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명물 된 화제의 ‘공룡좌’ 전격 인터뷰 “경기 잘 안 보여”

ⓒ 강원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지난 23일 강원FC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린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이날 경기는 경기장을 찾은 사람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반 중반까지만 해도 포항이 네 골을 넣으며 앞서 나갔지만 이후 강원이 무려 다섯 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해외에도 널리 퍼져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강원의 기적을 봤다. 하지만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저 공룡은 뭐야?”

이날 강원의 응원석에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강원의 팬들 사이로 공룡 한 마리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강원 구단이 만든 풍선은 아니었다. 그 공룡은 강원의 팬들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이 공룡은 마치 1억 4,600만년 전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백악기 당시 공룡이 포효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재밌는 경기 중에도 공룡의 모습은 ‘시선강탈’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누리꾼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공룡좌’라는 별명을 붙였다. 공룡이라는 단어에 상대를 높여 부르는 인터넷 은어인 ‘좌’가 붙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공룡좌’의 정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높아졌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가 ‘공룡좌’를 찾아 나섰다. 지금부터 ‘공룡좌’ 권현 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올 시즌 강원 경기에 ‘공룡좌’가 등장한 이유는?
‘공룡좌’는 <스포츠니어스>의 전화를 받자 깜짝 놀랐다. 그는 “마침 <스포츠니어스> 유튜브 보고 있던 중 전화가 왔다”면서 “순간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공룡좌’는 한창 <스포츠니어스>의 ‘조축개축’ 최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었다. ‘공룡좌’다운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전화 상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승낙했다.

‘공룡좌’는 언제부터 공룡 탈을 쓰게 됐을까? 그는 “내가 관종이어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공룡좌’는 “인터넷을 하다가 한 커뮤니티에서 공룡 탈을 쓰고 친구들끼리 민속촌에 가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것을 보고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야구장에는 NC다이노스 팬이 창원에서 하더라. 축구장에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쓰면 조금 화제가 될 것 같더라”고 밝혔다.

곰돌이 잠옷 대신 선택한 것은 대형 공룡 탈이었다 ⓒ 본인 제공

하지만 강원 홈 경기장에 ‘공룡좌’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는 “창단 때부터 ‘관종’이었다”라면서 “강원의 마스코트가 곰이다. 그래서 원래 곰 잠옷을 입고 경기장에 많이 갔다. 그런데 10년이 넘다보니 많이 낡아서 새 것으로 교체를 고민하던 중에 공룡이 눈에 띄었다. 가격을 알아보니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먹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공룡좌’가 된 것은 지난 5월 19일 성남FC와의 원정경기였다. 그 때 ‘공룡좌’는 원정 응원석에 처음으로 공룡 탈을 쓰고 나갔다. 당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공룡좌’는 “많은 사람들이 ‘나잇값 못한다’라고 하더라”면서 “예전부터 동물 잠옷을 입었던 걸 아는 분들은 재밌어 했다”라고 회상했다. 강원에는 그렇게 ‘공룡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마디 덧붙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머니도 모르고 가족들도 모른다.”

앞으로도 ‘공룡좌’는 계속해서 강원 경기장에 등장할까?
‘공룡좌’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강원과 포항의 경기였다. 강원이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을 펼치자 덩달아 ‘공룡좌’ 또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원이 다섯 번째 골을 넣고 나서 ‘공룡좌’의 모습이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강원의 오랜 팬인 ‘공룡좌’ 또한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공룡좌’는 경기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공룡 탈을 쓰면 경기가 제대로 보일 수 없다. 눈 부분이 비닐 재질로 되어있다. 비닐이 눈 앞에 있으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형태는 조금 보이는데 정확하게는 안보인다. 경기장 안에서는 우리 팀과 상대 팀 구분하는 정도다. 정확히 골을 보기 어렵다. 흐릿하게 보면서 선수들의 반응과 팬들의 소리를 가늠해서 골이 들어갔다고 짐작한다. 강원이 다섯 골을 응원석 바로 앞 골대에 넣어서 망정이지 반대편에 넣었으면 못봤다. 포항이 후반전에 넣은 두 골도 나는 못봤다.”

ⓒ SPOTV 중계화면 캡쳐

이 경기 이후 ‘공룡좌’는 조금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공룡좌’는 이 경기 이후로 한동안 공룡 탈을 쓰지 않을 계획이었다. 더위 때문이었다. 공룡 탈이 아무리 가벼워도 옷보다 무게가 상당하다. 게다가 밀폐되어 있어 습도가 높을 경우 더욱 숨막힌다. “지난 포항전 이후 ‘여름에는 좀 안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룡 탈을 당분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좌’는 다음 경기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내게 와서 말도 걸고 장난도 많이 친다”면서 “내가 돈 받고 일하는 구단 직원도 아닌데 경기 끝나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려와서 사진 한 번 찍어달라고 한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니 다음 경기에도 써야할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공룡좌’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인 강원이 더욱 잘 되는 것이다. ‘공룡좌’는 강원 창단 당시 길거리 홍보에도 함께 나서는 등 강원의 희노애락을 모두 함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원에 좋은 소식이 더욱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공룡 탈을 쓰고 다니는 것도 강원에 홍보가 되고 긍정적인 요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역시 그냥 공룡이 아니라 ‘공룡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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