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150일 만의 복귀, 하지만 서울E를 막아선 잠실의 큰 장벽

서울이랜드가 돌아온 잠실종합운동장 정문은 이렇게 대형 임시 건물이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잠실=김현회 기자] 서울이랜드가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왔다. 서울이랜드는 4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19 부천FC와의 홈 경기를 열었다. 지난 3월 9일 이후 무려 150일 만에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와 치르는 경기였다.

서울이랜드는 전국체전 100주년을 기념해 잠실종합운동장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홈을 떠나 천안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서울시 내에서는 K리그를 치를 수 있는 천연잔디 경기장이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뿐이다. 효창운동장과 목동운동장 등은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K리그 규정상 프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 결국 경기장을 구하지 못한 서울이랜드는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올 시즌 대다수의 경기를 열어야 했다.

150일 만의 복귀, 서울E의 다양한 준비
서울이랜드는 올 3월 개막 이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두 경기를 치르고 이후 천안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다 지난 달 14일 광주FC와의 천안 경기 이후 다시 짐을 싸 잠실로 옮겼다. 구단 살림을 모두 옮겨야 하는 이사였다. 하지만 서울이랜드는 8월 다섯 차례의 홈 경기 이후 다시 천안으로 떠나야 한다. 오는 10월 4일부터 전국체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는 간간이 잠실종합운동장을 쓸 수밖에 없다. 연고지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그래도 팬들과 구단은 잠실종합운동장 복귀를 기다렸다. 서울이랜드는 이날 부천과의 경기 전부터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지속적으로 잠실 및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고 부천과의 잠실 복귀전에는 창단부터 구단과 함께해준 ‘파운더스’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직접 쓴 손 편지와 기념 머플러를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지난 7월 21일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강정묵의 프로데뷔 기념식도 열었다.

서울이랜드 홍보대사인 ‘걸그룹’ 네온펀치는 물론 K리그 콘텐츠 홍보대사 강은비의 사인회도 열었다. 경기 전부터 팬들은 사인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잠실 복귀를 반겼다. 구단 MD샵에서는 레플리카 유니폼과 장우산을 새롭게 출시했고 8월 5경기 중 3경기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출시했다. ‘천안이랜드’라는 오명을 쓴 서울이랜드가 진짜 연고지인 잠실에서 오랜 만에 인사하는 경기인 터라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더군다나 서울이랜드는 지난 전남 원정에서 감동적인 승리를 거두며 팀 분위기도 좋았다.

서울이랜드는 잠실 복귀전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스포츠니어스

입구에 떡하니 자리한 대형 임시 건물 정체는?
하지만 돌아온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이랜드를 별로 반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구단 직원들은 일단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와 변한 경기장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기장 정면에 있던 서울이랜드 대형 엠블럼과 간판이 철거돼 있었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그나마 서울이랜드의 흔적은 바로 이 대형 엠블럼이 전부였었다. 하지만 이 조형물은 철거됐고 경기장에는 서울이랜드의 흔적을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떼어냈다고 하니 씁쓸해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잠실종합운동장 정면을 딱 가리고 있는 대형 임시 건물이었다. 이는 ‘2019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을 위해 임시로 세운 건물이었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파격적인 공연 장치와 특수효과, 그리고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음악이 배우들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대히트친 공연이다.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의 개회식의 예술감독으로 공연예술계의 혁신적 연출자 디키 제임스와 음악 감독 게비커펠이 만든 화제작이다. 이 공연은 지난 달 공연 전체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어제(4일) 마지막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이랜드 측도 이렇게 알고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연장으로 쓴 임시 건물은 어제 공연을 끝으로 철거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며 11일까지로 연장됐다. 문제는 이 건물을 4일 이후 철거하기로 한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이 사실을 서울이랜드 측에 따로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이랜드는 홈 경기를 치르는 잠실 현장에 와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문제는 이 임시 건물이 정확히 잠실종합운동장 정문 입구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배럭’이 입구를 딱 막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잠실종합운동장
축구 경기가 잠실종합운동장로부터는 푸대접 받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가변석도 사라진 잠실, 그 이유는?
서울이랜드는 홈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 어딘지도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잠실야구장을 거쳐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바로 그 서울이랜드 엠블럼과 간판은 사라졌고 그 앞에는 대형 임시 건물이 떡하니 경기장을 가리고 있었다. 수 차례 잠실종합운동장에 와 취재를 했던 기자들도 “여기가 오늘 경기하는 곳 입구가 맞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관중은 임시 건물이 경기장을 막고 있어 그 옆 작은 통로로 이동해야 했다. 이 곳에서 프로 경기를 한다는 그 어떤 표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경기를 알려야 하는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경기장 입구를 막고 있는 대형 임시 건물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이 사실을 그 누구도 통보해 주지 않아 잠실 복귀 이후 알게 됐다는 점도 대단히 서운할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가 경기 시작 전 임시 건물 앞에 서 일일이 관중을 입구로 안내해야 했다. 서울이랜드는 홈에서 열리는 5연전 중 세 경기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치러야 한다.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프로축구단인 서울이랜드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축구인은 이 모습을 보고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축구 자체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이랜드의 고민은 이뿐 아니다. 그래도 이 광활한(?) 경기장에서 관중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가변석 역할이 컸다. 하지만 가변석도 사라졌다. 올 시즌 잠실에서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전국체전에 맞게 가변석도 철거해야 했다. 결국 가변석의 설치와 철거, 유지, 관리가 어려워진 서울이랜드는 가변석을 아예 팔았다. 열띤 분위기를 자랑하는 서울이랜드의 가변석은 더 이상 없다. 관중은 트랙을 사이에 두고 먼 거리에서 선수들의 활약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FC안양 등이 가변석을 설치해 최근 들어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 행보다.

서울이랜드가 돌아온 잠실종합운동장 정문은 이렇게 대형 임시 건물이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건물 뒷편 잠실종합운동장은 완벽히 가려졌다. ⓒ스포츠니어스

앞으로의 고민은 더 크다
더 큰 고민이 생겼다. 내년 시즌에도 전반기 내내 잠실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경주대회인 ‘ABB FIA 포뮬러 E 챔피언십(이하 포뮬러 E)’이 내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뮬러 E 경주 코스에 잠실종합운동장이 포함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잠실종합운동장에 경주용 트랙을 깔고 철거하는 기간 내내 서울이랜드는 또 다시 잠실종합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이 역시 서울이랜드에는 선택권이 없다. 서울시가 통보하면 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2022년부터는 남동권 개발이 본격화 돼 서울이랜드가 잠실종합운동장을 또 다시 쓰지 못할 가능성도 꽤 높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 시내에서는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K리그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없다. 당장 내년 시즌에 또 다시 서울이랜드 홈 경기장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은 규정 변경을 통해서라도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승인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협조적이지 않다. 서울이랜드 홈 경기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치르는 것보다 대관 사업을 통해 보조경기장을 다른 행사에 빌려주는 게 수익이 더 낫기 때문이다. 서울이랜드는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협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을’이다.

서울이랜드는 150일 만에 안방으로 돌아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그들을 반기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커다란 임시 건물이 경기장 입구를 딱 틀어막고 있어 관중이 오가기에도 불편을 겪으며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다. 서울이랜드는 오랜 만에 안방으로 복귀하면서 관중 맞이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입구 앞 ‘배럭’은 그들에게 큰 허탈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서울이랜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2,332명도 존중받아야 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서울이랜드를 대하는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 사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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