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세직이 돌아온 이유 “아산은 가능성과 희망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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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아산무궁화축구단. 경찰대학 측이 의경 모집을 중단하면서 이 축구단은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다행히 이번 시즌까지는 의경 선수들과 일반 선수들로 구성되어 K리그2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최요셉은 상주상무에서 제대한 뒤 아산에 합류했다. 이미 군 생활을 겪어본 그가 아산에 합류하는 장면도 흥미로웠지만 또 다른 이 선수는 제대한 지 약 반년 만에 자신이 뛰던 팀에 다시 합류했다. 박세직의 이야기다.

박세직은 아산무궁화축구단에서 제대한 이후 인천유나이티드로 합류했다. 정겨운 친정팀에 머물렀던 시간은 약 반년. 그는 다시 아산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스포츠니어스>가 아산에서 박세직을 만났다.

박세직이 아산으로 돌아온 이유

반갑습니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여기 아산에서요? 솔직히 말해서 크게 적응할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평상시처럼 운동하고 있어요.

다시 아산으로 온 기분이 어때요?
천안아산역이나 신정호수 이런 곳은 두 번 다시 안 올 줄 알았어요. 제가 군 복무를 했던 곳이니까 제대하면서 “이제 여긴 안 오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까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마포경찰서에서 복무해서 공덕 근처는 가지도 않는데요.
일단 집을 구하려고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의경 신분이었으니까 구단 근처 동네는 제가 돌아다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동네를 좀 돌아봤죠. 근처에 마트는 어디에 있는지도 좀 보고요.

동네를 돌아보니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동네가 빌라도 많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식당이나 편의점, 편의 시설들이 되게 많아서 살기에는 편할 거 같아요.

그래서 집은 잘 구했어요?
급하게 구하긴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집이 있었어요. 훈련장이나 구단까지는 차로 5분 거리에요. 5분 정도면 출퇴근해요.

동네 맛집은 확보해놨나요? 군 생활 하면서 먹어본 곳도 많을 텐데.
아산에 제가 좋아하는 콩국수집이 있어요. 최근에 여자친구도 같이 와서 데리고 갔는데 여전히 맛집들은 좋더라고요.

분명히 6개월 전에는 의경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을 텐데 다시 만나니 조금 민망했을 거 같아요.
어떻게 알았는지 저 오기 전부터 애들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더라고요. “진짜 오냐”라고 물어봐서 확답도 안 했는데 애들끼리 기정사실화를 해놨어요. 제 나름대로 비밀로 한다고 했는데… 일단 온다고 하니까 애들이 너무 반겨줬어요. 의경 신분인 애들하고 작년에 축구도 재밌게 했고 우승도 하면서 끈끈해지고 이런 분위기가 많았어요. 올 겨울에 동계훈련도 같이하고 헤어졌는데 막상 또 다시 온다니까 너나 할 거 없이 반겨주더라고요. 마치 계속 쭉 같이 운동했던 것처럼.

‘반겨줬다’라는 의미가 굉장히 이중적으로 들리는데…
저도 워낙 애들하고 장난치는 걸 많이 좋아했어요. 다시 와서도 하루하루 장난치면서 서로 놀려먹고 이런 분위기에요. 오히려 인천에 6개월 임대 갔다 온 기분이었어요. “애들 전역하고 선수 빠지니까 조기 복귀해”라는 느낌이었어요. 첫날부터 마음이 너무 편했죠.

사실 인천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팬들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애증의 관계가 된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아쉬워요. 처음 인천에 갈 때도 힘든 상황에서 간 거였어요. 전북에서 나올 때 다른 팀은 동계훈련을 떠난 시기였고 저는 그때까지 팀이 없었죠. 그러다가 인천에 합류했는데 인천은 제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기회를 준 팀이거든요. 개인적으로 부족하기도 했지만 항상 인천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어요.

제가 느낀 건 그거였어요. 인천에서 뛰면서 제 플레이 스타일 등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없겠다고 판단했고 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서 제 자리를 비워야 그 자리에 다른 출중한 선수들이 들어와서 팀을 보강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도 아쉽고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이적이 자신을 위한 도약이기도 하겠네요.
그렇죠.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인천으로서도 좋은 거고 제 개인적으로도 인천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서로에게 마이너스죠. 어쨌든 팀마다 선수 구성 인원이 정해져 있잖아요. 제가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될 텐데 그러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겠죠.

