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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 만큼 숫자 ‘2’와 연관이 많은 이가 없다. 홍진호는 현역 시절 숱한 준우승을 하며 숫자 ‘2’의 아이콘이 됐다. 누구보다도 준우승과 관련이 깊은 홍진호는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청소년 대표팀의 준우승 장면을 지켜봤을까.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 홍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받지 않아 “시간 되면 전화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더니 하필이면 배터리가 2%에 남았을 때 연락이 왔다. 역시 ‘2’는 홍진호와 뗄 수 없는 숫자인 건 분명해 보였다.

홍진호는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집에서 혼자 지켜봤다. 곧바로 오전 6시에 지방으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지만 밤을 새 우크라이나전을 홀로 응원했다. 그는 “전반 5분 만에 이강인이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었을 때는 정말 우승이라는 사고를 치는 줄 알았다”면서 “나도 마음을 졸이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우승 전문가이니 준우승한 정정용호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고 묻자 그는 제법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홍진호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2회, KPGA 투어 리그에서 2회, MSL에서 1회 준우승을 했을 뿐 양대 개인 리그 우승은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다.

그는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이 기억난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전을 보면서 그 경기가 기억났다. 그때하고 비슷했다”고 말했다. 홍진호는 “그때 내가 (임)요환이 형에게 결승에서 2-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고 나서 그날 밤에는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다음 날 기사를 보니 ‘우승 만큼 값진 준우승이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전까지 요환이 형은 늘 결승에 가는 선수였는데 나는 결승에 가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홍진호도 이만큼 잘하는 선수였구나’라고 처음 말해주셨다. 그걸 계기로 더 책임감을 느꼈고 강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홍진호는 “사람들이 그 결승전 이후 나에게 더 기대하고 내 행보를 눈 여겨 보겠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생겼다”면서 “마음 아픈 준우승이었지만 그 준우승이 내가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승까지 간 우리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준우승을 했다고 아쉬워하거나 부담을 느끼지 말았으면 한다. 자화자찬이지만 ‘나는 탑클래스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결승에 간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번 청소년 월드컵은 우리가 또 언제든 다시 결승에 갈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희망을 본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진호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사실 나는 준우승을 하고 기분이 더럽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면서 “우승을 한 번 찍어봐야 계속 우승을 할 수 있다. 나도 준우승만 하다보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축구 대표팀이 다음에 결승에 간다면 그때는 또 나처럼 준우승하지 말고 우승을 거둬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 “우리 대표팀은 첫 결승이었다”며 “나처럼 ‘고인 물’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니 결승에 갈 기회가 더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홍진호는 마지막으로 “준우승 한 번 했다고 내가 별로 해줄 말은 없다”면서 “준우승도 서너 번은 더 하면 내가 해줄 이야기가 많지만 준우승 한 번쯤은 괜찮다. 지금은 우리 정정용호에 대해 결승에 가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보다는 결승에 간 것만으로도 축하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진호와의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시계는 막 6시 ‘22분’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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