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예수님 밖에 모르는 바보, 수원FC 치솜의 ‘노잼’ 인터뷰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원FC 치솜은 안됩니다.”

‘조축개축’에서 했던 김현회 대표의 이 말을 들었던 것일까. 올 시즌 수원FC에서 뛰고 있는 치솜은 맹활약하고 있다. 벌써 15경기에서 8골 1도움을 기록했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K리그2 득점 순위 3위다. 갑자기 나이지리아에서 홀연히 나타난 치솜은 그 치열한 K리그2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FC가 현재 3위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치솜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치솜을 만났다. 사실 그에게 일종의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는 특유의 흥과 유쾌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만난 치솜은 세상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한 인물이었다. 재미를 찾으려다가 신앙심과 축구 얘기만 잔뜩 하고 왔다. 만일 ‘드립’을 기대하고 이 인터뷰를 보기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시라.

만나서 반가워. 잘 지내고 있지?
그럼. 모든 것이 좋아. 수원FC도 잘 되고 있고 나도 즐겁게 훈련하고 있어.

나이지리아 사람을 K리그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아시아와 한국에 대해 잘 몰랐어. 주변에 아시아를 경험한 사람이 굉장히 적었고 특히 한국을 경험해 본 사람은 없었지. 지금도 한국에는 나이지리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 그러던 와중에 내 에이전트에게 “한국 K리그2의 수원FC에서 뛸 생각 없느냐”는 제안이 왔지. 순간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했어. 내가 나이지리아와 유럽에서는 경험을 해봤지만 아시아 경험은 없거든. 이것도 예수님의 인도하신 거겠지.

나이지리아에서는 펄펄 날았던데?
예수님이 나를 도왔지. 나이지리아 프리미어리그 에누구 레인저스에서 36경기 16골 11도움을 기록했어. 마침 그 때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나는 리그 MVP를 수상했지. 이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잠비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차출됐지. 평소 TV에서 틀어주는 해외축구 경기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직접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었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 활약을 바탕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했구나. 바로 유럽에 갔지?
아니, 사실 남들이 모르는 이력이 하나 더 있어. 유럽에 가기 전 튀니지에서 뛰었어. 2개월 정도 있었는데 연봉 등에 대해서 합의가 되지 않는 바람에 팀을 나오게 됐지. 그 이후 스웨덴에 갔어. 스웨덴의 BK헥켄에서 한 시즌 임대 생활을 했고 이후 스웨덴 2부리그 팔켄버그에서 한 시즌 뛰었지. 그 때 26경기 14골을 넣었고 소속팀은 1부리그로 승격하는데 성공했어.

스웨덴은 정말 힘들었어. 특히 날씨가 매우 추웠어. 새로운 환경의 축구도 적응해야 하는데 날씨부터 적응해야 했지.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도 나를 위해 좋은 팀 동료를 준비해주신 것 같아. 정말 좋은 동료들이 있었어.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어. 덕분에 적응을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 지금도 스웨덴 친구들과는 자주 연락하고 있어. 그들이 한국에서 뛰면 참 좋을텐데.

스웨덴에서 만난 팀 동료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해. 아무래도 아시아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가봐. 주로 K리그가 어떤 스타일의 리그고 수원FC의 분위기나 장단점을 많이 물어봐. 물론 마지막에는 연봉도 물어봐. 아무래도 유럽과 한국은 많은 것들이 다르니까 궁금한 것이 많은가봐. 많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굉장히 많을 거야. 나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대답해주고 있어.

스웨덴은 역시 이케아지.
맞아. 나도 본점에 자주 놀러갔어. 내가 쇼핑을 굉장히 좋아하거든. 이케아에서 쇼핑한 가구들로 인테리어 많이 했어. 스웨덴은 추워서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았거든. 주로 집 안에서 게임을 많이 했어. 플레이 스테이션4로 축구 게임 주로 했지. 지금은 게임을 못해. 내 게임기를 나이지리아에 있는 집에 두고 왔거든. 빨리 돈을 벌어서 새로 하나 살 생각이야.

그런데 어떻게 수원FC에 오게 된 거야?
여러 조건이 잘 맞았기 때문에 수원FC에 오게 됐지만 무엇보다 내 호기심이 한국으로 발길을 이끌었어. 살면서 한국에 대해 별 생각도 없었고 어떤 느낌을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에이전트의 제안에 많은 생각을 해봤어. 새로운 세상에서는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한국으로 향했어. 비행기만 19시간을 탔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비행기를 탔지. 그나마 터키에서 환승 한 번만 했어. 지금 통역하고 있는 내 매니저가 비행기를 기가 막히게 잘 예약해줘서 편하게 올 수 있었지. 예수님이 좋은 인연을 만들어줬어.

K리그2 팀이라는 점이 입단을 망설이게 하지 않았어?
축구를 하는데 있어서 1부리그와 2부리그는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해. 물론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에서는 내가 2부리그에 뛰고 있다는 것도 감안할 거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주 경기를 뛰는 것과 경기에서 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라고 생각해. 예전에 나이지리아 현지 언론에서 나의 대표팀 재승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쉽게 현실로 이어지지는 못했어. 수원FC에서 더 노력해 다시 나이지리아 대표팀에 돌아가고 싶어. 물론 이 또한 예수님이 도와줘야겠지.

한국 생활은 어때?
에이전트가 여기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어. 주로 조심해야 하는 문화들을 알려줬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거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 특히 에이전트가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과정이 제일 어려울 거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 에이전트 말이 딱 맞더라고. 한국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축구였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내가 수원FC에 합류하고 나서 순천과 일본에서 열린 전지훈련에 합류했거든. 일단 훈련 방식이 많이 다르더라. 적응하는데 힘들었어. 그리고 K리그2에 익숙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어. 부천FC1995와의 첫 경기에서 우리가 졌거든. 그 때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감정적으로도 힘들었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 이제는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걱정 말고는 큰 문제 없어.