그 짧은 시간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거 같아요.
이번 시즌 인천에서 아예 경기를 안 뛴 게 아니니까요. 대부분 경기를 다 뛰다가 이적을 결정하고 나서 몇 경기를 쉬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성적도 좋지 않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바뀔까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인천은 선수들을 많이 보강하면서 괜찮아진 것 같더라고요. 희망적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아산에 합류하면서 김도혁과 인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나요?
(김)도혁이랑은 진솔한 얘기 안 해요. 걔랑은 농담만 해요. 도혁이한테 “영입한 선수들 보니까 너도 쉽지 않다. 너 입대하기 전에 그 ‘인천 김도혁’으로 밀고 가도 쉽지 않다”라고 얘기해줬어요. 도혁이도 긴장하는 거 같더라고요. 선수 보강이 잘됐으니까. 쉽게 볼 선수들이 없어요. (이)우혁이도 부상에서 돌아오고 하다 보니까 도혁이는 “왼쪽 수비수 노려볼까” 이러더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거기 (김)진야도 있는데 네가 어떻게 들어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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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 인천이지만 아산에서도 왼발이 필요한 상황이라 본인이 쓰임새가 많을 거 같아요.
프로 생활하면서 많은 포지션에서 뛰어봤어요. 수비나 골키퍼 빼고는 그 위쪽으로 제가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팀은 의경 선수들이 나가게 되면 선수단 자체가 얇아지기 때문에 멀티 포지션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박동혁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크고 감독님도 저를 잘 아시기 때문에 왔어요. 물론 솔직히 의경 선수들이 제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긴 해요. 그래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나이가 어리고 프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선수들, 처음으로 프로에 도전한 선수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 팀이 얕잡아보고 무시하고 들어온다면 오히려 당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서 기대하고 있어요.

그럼 최전방 공격수도 할 수 있어요?
원 톱도 서 봤어요. 제가 작년 마지막 경기인가 안양전 때도 원 톱으로 나갔고 인천에 있을 때도 뛰어봤어요. 제 포지션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자리에는 지금 (오)세훈이가 있잖아요. 걱정 없어요.

다시 팀에 합류하니까 박동혁 감독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사실 다른 팀에서도 제의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고민도 했죠. 솔직히 냉정하게 아산이라는 팀이 내년에도 존재할지 모르는 일이고 의경 선수들이 나가면 지원이나 선수 구성이 열악해질 수 있잖아요. 저는 박동혁 감독님만 보고 왔어요. 감독님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의경 선수들이 나가고 나서도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고 언론에 많이 노출돼서 아산이라는 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아산 시민들이 왜 저희를 보고 열정적으로 환호해주시는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아산은 평균 관중수를 봤을 때도 다른 2부리그 팀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제가 여기에 와서 큰 힘이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제가 도움이 되고 아산이라는 팀이 내년에 제대로 창단하면 개인적으로 뿌듯할 거 같아요. 여기서 우승도 해봤잖아요. 내년에 팀이 공식적으로 창단된다면 제 축구 인생에 있어서 뿌듯한 순간이 될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박동혁 감독님과 함께한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살짝 모험을 걸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죠. 어떻게 보면 솔직히 모험이고 도박이죠. 어쨌든 저는 아산이라는 곳이 희망도 크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합치는 경우가 솔직히 많지 않고 쉽지도 않아요. 여러 가지로 더 높으신 분들의 선택과 결정이 있어야 하지만 선수들이나 구단 직원, 팬분들이 작년부터 무슨 일이 있으면 한마음 한뜻으로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모험이라는 거 자체를 더 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전북도 그렇고 인천도 그렇고, 아산도 마찬가지로 팬들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클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거친 팀이 아산까지 세 팀인데 팬분들이 다 열정적이에요. 인천 팬들도 어디 원정 가서 목소리가 절대 밀리지 않아요. 서울 원정에서도 목소리 데시벨이 높아서 힘이 됐죠. 아산 같은 경우는 원정을 떠나면 소수이긴 해요. 요즘에는 가족 단위로 많이 와주시고 목소리도 커져서 힘이 돼요. 전북에서 감명받았던 게 뭐였냐면 전북이 수도권 원정을 가면 가족 팬분들이 아예 여행 일정을 잡고 전날부터 와서 여행을 즐기시고 경기 날에 경기 보고 같이 내려오는 팬 문화가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아산도 그런 문화가 점점 생기더라고요. 자녀분들을 데리고 오시는 분들도 많고 사진이나 사인 요청하시는 분들도 작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이 팀이 내년부터 정식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정말 충남권의 이슈가 될 거예요.

