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6 여자 대표’ 김민지, 어머니와 우루과이 그리고 유럽 진출의 꿈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김민지를 만났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늦둥이 막내딸이 국가대표가 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까지 날아가 월드컵 무대를 치르고 왔다. 앞으로 가능성이 더 많은 나이이기에 더 높은 꿈을 꾸고 있다. U-16 여자대표팀의 주장 김민지의 이야기다.

김민지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낸다. 소속팀에서는 미드필더로 뛰고 있으나 춘계여자축구연맹전 때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대표팀에서는 주로 중앙수비수로 뛰고 있다. 그전에는 공격수와 측면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그만큼 예전에는 네이마르의 플레이를 닮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버질 반 다이크의 플레이를 계속 참고하고 있다. 김민지는 헤딩과 킥을 본인의 장점으로 꼽는다. 수비수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태클도 덧붙였다.

서울 마포에서 태어난 김민지의 가족력은 특별하다. 위로 언니 두 명이 있다. 큰 언니와는 24살, 작은 언니와의 나이 차이는 22살 차이다. 언니들의 첫째 아이들은 김민지와 동갑이다. 귀여운 막내로 태어나 가끔 언니들의 장난 섞인 질투를 받고 자라기도 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아버지와는 따로 지내는 중이다. 김민지는 “어릴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살짝 불편했다. 지금은 괜찮다. 아버지와는 주말에는 자주 만나고 연락도 자주 한다. 따로 사는 부분만 빼고는 평범한 가족들과 비슷한 것 같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 대한축구협회

김민지의 든든한 ‘헬리콥터’

김민지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김민지의 어머니는 김민지를 김연아 같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키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김민지는 “내가 축구가 좋았나 보다. 초등학교 때 5학년, 6학년 오빠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혼자 정자 같은 데 앉아서 끝날 때까지 보고 공도 주우러 다니고 그랬다. 어쩌다 보니까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님이 축구부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엄마한테도 물어보니 엄마가 그럼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갔다”라며 피겨 스케이팅이 아닌 축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막내딸이 축구에서 재능을 발휘하자 김민지의 어머니는 ‘헬리콥터 맘’이 됐다. 김연아의 어머니가 김연아를 전적으로 지지했던 것처럼 김민지의 어머니도 최대한 딸과 딸의 축구부를 챙긴다. 김민지의 소속팀 서울동산정산고에는 잔디 구장이 없다. 일주일에 시간을 정해 잔디 구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축구부의 학부모님들은 돌아가며 선수들을 차에 태우고 이동한다. 김민지의 어머니는 이 차량 봉사를 자원하며 아이들을 태워주고 응원한다. 단체 운동인 축구에서 딸만 따로 챙길 수도 없어 축구부 전체를 챙기게 됐다.

김민지는 중학교 때부터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일찌감치 국가대표에도 선발됐지만 지금까지의 축구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머니는 장어 식당을 운영하시다가 식당 건물주와의 의견 충돌로 식당을 접게 됐다. 식당을 접는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도 컸다. 어머니는 두 번째로 한식집을 차렸지만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현재 어머니는 오전에만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 김민지를 지원하고 있다. 김민지는 그동안 대표팀에도 선발되고 장학금도 받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김민지의 가족들은 공식 대회가 아니더라도 그가 경기를 치르는 현장을 꼬박꼬박 찾아온다. 어머니는 이미 대표팀 내에서 펼쳐진 자체 경기를 관전하러 서울에서 목포까지 찾아와 김민지가 뛰는 모습을 보고 돌아갔다. 광양여고와 연습경기 때는 어머니 대신 언니들이 목포국제축구센터를 찾아와 김민지의 경기를 챙겼다. 그만큼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김민지를 아낀다.