한 가지 적응하지 못한 것은 한국어야. 영어만 쓰던 내게 한국말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 그래도 팀 동료인 이원규가 여러가지 한국 말을 가르쳐 줬어. 하지만 “괜찮아” 정도 빼고는 거의 다 까먹었어. 말하는 것도 어렵지만 한국어는 쓰는 것도 어려워. 내 이름 쓰는 법을 배우긴 배웠지만 어떻게 쓰는지 기억나지 않아. 한국어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언어인 것 같아.

음식도 대부분 적응했어. 내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한국 식당에서 소고기와 된장찌개, 밑반찬은 뚝딱 해치우는 편이야. 그래도 나이지리아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어. 아참, 전지훈련을 통해 일본 구마모토에 처음 갔는데 일본 음식 진짜 환상적이더라. 일본에서 파스타, 치킨 진짜 맛있게 먹었어.

초밥, 라멘이 아니라 파스타, 치킨?
응. 그 집 잘하더라.

나이지리아 음식이 그리울 때는 어떻게 해?
서울 이태원에 가. 이태원에 나이지리아 음식점이 있거든. 그곳의 셰프가 나이지리아 사람이야. 나이지리아 음식을 해주는데 나는 주로 졸로프 라이스를 먹어. 졸로프 라이스는 나이지리아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에서 상당히 대중적인 음식이야. 주로 토마토 소스에 밥을 넣고 양파와 소금 등을 넣어 만들지. 여기에 소고기와 채소, 향신료 같은 것을 넣어서 완성해.

나는 주로 훈련이 없는 날에 그곳을 가. 굳이 따지자면 2주에 한 번 정도? 그곳에서 나이지리아 사람도 만났어. 밥을 먹고 있는데 같이 먹고 있던 손님이 나이지리아 사람인거야. 예수님이 이렇게 또 인연을 맺어 주셨지. 그 분과는 이제 친구가 됐어. 내가 수원에서 경기할 때 자주 찾아와서 응원 해주시고 있어. 조만간 나이지리아에 살고 있는 친형이 한국에 올 예정이야. 현재 형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야. 공부를 굉장히 잘해서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오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야.

형이 오면 여행도 좀 다녀야 하지 않겠어?
글쎄… 나는 한국에 와서 주로 원정 경기 때 다른 도시들을 많이 구경하는 편이야. K리그2 팀이 있는 도시는 거의 대부분 돌아봤어. 그 중 제일 좋은 곳은 아산이더라.

아산? 온천이라도 갔던 거야?
아니. 아산에 있는 이순신종합운동장이 정말 좋은 것 같았어. 경기장 주변에 산도 있고 나무가 정말 많아서 아름답더라. 아직까지 K리그2 경기장 중에서 아산과 같은 자연 환경을 갖춘 경기장은 보지 못했어.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시는 아산이야. 예수님이 선물해주신 자연을 가장 잘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아산이라고 생각해.

그러고보니 너는 예수님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구나.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야. 내가 이렇게 축구선수로 잘 뛸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덕분이라고 생각해. 나이지리아에서도 열심히 교회를 다녔고 여기서도 교회를 다니고 있어. 인천에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설교하는 교회가 있어. 그곳에 주로 가. 우리 팀의 데니스 피지컬 코치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거든. 둘이 인천에 가서 참 좋은 시간을 갖고 있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이지리아와 한국 교회는 조금 다르지만 똑같은 곳이라고 생각해. 예수님은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에 장소나 문화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 나는 개인적으로 시편 23편을 참 좋아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 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하…할렐루야.
예수님 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김대의 감독도 굉장히 존경해. 아버지 같은 분이야. 전지훈련장에서 김대의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내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줬어. 일부 사람들은 내가 김대의 감독을 좋아하는 마음에 의구심을 표하지만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하는 이야기야. 나 뿐만 아니라 수원FC의 많은 선수들이 감독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생각해.

김대의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컨트롤 하는 사람이야. 나는 경기할 때 계속해서 김대의 감독을 쳐다봐. 솔직히 김대의 감독을 더욱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뛰는 부분도 있어. 나는 김대의 감독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생각해. 나를 이렇게 활용해 주니까. 그래서 무엇보다 나는 내가 열심히 뛰어서 골을 많이 넣고 팀을 K리그1으로 승격하는 것이 김대의 감독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라고 생각해.

네 친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섭섭해 하시지 않을까?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 사실 김대의 감독 뿐 아니라 내가 만났던 모든 지도자들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그것이 내가 해외 생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해. 내 성격이 원래 그렇거든. 나이지리아에 있을 때도 스웨덴에 있을 때도 그 팀의 감독을 존중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 내게는 여러 명의 아버지가 있지만 김대의 감독은 나의 유일한 아시아인 아버지야.

축구를 잘하면 ‘아시아인 아버지’ 김대의 감독이 참 좋아할 거야.
물론. 그래서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 이유야. 올 시즌 나는 나의 개인적인 목표보다 우리 수원FC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팀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골이나 도움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수원FC의 목표는 역시 승격이겠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는 것보다 수원FC가 K리그1에 승격하도록 노력하고 싶어.

그래, 응원할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줘.
감사합니다. 예수님 사랑해요.

치솜은 때때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는 예수님과 축구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신에게서 힘을 얻고 그 힘을 수원FC에 쏟아붓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치솜은 펄펄 날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치솜이 한국에 온 것은 이제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6개월이 지났을 때 치솜은 수원FC와 함께 K리그1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시즌이 계속될 수록 그의 활약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I8Cj8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