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부터 이어온 지구 반대편 사랑 극복한 ‘예비 아빠’ FC안양 최호정

[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인턴기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연인 간의 사랑에 있어서 만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여자친구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으면서도 꾸준히 사랑을 이어와 결국 결혼에 성공한 한 축구선수가 있다. 바로 FC안양 수비수 최호정이다.

최호정은 곧 아빠가 된다. 자식이 생긴다는 책임감 때문일까. 최호정은 누구보다 성실한 모습으로 올 시즌 FC안양이 치른 모든 리그 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활약하며 안양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과거 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선발 라인업에 기성용을 넣고 라인업을 구성하기 시작했듯 김형열 감독 역시 최호정을 선발에 빼놓지 않는다. 아빠가 될 준비에 한창인 최호정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반갑다. 휴식기 동안 전지훈련은 잘 다녀왔나?
원래 감독님께서 전지훈련을 가볍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전지훈련지에 갔는데 웬걸… 하루에 두 번씩 훈련을 했다. 운동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공기 좋은 평창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전체적으로 팀의 분위기를 올리는 방향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평창이라면… 한우는 좀 먹고 왔나?
먹긴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그저 그렇더라.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다.

전지훈련 기간 방은 누구와 같이 썼나?
알렉스, 팔라시오스와 같은 방을 썼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외국인이라 그런지 바닥에서 잠을 못 자더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둘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내가 바닥에서 잤다.

외국인 선수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대단한 것 같다.
지난번 팔라시오스가 당신과 한 인터뷰를 봤더니 원정경기에 가면 내가 숙소에서 자기의 큰 침대를 뺏는다고 말했더라. 어이가 없었다. 내가 배려를 해줘도 항상 그런 식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사실 알렉스가 나보다 한 살 형이다. 그래서 형을 공경하는 마음에 침대를 내줬다.

외국인 선수에게 형 대접을 해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알렉스는 태생적으로 ‘형 스웩’이 있다. 눈치가 상당히 빠르다. 팀에서 뭔가를 할 때도 어린 선수들이 있으면 알렉스가 ‘네가 나가라’고 시키고 뒤로 빠진다. 그래서 형 대접을 해줘야 한다.

두 선수 덕에 전지훈련 동안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땅바닥에서 잔 것뿐만이 아니다. 전지훈련 동안 내가 먹을 것을 많이 샀다. 어느 날은 훈련을 끝내고 내 돈으로 BBQ 순살 크래커를 시켰다. 그런데 팔라시오스가 주문 전에는 자긴 조금만 먹을 거라고 그러더니 치킨을 거의 다 먹더라. 덕분에 난 별로 먹지도 못했다.

팔라시오스가 당신을 친근하게 여기는 것 같다.
사실 내 아내가 칠레 교포다. 지난번에는 아내의 아르헨티나 교포 친구들과 서울에 위치한 난지 캠핑장에 피크닉을 다녀왔다. 그런데 팔라시오스가 생각나더라. 그래서 팔라시오스에게 ‘여자친구랑 택시타고 오라’고 전화했다. 원래 팔라시오스가 집 밖에를 잘 나가지 않는 편이데 그날 오랜만에 언어가 통하는 친구들과 만나고 서울 나들이도 하고 하니 상당히 좋아하더라.

형이니까 택시비는 내줬나?
아니 나보다 잘 버는데 왜… 사실 그날 고기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팔라시오스가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끈질기게 독촉해 얼마 전에 받아냈다. 그날 ‘아사도’라는 아르헨티나 바베큐를 먹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비싸더라. 또 외국인들은 더치페이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나눠낼 수밖에 없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핑계 잘 들었다.
난지 캠핑장이 생각보다 비싸더라. 그리고 ‘아사도’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아 갑자기 얼마 전에 팔라시오스에게 베푼 훈훈한 미담 하나가 생각났다. 사실 남미 소금이 한국 소금과 다르게 맛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미 친구들은 소금을 사랑한다. 밥에도 뿌려먹고 샐러드에도 뿌려먹는다. 하지만 사정상 한국에서 남미 소금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 집에 남미 소금이 있는 걸 팔라시오스가 알고 내게 남미 소금을 달라더라. 한국 소금이 너무 맛없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아르헨티나 소금을 두 번이나 갖다 줬다.

