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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인턴기자] 수원삼성 중원의 핵심이었던 엘비스 사리치가 1년 만에 수원을 떠난다. 행선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다.

알 아흘리는 1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리치 영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구체적인 연봉과 이적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사리치는 알 아흘리 이적으로 20억원 수준의 연봉을 보장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팬들로선 뼈아픈 소식이다. 사리치는 지난해 여름 수원에 합류한 이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수원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후 사리치의 주가가 치솟았다. 사리치는 조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유니폼을 입고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에 출전해 이름을 떨쳤다. 로베르트 프로시네치키 보스니아 국가대표팀 감독은 사리치를 보스니아 중원의 핵심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사리치는 많은 피로를 호소했다. 과거 A매치 출전으로 인해 한국과 유럽을 오갔던 많은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그랬듯 사리치 역시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그럼에도 사리치는 프로다웠다. 사리치는 매 경기 최선을 다했으며 수원의 승리를 위해 앞장서서 뛰었다. 오히려 의욕이 넘쳐서 문제가 될 정도였다.

알 아흘리로부터 이적 협상에 돌입한 이후에도 사리치는 끝까지 수원만을 생각했다.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수원삼성 이임생 감독은 사리치의 이적설을 언급하며 사리치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사리치의 이적설을 갑작스레 접하게 되었다"며 운을 뗀 이임생 감독은 "이번 경기(인천전)를 준비하며 사리치가 출전 의지를 내비쳤다. 사리치가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준 사리치에게 고맙다"며 사리치를 치켜세웠다. 결국 사리치는 이날 1도움을 기록했고 사리치의 활약 덕에 수원은 3-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리치는 정신적인 부분만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다. 경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패스 능력, 한 차원 다른 기술과 탈압박,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까지. 사리치는 K리그 입성 1년 만에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잡았다.

기록을 통해서도 사리치의 클래스는 증명됐다. 지난 7월 수원에 합류한 사리치는 지난 시즌 리그 18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수원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더불어 사리치는 지난해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맹활약하며 수원의 두 대회 4강 진출에 기여했다.

올 시즌에도 사리치의 기세는 이어졌다. 사리치는 이번 시즌 리그 12경기에 출전해 1골 7도움을 기록하며 김승대와 더불어 최다 도움 자리에 위치해있었다. 이 같은 사리치의 활약 덕에 수원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반전에 성공하며 현재 5위 대구(승점 33점)에 승점 4점 뒤진 리그 6위(승점 29점)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만약 사리치가 없었다면 현재 수원의 성적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수원팬들의 눈은 사리치 대체 선수 영입에 쏠린다. 현 수원의 스쿼드에서는 사리치를 대체할만한 선수가 없다. 그간 수원에서 사리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컸다. 사리치가 출전하지 않을 경우 수원은 경기 운영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사리치 대체는 새 선수 영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10일 인천과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이임생 감독으로부터 사리치 대체자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임생 감독은 새 선수 영입에 대해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며 암울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수원 구단 관계자는 "구단이 사리치 영입으로 발생한 이적료로 새 선수 영입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영입 계획을 전했다.

그간 수원은 모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감소 추세 속에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에 실망한 많은 팬들이 빅버드를 떠났다. 떠난 팬들을 잡기엔 이미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지만 남아있는 팬들의 마음이라도 붙잡기 위해 수원으로선 확실한 영입이 필요하다. 1년간 수원에서 많은 것을 남긴 사리치는 떠나는 순간까지 수원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수원을 위해 적지 않은 이적료 역시 선물했다. 이제는 수원이 사리치가 남긴 선물로 팬들에게 보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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