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쓰는 서울이랜드는 코로나19 워킹스루 진료소가 생긴 이후 사무실도 비워야 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서울이랜드가 또 다시 홈 경기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시즌 전국체전 10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잠실종합운동장 보수로 홈 경기를 천안에서 치러야 했던 서울이랜드의 고민은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 8월 5경기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치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푸대접의 연속이다.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자리 잡았던 가변석은 철거됐고 관중의 편의도 철저히 무시됐다.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이는 서울이랜드

‘2019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을 위해 임시로 세운 건물은 잠실종합운동장 정면을 딱 가로막고 있다.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작은 통로로 이동해야 했고 이마저도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워 구단 관계자가 일일이 안내해야 했다. 이 임시 건물은 지난 4일 이후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면서 연장 공연을 결정, 다가올 서울이랜드의 홈 두 경기도 같은 상황에서 치러야 한다.

서울이랜드는 철저한 ‘을’이다. 여기에서 ‘갑’은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다. 서울이랜드는 ‘2019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 연장 소식도 천안에서 잠실로 복귀한 뒤 일방적으로 통보받아야 했다. 서울이랜드가 올 시즌을 겨우 겨우 마무리해도 끝이 아니다. 내년에는 전기차 경주대회인 ‘ABB FIA 포뮬러 E 챔피언십’이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포뮬러 E 경주 코스에 잠실종합운동장이 포함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럴 경우 잠실종합운동장에 경주용 트랙을 깔고 철거하는 기간 내내 서울이랜드는 또 다시 잠실종합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이 역시 서울이랜드에는 선택권이 없다. 서울시가 통보하면 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2022년부터는 남동권 개발이 본격화 돼 서울이랜드가 잠실종합운동장을 또 다시 쓰지 못할 가능성도 꽤 높은 편이다. 서울이랜드는 지속적으로 홈 경기장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서울이랜드는 갈 곳이 없다. 서울에는 K리그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딱 두 개뿐이다. 천연잔디가 깔려 있고 좌석수도 기준을 넘긴 경기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잠실종합운동장 뿐이다. 효창운동장과 목동운동장 등은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프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서울이랜드가 돌아온 잠실종합운동장 정문은 이렇게 대형 임시 건물이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

과연 서울이랜드만의 문제일까?

서울이랜드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경기장을 번갈아 쓰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입성금으로 75억 원을 낸 FC서울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서울이랜드에만 특혜를 줄 수도 없다. 효창운동장이나 목동운동장에 천연잔디를 심어 경기를 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두 경기장은 이미 아마추어 축구 경기가 연중 쉴 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은 K리그 규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도 비협조적이다. 보조경기장에서 K리그를 치를 수 있게 허용할 경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도 있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이미 지난 칼럼을 통해 소개한 현재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과연 이게 서울이랜드 구단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까. 나는 축구계 전체의 진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이랜드 구단에 “알아서 해결하라”고 던져줄 문제가 아니다. 딱히 해결 방안도 없을뿐더러 일개 프로 구단이 스스로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의 경기장 문제 해결은 축구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그 누구도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현실적인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이나 목동운동장, 효창운동장 등은 다 남다른 이유로 쓸 수가 없다.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건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할 프로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없다. 뭐 이렇게 몇 경기는 대충 천안 등에서 경기를 하며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잠실 일대가 남동권 개발에 들어가면 서울이랜드가 수 년간 잠실종합운동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서울이랜드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축구인 모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왜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그건 이게 서울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어서다. 인구 1천만 명의 서울에는 현재 FC서울과 서울이랜드가 프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숙원 사업은 서울에서 ‘서울 더비’를 보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이 큰 시장에 더 많은 서울 팀이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구 1천만 명의 수도 서울에서 프로 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딱 서울월드컵경기장 하나 뿐이고 이마저도 서울 입성금을 낸 팀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면 다른 팀은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에 많은 팀이 생기는 게 K리그 부흥기로 가는 여러 방안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봤을 때 서울의 홈 경기장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축구인, 서울시, 그리고 팬들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현 상황이라면 아무리 재정이 좋은 기업이라도 서울에 새로운 팀을 창단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서울이랜드가 이렇게 홈 경기장도 구하지 못해 천안 등을 떠돌고 이것도 모자라 여전히 홈 경기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과연 서울에 연고를 두는 팀이 또 창단할 수 있을까. 서울 땅값이 비싸고 부지도 없어 서울 내에 전용구장을 새로 건설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명쾌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해 풀어갈 고민이라도 해야한다.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이게 서울이랜드의 잘못으로 불거진 문제라면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들의 잘못이라고는 서울을 연고로 한 죄밖에 없다.

특히나 서울시를 더 압박해야 한다. 지금 서울시와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모습을 보면 사실상 서울이랜드를 방치하고 있다. 이렇게 비협조적인 모습은 마치 서울이랜드를 서울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서울이랜드를 잠실종합운동장을 빌려 쓰는 여러 업체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여기에서 레이싱도 해야 하고 공연도 해야 하는데 그보다 수익은 안 나오면서 연중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쓰려는 이들 정도로 보는 것 같다. 팬들과 언론의 압박이 없으면 이들의 행동은 바뀔 리 없다.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져줘야 공무원들은 듣는 척이라도 한다.

서울이랜드가 돌아온 잠실종합운동장 정문은 이렇게 대형 임시 건물이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

나중에 지적 말고 지금부터 공론화하자

세상에 그 어떤 프로팀 경기장이 초대형 컨테이너 건물에 가려 표지판 하나 세울 수가 없나.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행동은 분명히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유벤투스에 공분할 때 쓰는 에너지의 1/4만이라도 여기에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리그에는 또 다른 서울 팀이 탄생할 수가 없다. 아니 서울이랜드의 존폐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인구 1천만 명의 엄청난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 서울에서 프로경기에 쓸 수 있는 경기장이 꽤 많아야 한다. 축구계가 지금까지 이런 고민을 공론화 하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반성하면서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될 때 막지 못했던 그 잘못에 대한 속죄하는 의미를 담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축구팬들이 가장 혐오하는 게 바로 연고이전이다. 우리는 연고이전의 아픔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서울이랜드가 팀 운영을 놓거나 연고이전을 해도 할 말이 없다. 홈 경기장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 팀은 서울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안 되지만 혹시라도 서울이랜드가 “더 이상 서울에서 못 해먹겠다”며 연고이전을 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연고이전에 ‘착한 연고이전’은 없지만 그때 가서 이 연고이전을 두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서울이랜드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왜 이 연고이전을 막지 못했느냐”고 뒷북 치지도 말고 그렇다고 “서울이랜드는 정말 옮길만 했어요”라고 감싸주지도 말자.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이 팀이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길 기다려 평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현 상황에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지금은 남의 일처럼 팔짱 끼고 홈 경기장 문제를 바라볼 게 아니라 모든 K리그 팬이 서울 연고 팀의 홈 경기장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K리그가 ‘위 아 더 월드’ 분위기로 흘러가는 건 싫어하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는 언제든 우리 팀에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한다. 서울이랜드의 홈 경기장 문제는 서울이랜드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동대문운동장을 그렇게 떠나보내야 했던 모든 축구인과 연고지 문제에 민감한 모든 팬들, 그리고 서울에 더 많은 팀이 생기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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