역시 팔라시오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 같다. 이 정도면 팔라시오스가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아내가 교포 중에서도 칠레 교포라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아내 부모님이 칠레에서 사업을 하신다. 아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이후 세 살 때 칠레로 넘어갔다. 이후 아내가 대학 입시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봤다. 아내가 친한 친구의 친구였는데 처음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 친구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줘서 만나게 됐다. 그때가 고3이었다. 그런데 만나면서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고3때 그렇게 처음 만나고 아내가 칠레로 잠시 떠나게 됐다. 그래서 잠시 헤어졌다가 아내가 대학교를 한국으로 오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시간이 지나 아내가 대학을 졸업할 시점에는 내가 군대에 가게 됐다. 아내가 칠레로 떠나는 시기에 맞춰서 일부러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는 것이 놀랍다.
내가 상무에 있는 동안 아내는 칠레에서 사업을 했다. 군 시절 동안에는 1년에 두 번 밖에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지구 반대편에서 연애를 했지만 잘 극복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도 이 정도 장거리 연애 커플이 결혼에 성공한다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특히 아내와 내가 떨어져 있을 때 나는 군대에 있었고 아내는 칠레에서 일을 하느라 바빴기에 각자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시간을 보냈다.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나와 결혼해준 아내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럼 결혼식도 한국과 칠레에서 두 번 올린 것인가?
결혼식은 한국에서만 했다. 칠레까지 가기가 매우 힘들다. 아직도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산티아고에 거주하고 계시는데 자주는 못 가고 보통 시즌이 끝나면 간다. 여태까지 두 번 정도 간 것 같다. 칠레에 가는 데만 이틀이 걸린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경유해서 가는데 13시간 비행기를 두 번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은 여러모로 참 사랑꾼인 것 같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를 배운 이유도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였나?
물론 그런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아내가 한국어에 능숙하지만 우리가 19살에 처음 만났을 때는 아내가 한국어에 상당히 서툴렀다. 그래서 스페인어를 배운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내가 축구를 하지만 항상 축구 이후, 축구 이외의 삶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선수 이후의 삶을 위해서 스페인어를 배웠던 것도 있다.

칠레의 처가를 둔 축구선수는 한국에서 당신이 유일할 것 같다.
한국에서 땅을 파면 칠레가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럴 정도로 지구 정반대다. 그렇기에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항상 감사드린다. 두 분이 1년에 두 번씩은 한국에 들어오신다. 특히 오실 때마다 한식 보양식을 가져다주시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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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뭔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한국에 오실 때 보양식과 더불어 칠레산 와인을 많이 가져다주신다. 칠레산 와인이 유명하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7~8만원 하는 와인이 칠레에서는 만원이다. 그래서 두 분이 칠레산 와인을 선물용으로 많이 갖다 주시는데 알렉스가 그걸 알아차렸다.

형 스웩의 냄새가 벌써 풍긴다.
그 알렉스가 아니다. 현재 서울이랜드에서 뛰고 있는 알렉스다. 근데 이 알렉스도 나보다 형이다. 작년에 안양에서 함께 뛸 때 알렉스 형이 자기가 와인을 너무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우리 집에 와인이 많다는 걸 알고 내게 와인을 한 병만 달라고 애원했다. 나를 볼 때마다 “Vino”(와인을 뜻하는 스페인어)라고 외치더라. 하지만 결국 바빠서 주지 못했다. 그런데 알렉스 형이 그 후로 안양을 떠나서 보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경기장에서 만났는데 또 보자마자 내게 와인 어딨냐고 물어보더라. 자긴 와인 좋아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만 보면 와인을 찾는다.

