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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포항스틸러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포항스틸러스는 18일 상무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윤빛가람과 박용지에게 한 골씩을 허용하며 1-2 패배했다. 이로써 2연패를 기록한 포항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리그 9위 자리에 머무르게 되었다.

최근 포항의 모습은 심각하다. 포항은 6월부터 치른 12경기에서 단 2승만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무승무는 세 경기, 패배는 일곱 경기나 됐다. 다시 말해 6월부터 있었던 12경기에서 승점 9점을 획득하는데 그친 것이다. 현재 포항의 승점은 29점으로 10위 경남(승점 19점)에 10점 앞선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라면 포항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

최근 포항 경기를 보면 그야말로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최순호 감독이 이끌던 시즌 초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포항은 지난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2년 7개월간 팀을 이끌었던 최순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후 포항은 김기동 수석코치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며 빠르게 공백을 메웠다.

김기동 감독 부임 후 포항은 환골탈태했다. 김기동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지난 4월 26일 수원삼성과의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후 이어진 네 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긍정적인 점은 결과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 내용 역시 180도 달라졌다.

최순호 감독이 있었던 이번 시즌 초반 포항은 지나치게 지루하고 수비 지향적인 축구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공격적인 패스는 전무했고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백패스를 하기에 바빴다. 포항 선수들은 공격을 할 의지가 없어 보였고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듯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후 포항은 달라졌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전진패스가 많아졌고 백패스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불어 선수들의 역동성 역시 살아났다. 이에 포항스틸야드를 떠났던 팬들 역시 다시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포항은 다시 시즌 초반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포항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감독 경험이 없는 김기동 수석코치를 성급하게 정식 감독으로 앉힐 때부터 그랬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의 전설이자 상징과 같은 존재지만 감독 선임은 좀 더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포항의 선택은 김기동 수석코치의 승격이었다.

현재 김기동 감독은 경험 부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위기에 빠진 팀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론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약속된 플레이와 확신이 없으니 선수들은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고 백패스를 하기에 급급하다.

K리그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상향 평준화된 리그가 되었다. 포항과 같은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둔 전남이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됐을 정도다. 이렇듯 전력 차이가 크게 없는 12팀이 벌이는 생존 경쟁은 역대급으로 치열하다. 그러나 포항 구단은 조금 더 편안한, 익숙한 감독을 선임하길 원했고 그렇게 선임한 김기동 감독은 현재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한 냉정히 따져봤을 때 현 포항의 선수단이 경쟁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매번 '명가재건을 하겠다'고 외치는 포항이지만 솔직히 그 말에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포항은 일류첸코, 허용준, 최영준 등을 품으며 나름 알찬 이적시장을 보냈지만 경남, 인천, 제주도 이 정도의 전력 보강은 했다.

결국 남은 8,9월 일정이 포항엔 중요하다. 포항은 오는 25일 인천과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31일 성남, 내달 24일 제주, 내달 29일 경남과 일전을 펼친다. 모두 리그 중하위권에 위치한 팀들이다. 이 경기들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포항은 보다 더 힘겨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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