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004년 수원삼성은 바르셀로나와 친선전을 치렀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호나우지뉴를 비롯해 사비 에르난데스와 카를레스 푸욜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출장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수원삼성은 우르모브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흥미로운 경기였지만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수원삼성에 적지 않은 비난이 쏟아졌다. 호나우지뉴가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수원삼성이 이기기 위해 너무 거친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수원삼성의 승리를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표현한 이들도 있었다.

바르사 이긴 수원, 성적 지상주의였나?

나는 이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이 경기에서 수원삼성이 바르셀로나 초청전의 들러리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 승리를 만끽할 만한 자격이 수원삼성에는 충분했다. 바르셀로나가 이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더 최선을 다해 뛰었어야 한다. 물론 비시즌 기간이었고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세계 최고 축구 클럽이 거액의 돈을 받고 초청된 경기였다면 그에 따른 실망스러운 경기력도 당연히 지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이긴 수원삼성이 비난 받을 경기가 아니었다.

수원삼성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망신은 수원삼성이 시킨 게 아니라 이역만리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 도중 가운뎃 손가락을 내밀며 까딸루냐인에 빙의한 일부 팬들이 더 망신 아니었을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가 내한했을 당시 K리그는 올스타 멤버를 꾸리고도 주전급 선수가 대거 빠진 상대에 2-5로 패했다. 당시 메시는 전반 30분 교체 투입되자마자 가볍게 두 골을 터트린 뒤 후반 시작과 함께 또 다시 교체 아웃됐다. 그리고 메시가 K리그 올스타전에서 MVP에 수상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패한 K리그 올스타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그쳤다며 리그 수준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럽 명문팀 초청 경기는 이겨도 비난받을 수 있고 져서는 안 되는 난감한 승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기면 세계적인 선수의 개인기를 못 봤다면서 성적지상주의를 꼬집고 상대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실더’도 등장한다. 지면 리그 전체 수준을 매도하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이런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모아 일개 클럽팀과 경기하는 자체를 별로 달갑게 보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유벤투스 맞는 팀 K리그, 결성 목적은?

팀 K리그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가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벌써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방한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장사임에는 분명하다. 티켓도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논란이 많은 경기지만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시즌 도중 리그 최고 선수들을 선발해 이런 경기를 치르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벌써부터 열기는 뜨겁다.

나는 이게 호날두와 유벤투스 팬들을 위한 서비스일뿐 K리그로의 팬 유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하기로 한 경기이니 흥행에도 성공하고 더 나아가 K리그에 대한 열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명확하게 해야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이미 몇 차례 해외 유명 구단을 초청해 치른 경기를 되짚어 봤을 때 어떤 식의 결말이건 상당한 논란과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태클도 하고 승리를 쫓다가는 ‘귀하신 분’들을 대접하지 않았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쉽게 패해도 리그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유벤투스전을 앞두고 베스트11 투표 등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경기 콘셉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이게 정말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뽑아 한 번 제대로 붙는 경기인지, 아니면 자선축구 느낌이 나게 경운기 드리블도 하고 마르세유 턴도 하고 골을 넣으면 따발총 세리머니도 하는 축제 형식의 경기인지는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유벤투스 선수들과 진검승부를 펼쳐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고 축제 형식의 경기를 해도 상관은 없다고 본다. 단, 사전에 이에 대한 확실한 콘셉트를 팬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있다.

ⓒ프로축구연맹

경기 전부터 확실해야 할 팀 K리그의 방향성

경기 전 이 승부에 대한 팀 K리그의 명확한 입장 전달이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 이후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콘셉트의 경기를 해도 좋으니 경기 전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으면 좋겠다. 세계 최고 선수들과 여느 경기 못지 않은 승부를 펼칠 것인지, 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이벤트 형식의 경기를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게 승부에도 최선을 다하면서 중간 중간 자선축구처럼 가벼운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유벤투스전을 앞두고 팀 K리그의 방향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그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웃음끼 빼고 승부에 집중하건, 세징야가 키엘리니를 상대로 마르세유턴을 하다가 빼앗기고도 환하게 웃는 축제를 펼치건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

이번 팀 K리그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전북현대 모라이스 감독을 얼마 전 만났을 때 그는 “즐거운 경기가 될 것 같다”면서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에서도 이런 자선축구 경기를 해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라이스 감독은 일단 승패보다는 팬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이 발언을 한 건 팀 K리그의 사령탑이 되기 전 일이었다. 팀 K리그 감독이 됐으니 이 경기에서 골고루 선수를 기용하며 팬 서비스에 집중할 것인지, 전력을 100% 가동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공감을 얻어냈으면 한다. 선수들도 경기 전 서로 합의를 통해 둘 중 하나를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 개개인이 따로 놀면 안 된다.

그냥 단순한 친선전에 무슨 이런 걱정을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껏 여러 차례 해외 유명 구단 초청 경기를 경험해 봤을 때 이 경기 결과는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낳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는 경기를 할지와 정말 올스타전처럼 즐기는 경기를 할지에 대해 그 어떤 선택도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당부하고 싶은 건 경기 전부터 확실히 방향을 정하고 이를 팬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논란은 적지 않을 텐데 그래야 경기 후에도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유벤투스와 마주하는 팀 K리그의 방향은 경기 전부터 확실해야 한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