팀 사랑만 보면 거의 원클럽맨이네요.
작년에만 전체 시즌을 뛰었는데 아산에서 벌써 세 시즌째에요. 작년에 우승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애착이 많이 가는 거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선수 생활하면서 우승컵을 들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노력이 있고 노력의 대가를 받는 거지만 정말 운이라는 게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북, 아산에서 1부, 2부 다 우승해봤는데 정말 복 받은 거죠.

인천에서도 아산 경기를 되게 많이 봤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었다고.
되게 많이 봤어요. 관심이 가더라고요. 여자친구가 뭐라고 하긴 했는데 집에 가면 TV로 K리그 다른 팀 경기 틀어놓고 컴퓨터로도 틀어놓고 핸드폰으로도 틀어놓고…

얼마 전 우리 대표가 그렇게 해서 보던데.
제가 세 경기를 한꺼번에 보거든요. 그 장면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놓으면 애들이 “벌써 지도자 준비하냐”라고 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아산 경기는 꼭 봤어요. 여전히 재밌게 하더라고요. 물론 시즌 초반에 연패할 때 마음이 아프긴 했는데 저도 그때 5연패하고 있을 때라 무슨 느낌인지 알 거 같았어요. 보면서 ‘이런 스타일로 하고 있구나. 작년이랑 크게 변함이 없구나’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제가 또 이렇게 여름에 오게 될 줄은 그땐 몰랐죠.

스타일은 변함이 없지만 선수단은 많이 바뀌었어요. 새롭게 친해지고 싶었던 선수들은 있었어요?
(오)세훈이?

혹시 월드컵 이후에 ‘오세훈 코인’을 긁으시려고…
월드컵 이후에 더 친해지고 싶더라고요. 1차 동계훈련도 세훈이랑 같이했어요. 그래도 그렇게 친하진 않았는데 이번에 월드컵 하면서 경기 끝날 때마다 애들이 저한테 “형 세훈이는 어때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근데 저는 세훈이 핸드폰 번호도 모른다고. 세훈이를 알긴 알지만 거의 모르는 사이라고 어디 가서 친분 있다고 얘기하기가 애매한 관계라고. 그때 그런 말 하면서 세훈이랑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전에 회식했는데 같은 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었으니 조금 친해진 거 같아요.

번호는 따셨나요?
아직 번호는 못 땄어요.

저런…
카톡은 알고 있어요. 차차 친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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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은 이번 달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또 한 번 선수 구성이 싹 바뀔 텐데 본인 이력을 보면 이제 선수단에서 중심을 잡기도 해야 할 거 같아요.
제가 원래 성향이나 스타일 자체가 나서거나 화려하거나, 눈에 팍 띄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안 보이는 곳에서 동료들이 편하게 할 수 있게 움직여주고 받아주는 스타일의 선수인데 아무래도 팀 상황상 제가 그런 성향을 고수한다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훈련할 때 주위 선수들에게 조언도 하고 있어요. 저도 부족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프로 생활을 오래 하면서 경험한 걸 애들한테 전달하고 있어요. 아직 어리고 성장을 다 하지 않은 선수들이라서 오히려 탄력을 받으면 급속도로 성장하고 매 경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런 걸 기대하고 있어요.

후배들이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확실히, 확실히 받아들여요. 신인이 아닌, 어느 정도 경력이 있거나 이런 선수들한테는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오히려 그게 독이 되고 안 좋게 될 수도 있어요. 어리거나 신인 선수들은 확실히 받아들이려고 하고 고맙게도 저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선배로서 편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오세훈에게도 조언해주시나요?
(오)세훈이 포지션은 제가 전문성이 떨어지잖아요. 그래도 제가 공을 잡았을 때 어떻게 받아줬으면 좋겠다,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는 하고 있어요.

