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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FC안양과 아산무궁화의 경기가 열렸던 13일 안양종합운동장은 들썩였다. 특히 유독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요즘 안양의 아이돌로 떠오르는 조규성이 아니다. 약 3,000명의 관중들은 피부색도 다른 외국인 선수가 공을 잡기만 하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아저씨까지 모두가 환호했다. 그는 팔라시오스였다.

올 시즌 안양에 입단한 팔라시오스는 5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활약하고 있다. 사실 수치 상으로는 팔라시오스가 그렇게 잘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득점 랭킹 15위에 도움도 20위권대다. 하지만 안양은 유독 팔라시오스에게 환호하고 있다. 물론 안양의 경기를 본 사람들도 팔라시오스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관중들은 팔라시오스에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

믹스 커피를 좋아하고 순박하게 생긴 1993년생 콜롬비아 공격수 팔라시오스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투박하다.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접고 또 접을 뿐이다. '아름답다'라는 표현보다 '묵직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런데 빠르고 매력적이다. 저돌적이다. 일대 일 돌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을 잡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골문 근처까지 간다. 그게 팔라시오스다.

현재 K리그2 3위를 달리고 있는 안양은 선수 이름값으로 축구하는 팀이라 보기는 어렵다. 조직적이고 수비적인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팔라시오스는 한 줄기 단비처럼 시원함을 안겨준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돌진해 가지만 어쨌든 시원하게 상대를 위협한다. 안양은 공격의 시발점인 알렉스도 소중하고 골을 만드는 조규성도 소중하지만 팔라시오스에게 유독 관중들의 데시벨이 높은 이유다.

물론 팔라시오스 또한 보완해야 할 단점이 있다. 왼발이다. 팔라시오스에게 왼발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팔라시오스가 활약하고 있는 만큼 상대 수비 또한 팔라시오스를 분석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팔라시오스 또한 왼발에 대해 질문하면 "오른발이 공을 찰 때 디딤발"이라면서 "버스탈 때도 도와준다"라는 농담을 던지며 웃는다. 그만큼 자신 또한 왼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프랑스 음바페가 그랬고 U-20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이강인이 그랬다. 공만 잡는다면 무언가 한 건 해줄 것 같은 두근거림을 팔라시오스가 선사해주고 있다. 과연 올 시즌 팔라시오스는 안양의 에이스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지금 상황을 보면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 일단 사람들이 흔히 표현하는 '크랙'의 자질은 충분히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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