알렉스 형들이 참 골치 아픈 존재인 것 같다.
브라질 사람이라고 하지만 서울이랜드 알렉스 형은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다. 이 형도 우리 팀 알렉스와 마찬가지로 형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 아까 외국인들은 더치페이 문화가 있다고 했지만 알렉스 형은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생활에도 적응돼서 와인을 그냥 달라고 한다. 항상 만나면 “호정아. 형이야”라고 얘기한다. 지쳐서 그냥 다음에 만나면 와인 한 병 주고 끝낼 생각이다.

팔라시오스에게 소금도 줘야 하고 알렉스에게 와인도 주고…집에 남아나는 식재료가 없을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을 챙기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사실 지금 아내가 임신 중이다. 올 10월 출산 예정이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요새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늘었다. 아내가 한식도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고 타코도 좋아한다. 또 과일, 초콜릿, 사탕도 엄청 좋아한다. 많이 먹더라… 매일 맛있는 걸 사달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길에 항상 음식점에 들린다. 퇴근할 때 아내가 전화를 하라고 한다. 전화를 하면 어디서 뭐를 사다 달라고 이야기 한다. 어제는 쉑쉑버거를 먹고 싶다고 해서 퇴근길에 사줬다.

2세라니… 축하한다. 이제 아빠가 되니 마음가짐도 남다를 것 같다.
설레기도 하고 더 열심히 축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캐나다에 거주 중인데 동생도 9월에 딸을 출산한다. 우리는 10월에 아들을 출산한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내가 축구선수로 지금까지 활약하는 데는 부모님의 희생이 컸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한다고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는데 부모님은 항상 일만 하시고 내게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고 좋은 한약을 지어 보내주셨다. 간혹 집에서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동생이 “엄마 오늘 형 와?”라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통산 200경기를 뛰었다. 그런데 200경기를 뛰는 동안 부모님이 매번 내 경기를 직접 보러 오셨다. 내가 대구FC와 상주상무에서 뛸 때도 말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경기도 파주에 있다. 그럼에도 부모님께서는 내가 대구에서 뛸 때는 매번 KTX를 타고, 상주에서 뛸 때는 자동차를 끌고 경기를 보러 오셨다. 2016년에 성남으로 이적하니 부모님이 집하고 가까워졌다고 좋아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내가 프로축구선수로 뛰며 경기에 나서는 모습에 부모님이 정말 즐거워하신다. 또 내가 경기에 나서는 것이 우리 집안의 화두가 되기에 매 순간 동기부여가 된다. 부모님이 현재 파주에서 음식점을 하고 계신다. 음식점 이름은 ‘돼지가 고추장에 빠진 집’이다. 음식점에 가면 내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대표 음식은 고추장 두루치기다. 정말 맛있다. 여튼 부모님이 항상 일만 하시는데 앞으로도 내가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해서 부모님이 매주 경기를 보러 오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뛰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주말마다 즐거워하시고 이야기 꽃을 피우셨으면 좋겠다.

감동적인 이야기다. 특히 200경기를 매번 찾아오셨다는 것은 놀랍다.
매번 부모님이 찾아오셨는데 그래도 다행히 신인 때부터 조금씩 기회를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포지션 변동이 참 많았다. 원래 내가 학창 시절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관동대 시절에도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모아시르 감독님이 내게 측면 수비수 자리를 권하시더라. 마침 그때 주전 측면 수비수였던 선수가 징계로 두 경기를 못 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감독님께 측면 수비수를 해본 적이 없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이런 대답을 해주셨다.