인플레이도 그렇지만 확실히 본인의 프리킥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휴 제가 무슨…

이런 게 좀 쑥스러운가요?
제가 그렇게 잘 차는 편이 아니에요. 프리킥이나 이런 건 나중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급한 문제들이 있으니 그걸 먼저 잘 맞추고 프리킥은 개인적인 문제니까 제가 노력하면 해결될 일이죠.

인천에서도 연습벌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선수단 구성상 왼발로 찰 땐 본인이 차야 할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중요하죠. 완전히 일반 선수들로만 경기에 나가게 되면 순위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4위에 있지만 일반 선수들로 구성되면 최하위권이라고 여기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간절해야 하고 항상 상대보다 낮은 전력, 약한 팀이라고 생각하면서 저 팀을 어떻게든 넘어서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그래도 그나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만약에 “우리는 지금 4위니까, 저 팀은 우리보다 순위가 낮으니까” 이렇게 대응하면 우리가 그 순위로 떨어질 수 있어요. 저희가 전력이 약해지는 만큼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 세트피스에요. 축구에서 가장 쉽게 넣을 수 있는 게 세트피스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성공률을 높인다면 저희가 승점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지 않을까.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선수들의 간절함도 잘 끌어낼 수 있을 거 같나요? 팀 성적보다도 내년 상황이 더 걱정되는 간절함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로 간절함이 나올 상황이 많죠. 일반 선수들 중에도 좋은 선수들,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있지만 의경 선수들에게는 못 미치는 면도 있죠. 의경 선수들이 경기를 다 뛰기도 했고요. 근데 의경 선수들이 경기에 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를 갈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요. 의경 선수들이 나가고 기회가 온다면 뭔가 해보겠다는 의욕적인 선수들도 많고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도 더 자신 있게 하면서 개인적인 기량도 올라갈 거라고 봐요.

본인의 자신감은 좀 어떤 거 같아요?
여기 오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해졌어요.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져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난 대전전에도 교체로 들어가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어요. 경기를 몇 경기 쉬었고 운동도 많이 안 한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볼 컨트롤이나 패스나 이런 게 오히려 더 잘되더라고요. 육체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위축되고 그러다 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가요. 제가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기 직전 인천에서 그런 상태였다 보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 게 여기 오면서 많이 해소가 됐어요.

인천에서 자신감이 위축됐던 가장 큰 원인이 뭐였을까요?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인천에서 경기를 뛸 때 동료 선수들이나 코치진들은 다 저를 인정해주셨어요. 잘했고, 잘하고, 필요하고, 적재적소에서 잘해줬다고. 그런데 일부 팬분들이 저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건지, 그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을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경기를 지거나 잘 안되면 제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 패배의 원인이 제가 되다 보니까… 저는 좀 더 잘하고 싶고, 팬들한테도 인정받고 싶고 이런 생각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오히려 무리할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 무리도 하고 실수가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쌓이면서 마음이 힘들어졌어요. 동료 선수들은 팬들이 얘기하는 거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저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저는 아쉽죠.

저를 비난하는 팬분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축구는 보는 사람 시각에 따라 달라요. 한 선수가 월드클래스가 될 수도 있고 수준이 낮은 선수가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애초에 예전부터 그 부분을 인정하면서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제가 그렇게 월등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못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결국에는 인천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까지 온 거 같아요. 당연히 못 하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하면 환호도 받을 수 있겠죠. 여기에서는 일단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박동혁 감독님도 저를 믿으니까 저도 그 믿음에 보답해야죠. 그래서 스트레스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 구분이 힘들더라고요. 내가 믿음을 받는 만큼 보답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잖아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담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운동선수들은 그런 믿음과 신뢰에 힘을 얻는 거 같아요. 어쩌다 뜬금없이 선발 출전하거나 교체로 들어왔는데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 선수들은 잃을 게 없는 거죠. 믿음과 신뢰를 받았을 때 그 받은 거 자체만으로도 기회고, 기분이 너무 좋고 그래서 힘을 얻기도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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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텐데 아산에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요?
아산에서요? 아산 좋은 데 되게 많아요. 신정호수가 예쁜 카페, 큰 카페, 맛있는 곳으로 정말 쫙 둘러서서 많고요. 온천도 있고요. 파라다이스 시티가 너무 좋아요. 군 복무하면서 몇 번 가봤지만 너무 좋아서 스트레스 풀 곳은 많은 거 같아요.

