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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이정원 인턴기자] 권순우는 이제 '2인자'가 아니다. '1인자'라 불러도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권순우(22·당진시청)는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18번 코트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파운드·약 557억3000만원) 첫날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세계랭킹 9위 하차노프(23·러시아)에게 1-3(6-7<6-8>, 4-6, 6-4, 5-7)으로 졌다. 1회전에서 패한 권순우는 본선 진출에 따른 상금 4만5000파운드(6600만원)를 받는다.

패배 속에서도 권순우는 희망을 봤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상대를 물고 늘어졌고 무려 3시간 7분 동안이나 경기를 펼쳤다. 특히 1세트가 아쉬웠다. 6-6까지 끌고 가며 타이브레이크 6-5로 앞서며 1세트를 따네는 듯했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또한 상대 서브 차례인 2·4세트에서도 하차노프를 끝까지 괴롭혔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실책과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가 모두 포인트로 연결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3세트를 따내는 데 그친 권순우는 메이저대회 첫 세트를 따낸 것을 위안으로 삼은 채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권순우는 좌절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권순우는 대한테니스협회에서 ”하고 싶은 플레이를 거의 해서 후회는 없다”며 “경기 시작 전 공격적으로 먼저 경기를 풀어가고 싸움을 먼저 걸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권순우의 서브 최고 시속은 212㎞를 기록, 209㎞의 하차노프를 오히려 앞도했다. 물론 서브에이스에서 18-6으로 뒤졌지만 속도에서는 밀리지 않은 셈이다. 특히 현재 서브만큼은 정현보다도 났다는 평이다.

하지만 권순우는 아직 자신의 서브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우는 ”3세트를 따내고도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매 포인트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하면서 ”결정적일 때 첫 서브가 터져주지 않았다. 서브로 게임을 풀어야 할 때 못 푼 장면이 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서브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예선 3연승으로 본선에 진출해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 본선에 오른 그는 ”3주 전부터 잔디 코트 대회에서 뛰면서 충분히 적응했다”며 “이번 대회 플레이는 100점 만점”이라고 자평했다.

사실 권순우는 한국 테니스계에서 '2인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이유는 한 살 형인 정현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현은 지난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18년 호주 오픈에서는 조코비치를 꺾고 4강에 안착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부상이 정현의 발목을 잡았고 그는 현재 재활 중이다.

반면 권순우는 서두르지 않으며 때를 기다렸다. 투어 대회가 아닌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자기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더욱 발전했다. 그리고 윔블던 예선전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윔블던 본선을 밟는데 성공했다.

물론 평범한 신장에 작은 체격이 단점으로 뽑히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권순우의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브를 조금 더 연구해 초반 서비스 게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한다면 상대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말처럼 권순우는 1회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제 목표는 투어 대회 토너먼트에서 승리해 쭉쭉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정현과 함께 한국 테니스계의 희망인 권순우가 앞으로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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