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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헬라스 베로나 공격수 이승우를 향한 축구 팬들의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이승우의 소속팀 베로나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 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US크레모네세와의 2019-2020 코파이탈리아 3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이로써 베로나는 올 시즌 코파이탈리아 여정을 조기에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이날 베로나 공격수 이승우는 결장했다. 이날 이반 주리치 감독은 크레모네세를 맞아 젠나로 투티노-발레리오 베레-루보미르 툽타로 이어지는 스리톱으로 선발 공격진을 구성했다. 이후 연장까지 가는 혈투가 이어졌지만 주리치 감독은 끝내 이승우를 외면했다.

앞서 올 여름 복수의 현지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승우의 이번 시즌 입지 축소를 예상했다. 이승우가 베로나를 떠날 것이라는 보도도 등장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15일 이승우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포르트'는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카타르 등 다양한 국가의 팀들에서 이승우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이승우는 현재 베로나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승우를 향한 국내 팬들의 비난이 너무나도 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이승우의 기사 대부분은 축구 팬들의 악플로 뒤덮여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수준 낮은 욕설과 조롱 섞인 댓글로 이승우를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2탈리아 2부리그 2시즌에 2골 2어시, 여자도 2명씩 만나는 22살 2승우"라는 댓글로 이승우를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 역시 "푸하하 두 시즌 두 골 공격수 연예인형 스트라이커", "일찌감치 카타르나 가서 돈이나 왕창 벌고 그 돈으로 연예인이나 해서 잘하는 입털기, 까불기, 깐죽거리기 하며 살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을듯하다" 등의 댓글로 이승우를 조롱했다.

물론 선수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때 비판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팬들에게 평가받고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프로 선수에게 비판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이승우를 향한 비판은 과하다. 솔직히 말해서 비판이라 할 수도 없다. 이승우를 향한 대다수의 댓글은 비판이 아닌 그저 맹목적인 비난이다.

비단 이승우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그간 한국 축구 팬들은 굉장히 높은 잣대로 선수들을 평가해왔다. 대다수 축구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고 그곳에서 뛰어 한국 축구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김민재와 같이 중국이나 기타 다른 무대를 선택한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유럽으로 향했다고 해서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일부 팬들은 박지성을 '벤치성'이라 부르며 그를 조롱했다. 더불어 많은 팬들은 박주영이 아스널 이적 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자 그를 '주급 도둑'이라 불렀다.

'선수는 성장을 위해 유럽에서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수들이 조금만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 그들을 범죄자보다도 더 혹독하게 비난한다. 독일에서 오랜 기간 활약 중인 지동원이 A매치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보이면 "지동원이 어떻게 독일에서 지금까지 뛰는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자철이 국가대표 말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이자 "은퇴하라"라고 조롱을 서슴지 않던 이들도 다른 나라 축구 팬들이 아닌 바로 한국 네티즌들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 높은 무대에서 도전하라'라고 선수들에게 강요하면서 이들이 유럽에서 조금만 부진하거나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 그들을 매몰차게 비난한다. 본인들은 '1등만 인정하는 더러운 세상이 싫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선수들에게는 세계 일등 무대에서 일등 선수가 될 것을 강요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들의 의견이 굉장히 합리적이라 착각하면서 선수들을 비난한다.

이승우는 고작 만 21세의 아직 어린 청년이다. 평범한 나이였으면 이제 대학교 1,2학년을 막 마치거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갓 군대에 입대했을 젊은 나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어린 나이에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약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당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다수 축구 팬들이 높이 평가하는 그 유럽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승우를 향한 시선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아직 베로나가 소속되어 있는 세리에A는 올 시즌 개막전도 치르지 않았다. 베로나는 이번 시즌 그저 컵대회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다수 한국 네티즌들은 이승우를 실패한 선수로 낙인찍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팬들은 스타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이승우의 등장에 열광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 중 다수는 저마다 한마디를 보태며 이승우를 손가락질한다. 정말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길 원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성장하길 원한다면 수준 낮은 비난이 아닌 건전하고도 합리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승우에게도 따뜻한 한마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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