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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K리그 인천 남준재와 제주 김호남의 트레이드에 대한 말이 무성하다. 양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준재와 김호남을 맞바꾸는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나 인천 팬들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남준재를 제주로 떠나보낸 구단의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 4일 밤에는 코칭 스태프와 팬들간의 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남준재를 다른 팀으로 보낸 결정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또 한 명의 난처한 선수가 있다. 바로 김호남이다. 그는 남준재와 유니폼을 맞바꿔 입으며 인천으로 이적하게 됐다. K리그에서 무려 212경기에 나서며 40골 19도움을 기록한 김호남 영입은 인천에 분명한 이득이다. 하지만 그와 맞바꾼 선수가 남준재라는 사실에 팬들은 반발하고 있다. 물론 김호남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스포츠니어스>는 누구보다도 지금 상황이 난처한 김호남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 역시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는 말투였다. 김호남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대화에 응했다.

김호남은 이 트레이드 소식을 당일인 어제(3일) 알았다. 그는 “주말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에 혼자 슈팅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에이전트를 통해 ‘네가 지금 바로 인천으로 이적할 것 같다. 남준재와 트레이드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너무나도 황당하고 믿을 수 없어 ‘무슨 소리냐’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다 진행이 돼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호남은 이 소식을 들은 뒤 세 시간 만에 짐을 싸 제주 클럽하우스를 떠나야 했다. 그나마 정이 들었던 선수들과 급하게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몹시 당황스러운 통보였다. 김호남은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양 구단끼리 합의가 된 다음이었고 이 정도 되면 내가 가기 싫다고 버틸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황당함을 넘어 ‘멘붕’이었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더군다나 김호남의 아내는 현재 쌍둥이 임신 7개월차로 접어 들었다. 김호남은 구단의 통보로 홀로 인천에 도착했다. 현재 만삭의 아내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한 뒤 혼자 제주도 집을 정리 중이다.

김호남은 하루 만에 제주에서 인천으로 날아와 계약서에 사인하고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직 살 집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방금 인천 구단과 계약을 마치고 유상철 감독님, 이천수 강화부장님을 만난 뒤 호텔로 가고 있다”면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호남은 “선수가 마음에 안 들면 구단이 선수를 맞바꿀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가정이 있고 임신한 아내가 있는 사람이다. 집도 알아봐야 한다. 오늘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축구선수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 가족까지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호남에게는 이적 거부권이 없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원소속 클럽에서의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거부할 수 없다. 김호남은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 이적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만이라도 먼저 이야기해줬더라면 그래도 정리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점심 때 통보 받고 세 시간 뒤에 정든 선수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감정이 있는 일인데 여러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당분간 호텔에서 지내면서 곧바로 살 집을 알아볼 예정이다. 그의 아내는 일단 주말쯤 인천으로 올라와 김호남과 함께 집을 구하기로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남준재는 이미 이 트레이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또 다른 당사자인 김호남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당일 이적 통보를 당했다. 그 역시 이 상황이 화가 나면서도 난감하다. 팀을 대표하던 남준재를 대신해 들어온 김호남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인천 팬들도 많다. 그는 “나만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인천에 적응해야 한다. 그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인천 선수들은 내일 훈련장에서 처음 만날 예정이다. 어제는 잠을 못 잤으니 오늘은 푹 자고 싶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인천 팬들이 가장 애정하는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며 화가 많이 나셨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내가 제주를 떠나올 때 마음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실망스러울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다른 팀에서 인천을 상대했을 때 인천은 정말 간절하게 뛰는 팀이라고 느꼈다. 나 역시도 그렇게 간절하게 축구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히 팀에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사도 제대로 하고 오지 못한 제주 팬들에 대한 인사도 전했다. 김호남은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팀에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미안한 마음은 그라운드에서 활약으로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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