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수원삼성 공격수 데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수원삼성은 1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담 타가트의 활약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추가한 수원은 리그 2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수원은 올 시즌 초반 3연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로 쳐졌다. 이 과정에서 수원을 살린 선수는 이적생  타가트였다. 타가트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매번 놀라운 골을 기록했고 타가트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의 순위는 시즌 초반 꼴찌에서 현재 7위까지 상승했다.

타가트는 현재 리그 23경기에서 16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10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2위와 3위에 위치하고 있는 주니오와 김보경에 크게 앞서는 숫자다. 득점 순도 역시 높다. 타가트는 이번 시즌 총 37개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이중 16골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다.

득점과 관련된 기록에서 볼 수 있듯 타가트의 가장 큰 장점은 간결함이다. 타가트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춘 것도, 굉장히 빠른 스피드를 지닌 선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90분 내내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강원전 역시 그랬다. 김종우의 코너킥을 기가 막힌 헤딩골로 연결한 전반 13분 선제골부터 후반 11분 터진 깔끔한 발리슛,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터진 세 번째 골까지 타가트의 득점들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세 골 모두 결코 쉬운 장면이 아니었지만 타가트는 너무나도 손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한편 타가트의 득점 행진이 이어지며 이와 동시에 최근 수원 팬들에게 잊힌 한 남자가 있다. 바로 K리그 전설 데얀이다. 데얀은 이번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데얀은 올 시즌 리그 20경기에 출전했지만 3골 1도움에 그치며 K리그 입성 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수원에 입단하며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데얀은 지난해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포함 49경기에서 27골 6도움을 기록하며 수원의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데얀이 없었다면 지난 시즌 수원의 FA컵 4강,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타가트와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데얀은 올해 주로 교체 출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데얀은 적지 않은 기회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날카로웠던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은 무뎌졌고 장점이었던 연계 플레이와 센스는 사라졌다. 고령의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와 부진한 경기력만이 눈에 띌 뿐이다.

시즌 초반보다는 항상 무더운 여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며 '여름 데얀'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데얀이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 데얀은 올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에서 8월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던 사이 지난 8일 입추를 시작으로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데얀의 올 시즌 마지막 득점은 지난 5월 12일 있었던 제주전 골이다. 지난 4월 7일 있었던 강원 원정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득점포 가동을 시작한 데얀은 이후 5월 5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어 데얀은 일주일 후인 5월 12일 제주 원정에서 또다시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이후 세 달이 넘도록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데얀에게도 억울한 점은 있다. 데얀은 지난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38분 센스 넘치는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데얀의 파울을 선언하며 득점을 취소했다. 분명 데얀과 수원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데얀이 올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투톱과 스리톱 시스템을 병행하는 이임생 감독의 계획에 데얀을 위한 자리는 없다. 수비 가담이 많지 않고 주력도 빠르지 않고 제공권에도 능하지 않은 데얀이 선발로 나서기 위해선 특유의 골 결정력이 폭발해야 하지만 데얀의 올 시즌 모습에서 그런 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데얀이 경기에 나서기 위해선 출전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기회는 남아있다. 현재 FA컵 4강에 진출해있는 수원은 9월에서 10월 초 화성FC와의 FA컵 4강 1,2차전을 비롯해 울산, 전북, 서울 등 강팀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당장의 순위 싸움 역시 급하다. 수원은 현재 승점 35점을 보유하며 리그 7위에 위치해있다. 더불어 수원은 5위 상주(승점 38점)와 6위 대구(승점 37점)에 뒤져있는 동시에 8위 성남(승점 33점)에 승점 2점 차로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9위 포항(승점 29점)과의 차이 역시 크다고 할 수 없다.

이임생 감독은 여름 시작 전 "'여름 데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름 데얀'은 없었다. 대신 타가트의 활약만이 있었다. 과연 올 시즌을 끝으로 수원과 계약을 종료하는 데얀은 남은 기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여름을 끝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데얀의 발끝에 수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