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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잠실종합운동장=김현회 기자] 서울이랜드 김민균이 우성용 감독대행의 장난 섞인 혹평을 실력으로 반박했다.

서울이랜드는 12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19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기록했다. 이로써 서울이랜드는 최근 3연승의 쾌속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김현수 감독이 성적 부임으로 사퇴하고 9연패를 기록하는 등 올 시즌 내내 극도로 부진했던 서울이랜드가 확실히 살아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이랜드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김민균이었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우성용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골 결정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김민균을 언급한 바 있다. 우성용 감독대행은 “평소에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슈팅 연습을 할 때 선수들이 장난을 치면 엄하게 한다”면서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경기다. 그런데 쉬운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거나 골대를 넘기면 혼낸다”고 골 결정력을 높여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성용 감독대행은 “김민균은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다.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볼 관리도 좋다. 하지만 민균이는 본인 스스로 슈팅력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민균이한테 ‘너는 슈팅력이 없다’고 답했다”면서 “중거리 슈팅 능력은 있는 선수인데 가까운 곳에서의 슈팅은 아쉽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오늘 수원FC와의 경기에서는 중원 싸움이 중요한데 민균이의 활약을 기대한다. 슈팅력이 없다고 한소리 했으니 오늘 민균이가 하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균은 전반 18분 우성용 감독대행이 보란 듯이 골을 뽑아냈다. 김민균은 역습 상황에서 원기종이 내준 공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가며 수원FC 골망을 갈랐다. 가까운 거리에서의 슈팅력이 부족하다던 우성용 감독대행의 말을 실력으로 반박한 셈이 됐다. 김민균은 선취골뿐 아니라 후반 43분 이태호의 결승골까지 도우며 이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균의 활약 덕분에 서울이랜드는 3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고 꼴찌 탈출에도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김민균에게 우성용 감독대행이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정확히 말하면 일렀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자 김민균은 “우성용 선생님이 늘 장난식으로 ‘너는 빠따힘이 부족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늘 경기장에서 한 번 보여줘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고 웃었다. 그는 “내가 평소에 슈팅이 특기라고 생각했는데 동계훈련 때 부상을 당하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런가 ‘빨’이 잘 안 받았다. 그래서 훈련 때 집중해서 골을 넣어보자고 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우성용 감독대행은 “민균이한테 하나 얻어 걸렸다”고 장난 삼아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도 그대로 전하자 김민균은 “평소에 자극을 많이 주신다”면서 “심리 싸움이라고 해야하나. 언제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골키퍼 애들은 내 슈팅이 힘이 실리진 않아도 코스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동계훈련을 잘 못했지만 여름이 오면서 서서히 감을 찾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오늘 3연승을 안방에서 거둬 기분이 좋다. 또 내가 1골 1도움을 했고 팀은 꼴찌에서 탈출했다. 기쁨이 세 배인 날”이라고 웃었다.

김민균은 연승 행진의 시작이던 지난 전남과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 탈진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야했다. 그만큼 많이 뛴다는 뜻이다. 그는 “그날 내가 경기 도중 공에 한 번 맞았다. 그 영향도 있었고 탈수 증상도 있었다”면서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지러웠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하는 공포감이 몰려왔다. 경기장에 쓰러진 게 아니라 ‘빨리 경기장을 벗어나 병원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도 호흡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링겔을 세 개나 연속으로 맞고 겨우 회복했다. 아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터뷰 도중 우성용 감독대행은 김민균 뒤를 지나가며 “말 잘 해”라고 장난을 쳤다. 그만큼 김민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김민균은 올 시즌 서울이랜드의 중원을 책임지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는 “내가 정말 많이 뛰는 선수다”라면서 “기록을 재도 내가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이 뛴다. 한 경기에서 12km 좀 안 되게 뛴다. 다른 팀 선수들은 얼마나 뛰는지 잘 모르는데 뭐 우리 팀 다른 선수들이 많이 안 뛰는 걸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내가 많이 안 뛰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알려졌으면 한다. 난 정말 많이 뛰는 선수다”라고 어필했다.

김민균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이랜드에 합류했다. 2009년 대구FC에 입단해 K리그에 안착한 그는 2014년 울산현대로 이적했다가 2016년 FC안양으로 이적했다. 특히나 2016년에는 38경기에 출장해 무려 11골 4도움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안양에서 두 시즌을 보낸 그는 이후 아산무궁화에 입대한 뒤 제대와 함께 서울이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 시즌 20경기에 출장해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김민균은 서울이랜드가 연패를 기록했을 때도, 연승을 거두고 있는 지금도 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9연패를 당하며 K리그 최다 연패 기록인 10연패에 다가섰던 서울이랜드는 어느덧 3연승을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김민균은 “선수들이 연패를 끊은 전남전을 계기로 끈끈해졌다”면서 “우성용 감독대행이 장난반 진담반으로 ‘정말 쪽팔리다’고 했다. 나 역시 팬들에게 이렇게 매번 지는 모습만 보여줘 쪽팔렸다. 전남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울 뻔했는데 그것 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은 자존심이 있었다. 그 경기를 계기로 우리도 쉽게 지는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고 연승의 비결을 짚었다.

그는 이어 “이건 선수들과 코치진의 역할도 있지만 많은 관중을 모아준 프런트에게도 고마움을 돌려야 한다. 너무나도 고생하고 있다”고 살뜰히 구단 직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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