 아버지는 세네갈 국가대표팀 출신 스트라이커 술레이만 사네고 그의 어머니는 독일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선수 레지나 웨버다. 레지나 웨버는 지난 1996년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에센 시에서 사네를 출산했다.

이후 2014년 독일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되며 처음으로 전차 군단의 유니폼을 입은 사네는 현재까지 독일 A대표팀 소속으로 21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 국적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사네의 아버지 술레이만 사네는 지난 1961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태어났다. 이후 술레이만 사네는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네 살 때 프랑스로 이주했고 시간이 흘러 프랑스 이중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적 취득 후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

지난 1982년 술레이만 사네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군 복무에 임할 것을 요청받았다. 프랑스는 지난 2001년까지 징병제를 운용해왔다. 하지만 사네에게는 선택권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당시 스포츠 선수들에게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복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 사네는 프랑스축구협회에 모종의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여름 휴가 중이던 사네는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사네에게 독일에서 군 복무를 할 것을 명령했고 어쩔 수 없이 사네는 독일에서 군 생활을 해야 했다. 이렇듯 프랑스 국적을 보유하고 프랑스 군에서 생활했던 아버지의 배경으로 인해 르로이 사네 역시 현재까지 프랑스 이중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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