석촌호수보다는 신정호수다?
훨씬 낫죠. 일단 신정호수는 차도 별로 없고 조용하니까요. 여기도 돌아다니면 차 막히는 구간이 별로 없어서 너무 좋아요.

일단 일탈의 유혹은 적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저는 또 여자친구가 있다 보니까. 일탈 한 번 잘못했다가는 여자친구한테서 버림받기 때문에 크게 일탈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지금은 조금만 놀아도 힘들어가지고.

노는 게 힘들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겁니다.
쉴 때는 집에 있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집에서 주로 뭐 하고 쉬어요?
저는 집에서 거의 하는 게 TV 틀어놓고 게임 조금 하다가 누워있고, 누워있다가 TV보다가 게임 좀 하고 그래요.

TV로 또 축구 보나요?
아뇨. 저 거의 영화 채널만 봐요. 군 목부할 때 같은 방에 (민)상기가 있었는데 방에서 제가 맨날 OCN, CGV, SUPER ACTION, SCREEN 딱 네 개만 돌려봤거든요. 상기가 엄청 뭐라고 했어요. 영화 채널 좀 그만 보자고.

뮤직뱅크, 음악중심 좀 보자?
예능 좀 보자고. 늘 영화 채널만 본다고. 지금도 집에서 그렇게 틀어놔요.

케이블은 계속 똑같은 영화만 보여주지 않나요?
저는 계속 봐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한 번이고 두 번이고 계속 보는 스타일이라서. 상기한테 많이 혼났어요. 하도 보다 보니까 대사도 따라 하거든요. 상기는 그거 보고 옆에서 또 뭐라고 해요. 가뜩이나 영화 보고 있는데 집중 안 된다고. 다른 거 틀라고 할 땐 언제고 또 영화 보면 같이 집중해서 보거든요. 그렇게 티격태격했는데 지금도 변함없는 거 같아요. 저는.

좋아하는 영화는 뭐가 있어요?
저는 장르 불문하고 너무 많아서… 아, 무서운 거 보면 제가 잠을 못 자요. 예전에 공포 영화 한 번 잘못 봤다가… 외국 영화인데 불 끄면 귀신 나와서 사람 죽이고 이러는 영화가 있었거든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개봉한 건데 그거 보고 불을 못 껐어요. 자다가 깨더라고요. 제가 좀 겁이 많아서.

그래서 불 켜고 잤어요?
며칠은 불 켜고 자고 조금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여름에는 영화 채널 틀어놓기가 조금 그런 게,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갑자기 공포 영화 예고편을 해주고 해서 흠칫흠칫하거든요.

최근에 재밌는 영화 되게 많이 개봉했는데.
네. 알라딘도 보고 개봉하는 영화는 거의 다 보러 가요. 여자친구랑. CGV VIP라서 계속 보고.

얼마 전에 어벤져스 엔드게임 VOD가 풀렸는데요.
저도 이제 봐야죠. 소장해줘야 하는 영화에요.

그러면 축구 영화는 좀 보셨어요?
축구 영화는 옛날에 나온 것들 다 봤고, 축구 영화… 아, 이것도 상기한테 많이 혼났는데 많이 보는 게 소림축구…

엌ㅋㅋㅋ 그래도 주성치 영화 재밌는데.
맞아요. 그런데 상기는 그걸 인정 안 하죠. 저는 그걸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는데 상기는 도대체 이걸 왜 보냐고. 이게 무슨 영화냐고.

조만간 민상기에게 해명을 요구하겠습니다.
상기가 아마 저에 대해서 얘기 많이 할 거예요. 특히 영화 채널 얘기하면 고개를 절레절레할 거예요.

