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새로운 ‘우리형’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우리 형' 칭호는 이제 이쪽으로 넘어갈 것 같다. ⓒFlickr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알고 보니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우리 형’은 진짜 ‘우리 형’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사람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형’이라는 사람은 우리 가족에게 접근해 사기를 쳤고 지금도 이탈리아로 돌아가 태연하게 SNS를 하면서 유유자적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심한 배신감을 느끼면서 우리는 ‘우리 형’이라고 부르던 이 사람을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날강두 같은 놈아.” 그리고 이제는 진짜 ‘우리 형’을 찾아야 한다. ‘우리 형’이 될 만한 후보들을 추려봤다.

1. 세징야
‘우리 형’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세징야는 2016년 대구FC 유니폼을 입은 뒤 곧바로 대구의 1부리그 승격 주인공이 됐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 그다지 ‘메’의적이지 않은 무대에서 곧바로 K리그 챌린지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그는 2017년 K리그1에서 17경기에 나서 7득점 7도움의 성적을 거뒀고 지난 해에도 25경기 출장 8득점 11도움의 성적을 냈다. 대구FC 역사상 두 번째 20-20 클럽 가입 선수이기도 한 세징야는 대구의 첫 번째 30-30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정도면 ‘우리 형’이 될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

그는 대구FC는 물론 K리그를 상징하는 외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깊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귀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실력과 한국에 대한 애정도 유명하다. 유니폼 색과 금발 머리색이 맨체스터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비슷하다고 해 ‘대구에로’라는 별명도 얻었다. K리그에서 줄곧 골을 넣을 때마다 ‘호우 세리머니’를 하다가 지난 서울과의 경기에서 골을 뽑아낸 뒤에는 다른 세리머니를 펼쳐 ‘개념인’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나보다는 한참이나 어린 선수지만 축구를 이렇게 감동적이게 잘하는 선수에게는 ‘형’이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다.

새로운 ‘우리 형’ 세징야 ⓒ 한국프로축구연맹

2. 리오넬 메시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 바르셀로나는 최근 홈구장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다. 최근 코파 아메리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메시는 아스널전에 출장하지 않았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컨디션 조절차원에 따른 결장이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메시는 이날 경기장을 가득 채운 9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 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전했다. 그의 플레이를 보지 못해 실망했던 관중은 메시의 인사에 뜨겁게 화답했다. 물론 홈팬들에 대한 인사였고 메시 역시 2010년 K리그 올스타전 당시 출전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날강두’의 행보와 비교되는 건 사실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메시는 “오늘 경기장에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성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함께 싸우는 것이다. 아무도 망설이지 말자. 올 시즌 우리는 모든 것을 위해 다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날강두’의 완패다. 그와 ‘날강두’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메’기심이 많은 이들이 있지만 그는 ‘날강두’에 대해 “최고의 선수다. 딱히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그를 존중하며 라이벌로 지내고 싶지 않다. 그와 나는 팀을 위해 뛸 뿐, 라이벌 관계 같은 건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진짜 우리형’ 메시는 ‘날강두’에 비해 훨씬 더 가정적이다. 그에게 수줍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형 하실래요?”

3. 이동국
한국 축구와 K리그를 상징하는 이 선수를 ‘우리 형’이라고 부른다면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질 것 같다. 이동국은 말 그대로 K리그 최고의 역사다. K리그 통산 득점 1위와 통산 도움 2위를 기록 중인 이동국은 무려 290개의 공격 포인트로 K리그 통산 공격 포인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1979년생으로 만 40세인 그는 여전히 K리그 최강팀 전북현대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건 물론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에게 ‘노망주’라거나 ‘U-40 대표선수’라는 평가가 붙을 정도로 아직까지 그는 왕성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중이다. 얼굴도 ‘메’남형이다.

‘날강두’가 네 명의 자식을 키울 때 이동국은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우리는 그를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껏 이동국과 친하지 않아도 그를 편의상 애정을 담아 ‘동국이 형’이라고 불렀다. K리그 선수 중 그보다 나이 많은 형은 없다. K리그의 ‘큰 형’인 ‘동국이 형’은 ‘우리 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수 많은 비난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K리그에서 가장 눈부신 역사를 쓴 그에게 이제는 ‘동궈’보다는 ‘우리 형’이라는 멋진 칭’메’를 달아주자. ‘날강두’보다는 훨씬 더 ‘우리 형’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남자다.

K리그의 ‘큰 형’ 이동국도 ‘우리 형’이 되기에 충분하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4. 잔루이지 부폰
잔루이지 부폰은 존경 받을 만한 세계적인 골키퍼다. 5년 넘게 최고의 기량을 유지한 그는 전설적인 골키퍼로 칭송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형이다. 1978년생인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유벤투스로 이적하며 여전히 은퇴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줬다.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유벤투스지만 그럼에도 부폰 만큼은 기량이나 매너 모두에서 욕할 수가 없다. 세리에A에서 현재까지 740경기에 출장한 부폰은 이번 시즌에 리그 8경기 이상 출전한다면 747경기에 출전한 파올로 말디니를 제치고 세리에A 최다 출장 선수로 오를 수 있다. 말 그대로 전설이다.

부폰을 ‘우리 형’ 후보에 넣은 건 ‘날강두’와 유벤투스가 깽판을 친 내한 경기에서 그래도 그가 성실하게 한국 팬들과 만났다는 점 때문이다. ‘날강두’가 거부한 팬 사인회에도 참석해 팬들에게 인사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관중에게 손 인사를 건네며 나가는 등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날강두 사태’로 분노한 팬들에게 부폰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에 임하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팬 사인회에 지각한 뒤에도 “늦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여기 도착해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라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입국 순간부터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제대로 된 눈인사 한 번 해주지 않은 ‘날강두’보다는 그래도 부폰이 더 ‘우리 형’스럽다.

“네가 우리 동생 괴롭혔어?” ⓒ인천유나이티드

5. 케힌데
‘우리 형’을 꼭 축구 실력만으로 뽑을 이유는 없다. 이보다 더 든든한 ‘우리 형’이 또 있을까. 바로 인천유나이티드 케힌데가 그 주인공이다. 195cm의 큰 키에 97kg의 거구인 케힌데는 지난 달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그는 딱 봐도 어마어마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아직 골 결정력이나 세밀함 같은 건 잘 모르겠다. 몸 싸움은 좋은데 K리그를 씹어 먹을 활약을 할 수 있을지는 다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제 막 두 경기에 출장한 그의 경기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케힌데가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하면 선수로서의 경력이 초라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형이 ‘우리 형’이라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일은 없을 것 같다. 꼭 학창시절에 이렇게 든든한 형 때문에 기 펴고 사는 친구들이 있었다. ‘케힌데’가 ‘우리 형’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조성룡이 못 까불 텐데.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 형’이라고 믿던 녀석은 우리를 배신했다. ‘우리 형’에 대한 거부감도 커졌다. 이제는 그런 ‘날강두’ 같은 녀석을 ‘우리 형’으로 모시지 말고 새로운 ‘우리 형’을 찾아보자. 일단 축구계에 ‘우리 언니’는 이용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우리 형’은 후보들만 무성하다. 누가 됐건 좋으니 진짜 ‘우리 형’이 ‘날강두 사태’ 이후 상처 받은 이들을 멋지게 위로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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