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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서울=전영민 기자] 휴가철 금요일 저녁 상암동의 날씨는 덥고 습했다. 그럼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16,777명의 관중들이 몰렸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금요일 저녁 K리그 경기를 개최하는 이른바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연맹의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 시행 결정에 따라 성남FC, 상주상무, 포항스틸러스, 대구FC 등 여러 팀들이 올 시즌 금요일 저녁에 홈경기를 개최했다.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경기는 없었다. 그리고 2일 드디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첫 번째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 경기가 열렸다. 2일 20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 경기가 바로 상암에서 개최된 올 시즌 첫 번째 금요일 야간 경기였다.

앞서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이 금요일 저녁 K리그 경기 개최 소식을 발표하자 팬들의 의견은 갈렸다. 일부 팬들은 한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저녁에 경기가 열린다면 많은 관중을 불러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팬들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경기가 개최된다면 '불금'을 맞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땐 금요일 경기 개최에 의문을 표했던 팬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서울-대구전 이전까지 올 시즌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입장했던 경기는 9,120명이 입장한 지난 5월 3일의 대구-상주전이었다.

이번 시즌 전북과 함께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울산 역시 지난 3월 29일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 홈경기를 치렀지만 6,052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는데 그쳤다. 다른 팀들 역시 금요일 홈경기에서 인상적인 관중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인천이 지난 5월 24일 상주전에서 5,144명의 관중을 모은 것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하지만 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16,777명의 관중들이 입장했다. 금요일 저녁 직장에서 퇴근한 팬들은 친구, 연인 또는 가족의 손을 잡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방학을 맞아 많은 어린이 팬들과 학생들 역시 경기장을 찾았다.

물론 금요일 저녁에 이같이 많은 관중이 몰린 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지리적 특성이 한몫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K리그 22개팀의 경기장 중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경기장 바로 앞에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이 있고 서울 각 지역을 오갈 수 있는 여러 대의 버스 노선이 존재한다. 홍대입구, 합정, 여의도, 용산 등 서울 중심 지역과 거리 역시 멀지 않다.

그러나 이런 많은 장점에도 덥고 습한 날씨와 휴가 시즌이라는 약점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실들을 감안했을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16,777명의 유료 관중은 분명 의미가 있는 수치였다. '서울이니까 관중이 많이 왔다'라고 단순 치부하기에는 악조건도 많았다는 이야기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에 선수들 역시 보답했다. 이날 서울과 대구 선수들은 90분 내내 수준 높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서울과 세징야를 중심으로 공격을 진행하는 대구의 플레이는 관중들의 함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인해 경기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금요일 저녁 K리그 야간 경기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직은 개선할 점도, 2% 아쉬운 부분도 있는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울-대구전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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