조금 돌아왔는데, 아산에 다시 돌아올 때 아산 팬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오자마자 너무 반겨주셨죠. 대전 원정 갔을 때도 제 이름도 불러주시고 아산 SNS에 제가 왔다고 했을 때도 많이 반겨주셨고요. 제 여자친구가 작년에 홈 경기를 진짜 많이 보러왔거든요. 보러 오면서 아산 팬분들과도 얼굴 트면서 알게 돼서 제 사진 찍은 거 있으면 보내주시더라고요. 되게 반겨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여자친구분이 대외적인 활동을 대신해 주시는구나.
사회성이 밝아요. 대신 잘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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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직이 꾸는 지도자의 꿈

아산이 사실 작년 우승팀이어서 지금의 순위를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어요. 하반기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성적이 왜 저러냐, 저럴 거면 왜 창단하려고 하느냐면서 보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은 그런 분들의 의식도 바꿔야 하는 거죠. 그런 책임감이 있고 오히려 그런 분들을 우리 편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가 경기하면서 그렇게 다른 팬들을 유입할 수 있다면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할 건 정말 재밌는 축구, 의경 선수들이 나가도 작년부터 이어왔던 스타일로 좋은 경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분들이 저희에 대해서 관심도 가져주시고 저희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들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조금 이를 수 있지만 은퇴 이후의 그림을 그릴 시기인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목표 나이가 있어요. 이제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만약 후반기에도 경기 출전을 못 한다면 저는 그다음에 대한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져서 경기를 뛰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정말 개인적인 목표는 경기를 뛰면서 선수 경력을 이어갈 기회를 만드는 거예요. 아산에 온 이유도 그런 이유였어요. 가장 좋은 거는 아산이 올 시즌 끝나고 공식적으로 창단하면서 저도 여기에서 계속 쭉 선수 생활을 하면 최선이죠.

몇 살까지 뛰고 싶어요?
예전부터 서른넷까지는 무조건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더 뛸 수 있고 기회가 된다면 더 하는 거고요.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얼마 안 남았죠. 올해 빼고 세 시즌 남았죠. 올해 제가 서른하나니까.

그럼 은퇴 이후에 그려놓은 그림이 있나요?
저는 축구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지만 그때부터 지도자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축구를 한번 해보고 지도해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지도자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럼 지도자 준비는 하고 있어요?
해야죠. C급을 따야 하는데 C급 신청을 하려고 하면 위에 항상 형들이 있어서 순서가 밀리더라고요. 그것도 나이순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올해는 저도 도전하려는데 또 (정)다훤이형이랑 (김)도엽이 형이 있어서… 형들만 안 들어간다면 저도 도전을 해보려고요.

지도 철학이나 꿈을 얘기할 때 박동혁 감독과 상의도 하고 그래요?
아직은 안 해봤어요. 어떻게 보면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들은 아직은 저만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아무래도 자문을 많이 얻고 조언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자기가 선수로 뛸 때 어떤 지도자를 만나는지도 중요하고, 조금 아쉬운 건 해외로 못 나간 게 아쉽긴 하겠네요.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욕심이 별로 없어요. 저는 제가 K리그에서 100경기를 뛸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상상은 해봤지만. 저는 당장 군 복무를 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거든요.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 그때도 입대 경쟁이 심했잖아요.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 조금 있으면 150경기를 바라보고 있어요. 욕심이 별로 없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욕심이 없는 선수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요?
경기를 못 뛰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릴 때도 많았죠. 저는 프로 와서 단 한 번도 주전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항상 지금 내 자리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밀어내고 들어가야 하는 입장의 선수였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인천에 있을 때도 항상 선수들에게 얘기했어요. 절대 남 탓하지 말라고. 이런 생각하는 선수들 정말 많거든요. “감독님이 저 싫어해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감독님이 안 써요.” 저도 해봤는데 그거 정말 아무 도움 안 돼요.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부끄러움밖에 없더라고요. 그냥 자기합리화하는 거예요. 어린 선수들한테도 계속 얘기해요. “남 탓하지 말고 모든 문제점을 너에게서 찾아봐. 코치진이 너를 안 쓰면 안 되는 선수가 되면 돼. 그게 정말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해. 그래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저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다 보니까 힘든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뚫고 왔어요. 그게 이어지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어떤 축구를 하고 싶어요?
딱 지금 박동혁 감독님 같은 스타일이요. 패스플레이 많이 하고 최대한 공 소유하면서 재밌게 아기자기한 축구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지금 제가 추구하는 선수 스타일이랑 똑같아서 지도자 하면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사연 없는 축구 선수는 없다. 무난히 선수 생활을 이어온 것처럼 보이는 박세직에게도 좌절과 낙심이 있었다. 그런데도 박세직은 여전히 힘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뚫고 간다. 그가 아산 이적에 건 기대와 모험 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가 한 팀의 지휘봉을 잡으면 어떤 축구가 만들어질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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