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재 트레이드’ 인천, 전력 강화도 좋지만 ‘레전드’ 대우는?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인천유나이티드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인천은 남준재를 제주유나이티드로 이적시키는 대신 김호남을 데려왔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남준재와 김호남의 맞트레이드 소식에 여기저기 들썩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에서 남준재의 상징성은 꽤 크다. 201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인천에 입단한 남준재는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도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선수였다. 인천 입단 ‘오피셜’만 세 번이다. 마지막으로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겠다는 남준재는 제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냉정하게 이번 트레이드는 인천이 조금 더 좋은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시즌 남준재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부상도 찾아왔다. 하지만 여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벌써부터 구단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고 있다. 김호남이 문제가 아니다. ‘남준재가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문제다. 인천에 남준재가 없는 상황은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

인천의 선수 정책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팀을 위해 충성을 바친 선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이 쯤 되면 임중용 수석코치가 아직도 인천에 있다는 것이 용할 정도다. 물론 임 수석코치 또한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인천이 허무하게 떠나보낸 선수들은 많다. 그 선수들이 더 좋은 제의를 받아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팽’이었다.

최근에도 인천은 그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윤표와 최종환이다. 임중용에 이어 인천 소속으로 K리그 출전 횟수 2위인 이윤표는 아직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나름 인천의 전설인 이윤표는 지금 ‘관중’이다. 2018 시즌 주장이었던 최종환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 인천은 최종환을 계약 만료로 그냥 내보냈다. 최종환은 약 6개월 동안 혼자 구슬땀을 흘린 이후 서울이랜드라는 새 둥지를 찾았다.

비교적 재정 상황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의 특성 상 선수의 이적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함께할 수 있는 선수를 황당하게 떠나보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연봉 협상 과정 등에서 서로 이견이 생겨 떠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남준재의 이적은 이와도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트레이드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는 트레이드와 관련해 ‘선수는 원소속 클럽에서의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거부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K리그는 비즈니스다. 그래서 냉혹한 시장 논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K리그를 보는 이유는 냉혹한 시장 논리가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다. 그것은 역사와 이야기다. 그래서 수많은 해외 팀들은 아무리 돈이 들어도 ‘레전드’를 대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돈이 남아 돌아서 그렇게 대접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다 장기적으로 팀에 발전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남준재는 인천의 원클럽맨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상징적인 선수라 불린다. 그만큼 이야기가 많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그의 일관된 이야기는 ‘인천’으로 향한다. 그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2017년 7월 FC서울과의 경기였다. 경기 후 서포터스를 찾아간 남준재는 자신의 응원가를 듣던 중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계속되는 선수 이적에도 인천 팬들은 자신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선수, 남준재가 있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올 시즌 인천의 평균 관중 수는 8,000명이 넘는다. 지금 인천은 축구를 잘해서 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인천에 돌아와 감격에 눈물을 쏟는 남준재와 같은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가 인천에 보여준 진심에 사람들은 K리그1 꼴찌, 12위 팀을 위해 경기장을 찾고 응원을 보낸다. 돈이 없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는 이유를 인천은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준재는 인천에서 K리그 200경기 출전 기념식을 열었기 때문에 이번 이적이 더욱 충격적이다. 그 때만 해도 이런 트레이드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남준재는 올 시즌 팀의 주장이었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남준재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은 팬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인천 응원가에는 이런 노래가 있다. ‘서쪽 끝 도시의 사람들 세상은 거칠다 말하지, 하지만 최고의 석양과 낭만과 꿈들을 가졌다네.’ 인천 팬들이 노래하던 낭만은 다시 한 번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것도 그들이 그토록 응원하던 인천 구단에 의해서. 인천은 전력 강화를 선택하면서 팀의 심장을 떠나보냈다. 과연 옳은 방향을 위한 선택인지 인천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제 최고의 석양과 낭만과 꿈을 가졌다는 인천의 경기장은 예전만큼 뜨겁게 두근거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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