특히 어머니는 김민지가 팀의 주장이 되길 바랐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김민지는 현재 U-16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대표팀의 주장을 맡다 보니 어머니의 조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빨리빨리 움직이고, 동료들도 챙기고 감독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는 조언들이다. 김민지는 “정말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하신다. 그래서 제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 대한축구협회

두 살 많은 언니들과 함께한 우루과이 월드컵

서울이랜드FC와 U-20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거쳐 U-16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은 인창수는 김민지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인창수 감독은 “수비는 김민지 믿고 간다. 잠재력이 엄청나다. 성인팀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다”라며 김민지를 극찬했다. 인창수 감독의 전임자였던 허정재 감독도 중학교 3학년인 김민지를 일찌감치 지난해 열렸던 우루과이 월드컵에 데려갔다. 김민지보다 두 살 많은 조민서가 주축인 팀이었다. U-20 대표팀의 이강인처럼 이미 ‘월반’을 경험한 선수다.

김민지에게 작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우루과이 월드컵 멤버가 선발되기 전 슬럼프도 경험했다. 김민지는 “작년 월드컵에 가기 전에 최종 명단을 가리는 일이 있었다. 제가 두 살 언니들 대표팀에 들어가다 보니까 ‘이렇게 힘들게 운동했는데도 내가 월드컵에 갈 수 있을까. 못 갈 거 같다’라는 생각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다.

허정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치들은 김민지를 놓을 수 없었다. 슬럼프에 빠진 김민지의 동기 부여를 위해 힘썼다. 김민지는 “월드컵 출전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코치님이 제 자신감을 지적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고 몸 상태도 올라가면서 우루과이 월드컵에 갈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작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U-17 월드컵을 위해 허정재호와 김민지는 10월부터 짐을 싸 우루과이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안에 들어 있는 캐러멜이 유명한 오레오 초코파이가 맛있는 곳, 목축업이 발달해 스테이크가 유명한 곳이지만 월드컵 무대를 위해 소고기도 바싹 익혀 먹고 한국 반찬까지 챙겨가 식단을 관리했다. 우루과이에서는 밥이 뭉치지 않아 김민지도 빵이나 면 종류를 주로 먹었다.

한국에서는 쌀쌀해지기 시작한 늦가을에 날씨도 더운 우루과이로 떠났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훈련에 매진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아쉬운 성적을 거둔 후 귀국했을 때는 롱패딩을 입어야 하는 날씨였다. 짧은 시기에 가을과 여름, 겨울을 모두 경험했다. 그렇게 김민지를 챙기는 가족들과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아무래도 우루과이까지는 가족들이 동행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민지는 얻은 게 많았다.

약 한 달 전부터 월드컵 무대를 준비했건만, 스페인과 캐나다, 콜롬비아를 만나 1무 2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높은 벽을 실감했다. 김민지로서는 뼈저린 교훈도, 느낀 점도 많았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밟았다는 점이 즐거웠다. 김민지는 “유럽과 배우는 시스템이 다른 것 같고 체격 조건 이런 게 많이 떨어지는 거 같더라. 기술도 부족함을 느꼈다. 대체로 유럽 지역 보다 뒤처져 있다는 점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들, 준비한 것들을 최대한 하려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후회는 없었다. 그냥 후회 없이 뛴 것 같다”라면서 “월드컵 무대를 밟고 선수로서 변화한 점도 있다. 투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때 느낀 점이 경기력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쳤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발전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스포츠니어스

산전수전 다 겪은 김민지의 꿈, ‘유럽 진출’

김민지의 꿈은 유럽 진출이다. 지난 6월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여자팀을 창단한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5월 창단해 첫 시즌 만에 2부 리그 우승에 성공, 1부 리그로 승격했다. 남자팀의 인기와 명성에 비해 창단이 매우 늦은 편이다. 그래도 김민지는 “꼭 이런 유명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라며 꿈을 말했다.

이미 유럽 무대에는 지소연이나 조소현이 뛰고 있다. 최근에는 이금민도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김민지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려 하고 있다. 김민지는 “해외 선수들, 특히 유럽 선수들과 뛰어보고 싶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도 한국 여자축구를 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그 편견을 깨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한참 어른이 되고 싶은 나이다. 김민지는 “대학교도 가서 빨리 성인팀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 유럽에도 진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김민지의 단기 목표는 다가오는 AFC U-16 여자 챔피언십 본선에서 월드컵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9월 중순부터 중국, 베트남, 북한과 조별 예선을 치른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2020년에 열리는 인도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 그때 지금보다 더 성장한 김민지를 볼 수 있을까. 기대된다.

intaekd@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AlpE5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