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최대 피해자’ 인천 김호남은 누가 위로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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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아, 그 얘기 하셔도 돼요.” 인천으로 트레이드 된 김호남은 아무 것도 숨기지 않았다. 어제(4일) 김호남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한 상황일 텐데 난감한 질문은 하지 않을 테니 인천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의 각오만이라도 듣고 싶다”고 했더니 돌아온 말이다. 김호남은 때론 분노하기도 했고 때론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또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트레이드 과정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트레이드에 대해 알고 있는 그대로 전했다.

김호남은 트레이드의 명백한 ‘최대 피해자’
김호남은 남준재와의 트레이드 사실을 당일인 지난 3일 통보받았다. 그리고는 세 시간 만에 구단에서 나와 곧바로 인천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는 3일 오전에도 “다가올 수원전에서는 슈팅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팀 동료들을 이끌고 슈팅 개인 훈련을 했던 선수였다. 그런 그가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점심 식사 후 트레이드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으니 그 심정은 감히 가늠되지 않는다. 대화 도중 “황당하겠다”고 묻자 “황당을 넘어섰다”고 했다. 하긴… 이 상황은 ‘황당’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됐다. ‘황당’이라는 단어를 말하고도 민망했다. ‘충격’이라는 단어가 더 맞을 것 같다.

김호남은 이번 트레이드의 최대 피해자다. 인천 구단은 팬 간담회를 열어 트레이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했고 제주는 남준재가 자신들의 팀으로 이적하게 된 걸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남준재는 말을 아끼는 중이다. 남준재에게 어제(4일)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선수에게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인터뷰하고 싶다.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장이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김호남은 가장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트레이드로 이적하게 됐고 그 트레이드 상대가 팀의 상징적인 선수였으니 분노와 허탈함, 그리고 본의 아닌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핵심은 남준재가 제주행을 희망했느냐는 점이다. 내가 취재한 결과 남준재 역시 제주행을 원했다는 쪽이었다. 인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간담회에서 전했다. 하지만 나는 어제(4일) 김호남의 전화 인터뷰를 전하면서 ‘남준재도 제주행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표현을 썼다가 급하게 수정했다. ‘남준재는 트레이드를 알고 있었다’로 순화했다. 워낙 민감한 문제였고 당사자인 남준재의 입장을 들어봐야겠다고 판단해 표현을 수정했다. 이 논란은 당사자가 입을 열거나 시간이 더 흘러야 명확한 사실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준재는 아직 말이 없다. 물론 언젠가는 그도 이 일에 대해 말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역시 지금 이 논란이 몹시 혼란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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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남은 누가 위로해주지?
이번 일은 모든 취재와 기사가 조심스럽다. 어제(4일) 인천의 팬 간담회도 구단에 취재를 문의했지만 인천 구단은 정중히 취재 문의를 거절했다. “구단과 팬의 대화가 기사화되는 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이에 동의했고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지 않은 채 추이만 지켜봤다. ‘희망한다’와 ‘알고 있었다’는 표현 하나도 민감할 정도로 이 일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그래도 팬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한다는 점은 인천 구단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남준재가 트레이드 대상이 된 건 잘잘못 여부를 더 따져봐야 한다.

쟁점이 남준재의 의지가 어땠느냐로 넘어가면서 김호남만 더 애매한 상황이 됐다. 김호남은 이번 트레이드 논란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데 그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호남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트레이드를 당했다는 건 남준재가 제주행을 원했냐, 원하지 않았느냐와 관련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그래서 나와의 통화에서도 다소 민감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질문을 피하려는 나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그 질문 하셔도 돼요.” 그리고 일방적으로 당일에 트레이드를 통보한 제주 구단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 일의 명백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랴부랴 간단한 짐만 싸 인천으로 올라왔다. 그의 아내는 현재 제주에서 홀로 짐을 정리 중이다. 쌍둥이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제주도에 남아 있다. 김호남은 혼자 인천으로 올라오는 비행기에서 ‘축구선수가 뭐라고 이렇게 가족까지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의 아내는 주말쯤 짐 정리를 하고 인천으로 와 김호남과 함께 새로 생활할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호텔에서 지내야 한다. 정말 축구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건 제주 구단의 기본적인 배려가 전혀 없었다. 김호남은 “하루만이라도 미리 말해줬으면 정리할 시간이라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오전에 슈팅 연습하다가 트레이드 통보를 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인천’이어서가 아니라 ‘통보 방식’에 분노한 것
김호남은 인천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와 맞바꾼 선수가 팀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남준재가 제주행을 원했는지와 상관없이 김호남은 박힌 돌을 뺀 굴러온 돌이 됐다. 물론 여기에 김호남의 의지는 단 1%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트레이드의 최대 피해자이지만 이슈의 중심에는 남준재만 서 있을 뿐 김호남은 피해는 피해대로 입으면서 환영은 받지 못하는 애처로운 신세가 됐다. 상대적으로 인천에 비해 팬이 적은 제주에서 왔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남준재가 제주로 가면서 인천 팬들이 들고 일어나 간담회를 여는 동안 김호남은 홀로 호텔에 짐을 풀고 만삭의 아내와 살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시는 이런 트레이드는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양 구단이 합의할 경우 선수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트레이드는 사라져야 한다. 소위 말해 이적 ‘당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인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돈과 실력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선수라지만 선수들의 기본적인 의사 결정권은 존중해야 한다. 이 이적을 진행한 구단 관계자나 에이전트도 만약 당일에 이직 통보를 받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선수가 구단의 소모품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호남이 제주를 떠날 때 작별 인사를 제대로 전한 구단 관계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다. 남준재가 이번 이적을 희망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가장 큰 피해자인 김호남을 인천 팬들이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게 꼭 특정 선수여서가 아니다. 원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우리 팀 일원이 되면 그 누구보다도 더 의리 있게 챙겨주는 모습은 어떨까. 이렇게 한 가족이 되면 뜨겁게 박수로 맞아준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이 팀은 선수가 정말 가고 싶은 구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떠나게 되면서 인천 팬들도 당황스럽겠지만 남준재는 남준재고 김호남은 김호남이다. 김호남이 트레이드 소식에 분노한 건 그게 인천이어서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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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피해자’ 김호남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자
김호남은 당일 트레이드 통보에 분노하면서도 인천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그는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 인천은 정말 간절하게 뛰는 팀이었다”면서 “나도 간절하게 뛰는 선수다. 팀에 녹아들고 싶다”고 했다. 남준재가 떠난 것만 쏙 빼놓고 본다면 이런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팀에 들어왔다는 점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준재가 팀을 떠난 문제는 그 자체로 잘잘못을 더 따지자. 대신에 김호남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에 대한 공감과 그에 대한 격려, 응원을 보내자. 팬을 대하는 마인드나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투지만 놓고 봤을 때도 김호남은 참 좋은 선수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김호남은 인천 선수다. 본인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뛸 준비가 돼 있다. 트레이드가 되는 날까지도 팀을 위해 슈팅 연습을 했던 선수라면 충분히 환영할 만한 영입이다. 비교 대상이 팀의 상징과도 같은 남준재여서 그렇지 김호남이 어디 가서 꿇릴 만한 선수인가. 헤어진 여자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꿀 떨어지는 눈빛을 교환하는 게 더 행복한 일 아닐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검푸른 유니폼을 입고 김호남이 등장하는 순간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독이 잔뜩 오른 김호남에게 보내는 박수는 그 어떤 선수를 향한 박수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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