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은 올 시즌 안양 최고의 스타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잠실종합운동장=김현회 기자] FC안양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조규성이다. 조규성은 올 시즌 21경기에 출장해 무려 10골 3도움의 무시무시한 활약을 기록하며 안양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데뷔한 선수의 활약 치고는 대단하다. 조규성은 K리그2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높였다. 그런데 안양에는 조규성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모재현이다. 이 둘의 인연은 참으로 각별하다.

공격수 모재현과 수비형 미드필더 조규성

조규성과 모재현은 광주대학교에서 나란히 활약했다. 모재현이 1997년생으로 1998년생인 조규성보다는 한 살이 더 많다. 인천하이텍고 출신 모재현이 2015년 먼저 광주대로 왔고 이듬해 안양공고(FC안양 U-18) 출신 조규성이 광주대에 합류했다. 이 둘은 광주대학교 유니폼을 입고 대학 무대를 누볐다. 그런데 포지션이 지금과는 달랐다. 185cm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조규성은 지금처럼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었다. 광주대학교 시절 조규성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리고 이 팀에는 붙박이 주전 공격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이 모재현이다. 모재현은 광주대의 주축 공격수로 팀을 이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규성과 최전방 공격수 모재현은 2016년 광주대의 U리그 광주전남 권역 2위를 견인했다. U리그 왕중완전과 1~2학년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모재현은 그해 왕중왕전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고 곧바로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모재현은 이듬해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광주대를 떠났다. 확실한 공격수를 떠나보낸 광주대는 이 공격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민하다가 모험을 걸었다.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조규성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모재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모재현은 “대학교 때부터 규성이와는 늘 붙어다녔다”면서 “규성이는 내가 프로에 입단한 뒤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공격수로 보직을 바꿨다. 감독님께서 규성이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계속 뛰면 프로에 못 갈 거 같다. 공격수로 바꿔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프로에 입단한 뒤 규성이에게 늘 연락해 ‘프로 형들은 이렇게 준비한다. 이런 것도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줬다. 규성이도 포지션을 바꾼 뒤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하면서 열심히 했다. 규성이가 안양에 입단하고 펄펄 나는 동안 나는 수원FC에서 경기에 못 나가는 상황이어서 자극이 되기도 했고 힘이 되기도 했다”고 조규성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모재현은 수원FC에서 두 시즌을 소화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조규성이 공격수가 된 이유는 모재현 때문?

조규성이 막 공격수로 보직을 바꿔 어렵게 적응하고 있는 동안 모재현은 프로 유니폼을 입고 공격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모재현은 수원FC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에 머물고 말았다. 2017년 15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지난 해에는 20경기에 나와 1골 1도움의 부진을 겪었다. 그 사이 조규성은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 FC안양 유니폼을 입었다. 안양에 오자마자 펄펄 날았고 이제는 팀내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FC안양에서 공격진 강화를 위해 한 선수의 임대 영입을 결정했는데 그게 바로 모재현이었다. 팀내 확고한 주전 공격수 조규성에게 모재현이 도전장을 내미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모재현의 프로 입성으로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해야 했던 조규성으로서도 이 상황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모재현에게도 불과 3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한 후배와의 경쟁을 지금껏 상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모습은 실제로 안양에서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 둘은 지금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서로를 돕고 있다. 모재현이 프로에는 먼저 입성한 선배지만 안양으로의 임대를 결정한 이후에는 조규성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조규성은 모재현이 안양에 집을 구하러 알아보러 다닐 때도 함께 하며 모재현의 정착을 돕기도 했다. 이 둘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서로 의지하는 동료다.

모재현은 조규성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수원FC에서 2년간 있다가 안양으로 임대를 왔는데 여기에 아는 사람이 없다. 수원FC 입단 동기였던 (류)언재 형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규성이가 정말 많이 챙겨줬다. 운동이 끝나고 다같이 사우나를 갈 때면 형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규성이가 ‘형, 재현이 형도 같이 타고 가죠’라며 챙겨준다. 밥 먹을 때도 늘 옆에 있어준다. 규성이가 없었다면 안양에 적응하는 게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모재현이 대학 무대에서 공격수로 펄펄 나는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던 조규성은 모재현이 프로로 떠난 뒤 모재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격수로 보직을 바꿨고 이 둘은 이후 도전자와 경쟁자의 입장이 바뀐 채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다.

모재현은 수원FC에서 두 시즌을 소화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이 둘이 한 팀에서 경쟁자로 만났다

모재현에게 안양 임대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경쟁자가 조규성이다. 현재 조규성이 확실한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가운데 모재현이 도전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또 한 번 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 11일 안양은 안방에서 전남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이날 조규성은 경기 도중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안양 김형열 감독은 조규성에게 “더 차분히 경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김형열 감독은 흥분한 조규성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조규성 대신 경기장에 들어갈 선수는 공교롭게도 모재현이었다. 하지만 모재현이 몸을 풀고 경기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동안 조규성이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조규성의 퇴장으로 모재현은 출장 기회를 날리게 됐다. 안양 임대 후 데뷔전을 준비하던 모재현으로서는 조규성의 퇴장이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모재현에게는 조규성의 퇴장이 기회이기도 했다. 김형열 감독은 전남전 이후 치러진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서 징계로 결장하게 된 조규성을 대신해 모재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는 “규성이가 없는 동안 재현이가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본인 능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날 모재현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전반 35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줄기차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안양은 결국 0-2로 패하며 8경기 연속 무패(6승 2무) 행진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모재현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안양으로 임대 돼 이제 막 첫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다가 이날 서울이랜드전을 통해 데뷔했다. 그는 “3개월 만에 뛰는 경기였다. 다치고 나서 복귀해 나도 내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다. 일주일 동안 잘 때도 오늘 경기 생각을 하느라 잠이 안 왔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또 기회가 온다면 이 기회를 더 살리고 싶다. 오늘 내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내가 찼으면 좋았을 텐데 알렉스가 공을 들고 서 있더라. 그게 좀 아깝다”고 말했다. 참고로 알렉스는 모재현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놓쳤다.

모재현은 수원FC에서 두 시즌을 소화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었다. ⓒ프로축구연맹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인 조규성과 모재현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사이지만 조규성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모재현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의 메시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모재현은 “규성이가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팔라시오스가 공을 잡으면 가까이 붙지 말고 중앙으로 들어가라. 팔라시오스가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주문했다”면서 “규성이는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 늘 우리 집에서 같이 자고 같이 생활했던 동료다. 함께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때론 경쟁자이지만 오랜 시간 함께 우정을 쌓아온 이 둘은 안양에서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무대에서 함께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췄던 이 둘의 운명적인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누구보다도 각별한 이 둘은 경쟁과 공존을 함께 나눠야 하는 사이다. 대학 시절에는 공격수로 조규성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던 모재현은 이 멋진 경쟁을 즐길 생각이다. 모재현은 이런 말을 남겼다. “규성이와는 지금껏 늘 붙어 다니면서도 축구 때문에 다퉈본 적이 없는 좋은 동생이다. 안양에서도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준다. 포지션이 겹치는데 서로 봐주면서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같이 성장하고 싶다. 나에게는 경쟁자이기 이전에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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