“나는 너를 믿는다. 나는 너가 분명히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이 기회는 내가 너한테 준 것이 아니라 너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너 자신을 믿는다면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후 내가 오른쪽 윙백에 투입되어 팀이 3연승을 달렸다. 그 이후 계속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상무에 입대하니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당시 상주의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이)용이 형과 (박)진포 형이 있었다. 그때 박항서 감독님이 내게 스리백의 중앙을 가리키며 딱 한마디 하시더라. “야. 너 여기 해봐라”. 나는 가릴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센터백에 투입되었는데 또 우리 팀이 연승 행진을 달렸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보니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풀백이 다 가능한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때 김병수 감독님을 만났다. 김병수 감독님을 만나서도 참 많이 배웠다. 김병수 감독님으로부터 그간 배워보지 못했던 새로운 축구를 접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정말 감독님이 말하는 대로 경기가 풀렸다. 너무나 신기했다. 김병수 감독님을 만나서는 세밀한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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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대표하는 여러 감독들을 거친 것 같다. 그런데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한테 발 마사지를 받던데 당신도 받아봤나?
어휴… 상상도 할 수 없다. 감독님은 참 터프하신 분이셨다. 발 마사지를 받겠다는 생각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감독님이 참 내 이름을 헷갈려 하셨다. K리그에 나 말고 정호정이라는 선수가 있지 않은가. 항상 내게 “어이 정호정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래서 내가 “최호정인데요?”라고 하면 감독님은 매번 “알아 임마”라고 대답하셨다. 나뿐만이 아니다. 진포 형한테도 항상 “야 진표야”라고 하셨다.

전역하고 나서도 한 번씩 감독님께 연락을 드리곤 했었다. 물론 그러면 항상 감독님은 “어이 정호정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감독님이 베트남에 가시고 나서는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감독님이 베트남에서 대단한 업적을 쌓고 계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좋은 감독들과 함께 한 것 같다.
좋은 선배들과도 많이 함께 했다. 특히 지금은 광주FC 수석코치로 활약하고 계신 (유)경렬이 형한테 참 고맙다. 내가 현재까지 K리그에서 8골을 기록 중인데 2012년에 4골을 넣었다. 그런데 이게 다 경렬이 형 덕분이다. 세트피스 상황 때 경렬이 형이 골문 앞쪽에서 수비수와 경합을 하면 그것을 뒤에 있던 내가 골로 연결했다. 그래서 골을 넣을 때마다 경렬이 형한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 형이 항상 “짜식아. 밥 한 끼 사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경렬이 형이 혼자 사셨다. 경렬이 형 집이 2층이었는데 내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한솥도시락을 사다 드렸던 기억이 난다. 경렬이 형 집 창문이 열려있으면 1층에서 내가 “형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도시락을 창문 안으로 던졌다. 그러면 형이 욕을 하셨다. 그 형님은 좋아한다는 표현을 욕으로 한다. 욕을 하면 좋아하시는 거다. 그때 참 경렬이 형에게 많이 배웠다.

얼마 전에도 형님을 뵀다. 내가 고참 선수가 되었으니 ‘고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는 생각에 형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역시 욕을 하시더라. 욕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고참 선수가 보여야 할 모습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씀해주셨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항상 후배들을 생각해주시는 형이다. 형의 조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유경렬이 그렇게 후배들을 많이 생각하는 선수인지, 또 어시스트에 이렇게 능한 선수인지 몰랐다.
사실 내게 어시스트를 준 선수는 경렬이 형뿐이 아니다. 요즘 잘 나가는 대구FC (조)현우 역시 내게 어시스트를 해준 적이 있다.

정말인가? 믿을 수 없다.
현우의 기록을 찾아보면 도움이 한 개 있을 것이다. 당시 상주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원 소속팀인 대구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이후 서울이랜드와 있었던 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팀이 2-3으로 뒤지던 95분 기회가 왔다. 현재 부천에 있는 (문)기한이가 코너킥을 올렸다. 다급한 상황이라 현우도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했는데 마침 현우에게 공이 왔다. 그런데 현우가 정말 센스있게 뒷발로 공을 내게 패스했고 내가 공을 골문으로 강하게 차서 넣어버렸다.

