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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미생' 완델손이 완생으로 거듭나고 있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 수원삼성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렸다. 지난 세 경기에서 무승 부진을 겪었던 원정팀 포항은 이날 이수빈과 완델손이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수원에 2-0 완승을 거뒀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경기력 측면에서 포항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중심에 완델손이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한 완델손은 전반 추가시간 이수빈의 선제골을 도우며 시동을 걸었다. 백미는 후반 12분에 터진 본인의 골 장면이었다. 중원에서 압박을 벗어난 이수빈이 배후에서 침투하는 완델손을 봤고 롱 패스를 찔러 넣었다. 완델손은 본인의 장기인 빠른 속도를 이용해 수원 홍철과 고명석을 따돌리고 노동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왼발로 침착하게 슈팅을 마무리하며 팀에 추가 득점을 안겼다.

한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쌓은 완델손은 시즌 24경기 출전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본인의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이다. 아직 시즌 중이지만 이미 지난해 전남드래곤즈에서 기록한 33경기 출전 4골 5도움을 넘어섰다. 2015년 대전시티즌을 통해 K리그 무대를 밟은 완델손은 한국에서 여섯 시즌째를 소화하고 있다.

한국물을 오래 먹은 '고참' 외국인 선수지만 사실 완델손에 대한 평가는 그간 크게 엇갈렸다. 이따금 놀라운 장면을 만들었지만 팀플레이와 마무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았다. 지난해 전남에서도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지만 팀의 실질적인 경기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결국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하며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17년 후반기 이후 스틸야드로 돌아온 이번 시즌 초반도 비판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팀이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외국인 선수로서 활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반전은 김기동 감독의 부임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4월 말 이후 출전한 경기에서 8골 2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초 1도움을 제외하면 모든 공격포인트가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나온 것이다. 김기동 감독의 새 판 짜기에 완벽히 녹아들며 포항 공격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데 성공했다.

완델손은 단순히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뿐만 아니라 고참으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다. 1989년생의 완델손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김광석과 배슬기 두 명뿐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모습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완델손은 "선수들이 다른 때보다 정신력과 준비 자세를 잘 갖췄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며 고참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이번 이적시장을 거치면서 완델손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팀의 상징이었던 김승대가 전북현대로 이적하면서 공백을 메꿔야 했기 때문이다. 완델손은 "김승대와 비교 자체가 영광"이라며 "외국인 선수지만 한국에 오래 있었고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완델손은 지난달 말에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를 뛰었다. 팀 K리그 소속으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완델손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종횡무진 활약하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K리그 팬들에게 널리 알렸다. "K리그의 실력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며 완델손은 겸손하게 그날을 회상했다.

최근 활약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완델손은 "한국에 와서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은 공격적인 포지션에 집중하다 보니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기면서 골을 많이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단 버스에 올라탈 시간이 되어 마지막으로 개인의 목표를 물었지만 완델손은 오직 '팀'만을 이야기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우리 포항이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오늘 같은 협동심과 투지를 계속 보여주게 되면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많은 팬께서 먼 수원까지 와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고 이러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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