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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광주FC 박진섭 감독의 겨울 양복을 매주 세탁해 주는 이는 이 여름에도 겨울옷을 맡기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광주 박진섭 감독은 이 한 여름 날씨에도 겨울 양복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막전 이후 무패 행진을 거듭하면서 이 겨울 양복을 무패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무패 행진이 끊길 때까지 입겠다던 겨울 양복은 광주가 19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면서 7월인 현재까지도 옷장에 들어갈 일이 없다. 이미 여름 양복을 준비해 놨지만 행여 이 좋은 기운이 사라질까 그는 여전히 겨울 양복을 고집 중이다.

이뿐 아니다. 그는 매 경기 겨울 양복은 물론 겨울 스웨터도 그대로 입고 있다. 경기 전 만난 박진섭 감독은 늘 더위 때문에 자켓은 벗어두고 스웨터 차림으로 기자를 맞는다. “덥지 않느냐”는 질문에 “견딜만 하다”고 웃는다. 심지어 박진섭 감독은 매 경기 양말과 속옷까지도 바꾸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면 땀에 젖은 양복과 스웨터, 양말, 속옷을 깨끗이 세탁해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그에게는 ‘마법 수트’인 셈이다.

14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19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도 광주는 2-0 승리를 거뒀다. 19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2017년 경남FC가 보유하고 있던 K리그2 최다 무패 기록을 깼다. 경기가 끝난 뒤 땀에 흠뻑 젖은 박진섭 감독은 “하루 휴식이 있으니 다시 세탁소에 드라이 클리닝을 맡기겠다”고 했다. 선수 시절 골을 넣으면 그때 신었던 축구화를 다음 경기에 신는 걸 제외하면 큰 징크스가 없었던 그는 지금 징크스를 가장 유별나게 믿고 있는 지도자가 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겨울 양복을 매주 세탁하는 이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스포츠니어스>는 여러 단서를 통해 해당 세탁소를 찾아냈다. 바로 박진섭 감독이 살고 있는 전남 목포의 Y 아파트 1단지 세탁소였다. 제보에 따르면 해당 세탁소 사장은 박진섭 감독의 존재는 물론 그가 K리그에서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해당 세탁소 사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월부터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하자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여기 목포에 그런 분이 있다고요? 정말 제대로 알고 전화하신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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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과 구단 관계자, 박진섭 감독의 말을 종합했을 때 틀림 없는 이 세탁소였다. 해당 아파트 단지에는 이곳이 유일한 세탁소였고 박진섭 감독의 말대로 여자 사장이 운영 중이었다. 복수의 인물을 통해 확인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세탁소 사장은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세탁소 사장은 “우리는 세탁물을 맡기는 사람 이름을 따로 적지 않는다. 동과 호수만 적기 때문에 따로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한다”면서 “여름에도 겨울 양복을 맡기는 이들이 많아서 이상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단지가 크기 때문에 누군가 유독 매주 세탁물을 많이 맡긴다고 해 기억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세탁소에서 세탁한 옷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감독이 있다고 하자 껄껄 웃었다. 그는 “여름에 겨울 양복 세탁이 들어와도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런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런데 정말 이곳이 맞느냐?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분이 행운처럼 여기는 옷을 세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K리그 역사에 남을 겨울 양복은 이렇게 동네에서 다른 세탁물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박진섭 감독이 굳이 자신의 신원을 알리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장에서도 늘 겨울 양복 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해당 세탁소 사장은 환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이 사실을 전해 들으니 우리도 기분이 좋다”면서 “우리 세탁소에서 세탁한 옷이 그런 훌륭한 기록 달성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분이 우리가 깨끗이 세탁한 옷을 입고 계속 좋은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마음 속으로 계속 응원하겠다.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열심히 세탁할 준비가 돼 있으니 계속 그 양복을 맡겨달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겨울 정장 드라이 크리닝은 7천 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박진섭 감독은 오는 27일 FC안양과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에도 기분 좋게 이 겨울 정장을 세탁소에 맡길 수 있을까. 안양도 4연승 중이라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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