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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춘천=조성룡 기자] 프로 데뷔전을 치른 강원FC 이광연이 지옥에 떨어졌다 천국으로 향했다. 강원의 형들이 이광연을 웃기고 울렸다.

2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강원FC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화두는 단연 이광연이었다. 이광연은 최근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광연은 많은 부분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교적 작은 키지만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줬고 여러 차례 선방을 만들어냈다. 승부차기에서도 활약했다.

무엇보다 이광연을 스타로 만든 것은 그의 집중력이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그는 경기 종료 후에도 끝까지 상대의 슈팅을 막기도 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조현우에 이어 '빛'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팬들은 이광연을 향해 '빛광연'이라고 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런 그가 소속팀 복귀 이후 포항을 상대로 K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전 강원 김병수 감독은 이광연에 대해 "지켜보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포항 김기동 감독은 "어린 선수니 실수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씩 웃었다. 다들 온통 이광연 이야기 뿐이었다. 이날 춘천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골키퍼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도 찾아와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몰론 실베스트레 코치가 골키퍼만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광연의 데뷔전은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에 나선 이광연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전반에만 포항 완델손에게 2실점을 허용하며 고전했다. 좋은 선방도 두어 차례 보여줬다. 포항 공격진은 그야말로 신나게 이광연을 공략했다. 후반에도 마찬가지였다. 강원 수비는 무너졌고 이광연은 계속해서 외로운 싸움을 맞이해야 했다. 그 사이 완델손은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이석현도 득점에 가세했다.

강원에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포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무려 4경기 동안 득점이 없었다. 포항이 일류첸코와 필로세비치를 급하게 데려온 것도 득점력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포항이 무려 네 골을 퍼부었다. 강원 입장에서는 다시는 있어서 안될 경기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광연의 데뷔전은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현장에서는 "U-20 월드컵 영웅이 평균 4실점 골키퍼가 되어버렸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물론 4실점이 모두 이광연의 책임은 아니다. 이날 강원의 수비는 붕괴되고 말았다. 어린 이광연에게 외로운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혹했다. 하지만 이광연 또한 팀의 일원이기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광연 또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20분의 장면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포항의 평범한 슈팅을 막아낸 이광연은 강원의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공을 던지며 빌드업을 시도했다. 이는 곧바로 포항의 가로채기로 이어져 또다른 위기를 자초했다. 이광연에게 아직 경험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였다.

하지만 수비가 무너지며 이광연을 울렸던 형들은 힘을 내며 이광연을 활짝 웃게 했다. 후반 25분 조재완의 추격골로 시작된 강원의 드라마는 후반 50분 정조국의 다섯 번째 골이 터지면서 마무리 됐다. 모두가 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 이광연은 정조국의 역전골이 터지는 순간 그라운드 위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 역시 90분 동안 심한 감정 기복을 느꼈을 것이다.

경기 후 강원 선수단은 하나 같이 이광연을 격려했다. 김병수 감독은 "(이)광연이가 살짝 긴장했던 것 같다"면서도 "누구나 처음은 다 있다. 4실점이라고 광연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더욱 큰 선수가 되기를 바라겠다"라고 격려했고 조재완은 "광연이는 할 만큼 했다"면서 "우리 형들이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데뷔전을 무사히 마친 것이 대단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치켜 세웠다.

확실한 것은 이날 이광연이 성인 무대의 가혹함을 제대로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다. 데뷔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저 한 경기일 뿐이다. 앞으로 이광연은 이보다 더 힘든 난관이 펼쳐질 것이다. 이광연은 이를 이겨내야 한 단계 더 좋은 골키퍼로 성장할 수 있다. 데뷔전에서의 4실점은 이광연을 어떤 선수로 만들까? 악몽과도 같은 하루였지만 아직은 더 길게 봐야한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강원도 막판에 힘을 내며 5-4 극장과도 같은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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