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험난한 세상에서는 뭉쳐야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K리그는 여전히 작은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빅리그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의 자본력을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냉정하게 프로축구는 비즈니스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K리그가 이 험난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까지도 완벽한 대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제시한 '통합'이라는 키워드다. K리그는 통합 머천다이징(MD) 사업 등 계속해서 통합을 통해 살아갈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K리그의 판을 키우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통합 MD

연맹의 통합 MD 사업은 리그 통합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각 구단의 MD 상품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연맹은 K리그의 브랜딩을 포함해 생산 원가 절감, 품질 관리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일본 J리그와 미국 MLS,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도 통합 MD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도 감안했다.

통합 MD 사업 시작 전 K리그 각 구단의 MD 사업은 어려움이 꽤 많았다. 매력적인 상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소 수량으로 생산된 천편일률적인 상품들은 구단의 수익성 증대에 도움이 되기 어려웠다.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지지만 이에 비해 판매량과 상품의 다양성 등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상품의 생산과 판촉 등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맹이 제안한 것이 통합 MD 사업이다. K리그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하면서 각 구단의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맹이 디자인과 생산 업체를 선정한 이후 샘플과 시안을 제작해 구단에 제공하면 각 구단이 연맹을 통해 제품 발주를 하고 팬들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통합 MD 참여한 각 구단들, 일단 '합격점'

연맹의 통합 MD 사업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추진됐다. 처음 통합 MD 사업이 추진됐을 때 10개 구단이 참여해 필통, 지갑, 목베개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이후 2018년 하반기에는 마블코믹스와 협업한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고 2019년에는 13개 구단이 참여해 5월 미니언즈와 콜라보 제품이 한정 출시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구단이 각자의 정체성을 살린 MD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떠오른 대안이 통합 MD다. K리그라는 카테고리 아래 판을 키우자는 개념이다. 각 구단마다 쪼개져 있던 시장이 하나로 확 묶이니 규모가 커졌다. 이로 인해서 미니언즈나 마블 코믹스 등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 또한 더욱 수월해진 셈이다.

각 구단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광주FC 관계자는 "확실히 통합 MD를 통해 콜라보를 진행한 브랜드의 인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누렸다. 화제성도 있어서 홍보에 도움이 됐다"면서 "올 시즌의 경우 미니언즈와 콜라보 작업을 진행했다. 확실히 팬들이 미니언즈와 콜라보한 상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상주상무의 경우 만족도는 더 높았다. 구단 MD를 담당하는 백재호 과장은 "우리 구단의 경우 MD나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브랜드와 개별 접촉을 하기도 힘들고 브랜드의 입장에서 우리 팀에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통합 MD 사업을 통해 재고 부담과 최소 발주 수량 부담을 덜었다. 상당히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뭉쳐야 산다' K리그가 제시하는 생존 전략

아직까지 K리그의 상품 시장은 상당히 작은 편이다. 하지만 세상은 상품 시장이 클 때까지 쉽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K리그의 상품 시장은 충분히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리그는 뭉치는 전략을 선택했다. 마치 몸집이 작은 물고기가 함께 헤엄치면서 큰 물고기에 대응하는 것처럼 하나로 뭉쳐 국내 굿즈 시장과 세계 축구 시장에 대응하는 느낌이다.

'통합'이라는 단어는 현재 MD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K리그는 현재 플랫폼 또한 꾸준히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어플과 홈페이지에 구단 별 홈페이지, 전 경기 티켓 예매, 중계 서비스 등의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험난한 글로벌 세계 축구 시장에서 K리그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과연 그들의 생존 전략은 통할 수 있을까.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