이후 골 뒷풀이를 하는데 갑자기 누가 나를 발로 세게 차더라. 넘어질 뻔했다. 알고보니 현재 안산에서 뛰고 있는 (이)준희 형이었다. 그 형이 버저비터 골에 너무 흥분해서 내게 날아차기를 했다. 경기가 끝나고 “형 왜 찬거야?”라고 물어보니 “넘어뜨렸어야 하는데 빗맞았다고 얘기하더라”. 여튼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 행복했던 기억뿐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놀라운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모습도 행복한 것 같다. 올 시즌 당신은 리그 전경기에 풀타임 출전 중이다.
김형열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고 계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뛴다고 우쭐대고 싶지는 않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발전하길 원한다. 내가 작년에 제일 좋아했던 책이 ‘미움받을 용기’다. 현재 안산에서 뛰고 있는 (김)대열이 형이 그 책을 추천해줬다. 그런데 ‘미움받을 용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자립’이다.

감독님의 스타일에 따라 경기를 뛰고 못 뛰고 여부가 결정되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 또한 그랬었다. 이 문제에 관해 한때 고민을 했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공도 잘차고, 뛰기도 열심히 뛰어야 하고,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잘하면 어떤 감독님을 만나든 뛸 수 있다는 결론에 닿았다. 경기장 어느 곳에서든 뛸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이 감독님 아래에선 뛸 수 있고 다른 감독님 아래에서 뛸 수 없다고 얘기한다면 발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깨달음을 책에서 얻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서울이랜드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자립을 강조하는 것은 축구 이후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원정경기 이동 시 버스에서 항상 하는 편이다. 선수단 중에 책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며칠 전에는 후배 한 명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나중에 보니 후배들이 그 책을 돌려보고 있더라. 뿌듯했다. 또 얼마 전에는 한 후배에게 직접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우리 팀에는 고참 선수들, 어린 선수들 할 것 없이 책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꽤 많다. 믿기 어렵겠지만 원정경기 이동 시에 버스 안에서 책을 보는 선수가 나 한 명이 아니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버스로 이동하면서 독서를 즐긴다. 나 같은 경우는 버스에서 자는 선수들도 있기에 주로 e북을 보는 편이다.

시그니처 포즈에 이어 독서라는 새로운 문화를 안양에 전파시킨 것인가?
문화라기 보다는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선수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 보다 내 행동을 보고 후배들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을 수 있도록 행동하려고 한다. 선배랑 형은 다르다. 형은 그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형이다. 선배는 한 분야에서 경험이 있어서 후배에게 조언을 할 수 있고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선배다. 형은 그저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고 선배는 조금 더 후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경렬이 형처럼 말이다.

아 그리고 시그니처 포즈는 앞으로도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다. 혼자 즐겨하던 포즈였는데 이것이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관심을 가져주신 팬 여러분 덕분이다. 시그니처 포즈가 알려진 데 대해선 팬분들, 선수들, 코칭스태프 선생님들, 구단 프런트 등 FC안양과 관련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제 시그니처 포즈는 내 개인적인 포즈가 아니다. 안양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포즈보다는 우리 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시그니처 포즈를 계속 할 생각이다.

200경기를 달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35살까지는 축구를 하고 이후에는 제 2의 삶을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은퇴를 하고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면 스페인어를 하고 영어까지 완벽히 구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양팬 여러분들께 항상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 우리가 조금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력은 분명 나쁘지 않다. 분명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나쁜 모습이 아니고 경기를 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들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기에 현재 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홈구장에 가변석이 생기면서부터 팬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더욱 느끼고 있다. K리그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우리 팬분들이 골대 뒤에서 선수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신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팬 여러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현재 우리는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팀 구성원 모두가 매일매일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분명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을 팬 여러분들께 약속드린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팬 여러분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 시즌 FC안양에서 최호정의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크다. 그는 스리백의 일원으로 안양 수비진을 이끌며 외국인 선수들과의 소통에 앞장선다. 더불어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독서의 흥미를 알려주기도 했고 안양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시그니쳐 포즈를 시작하기도 했다.  김형열 감독과 코칭스태프 역시 누구보다 성실한 최호정을 신임한다. 과연 주말마다 경기장을 찾는 부모님을 위해 뛰는 최호정은 앞으로도 자신의 바람대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곧 아빠가 될 최호정의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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