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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인천=전영민 인턴기자] 지난 시즌 인천유나이티드의 최고 히트작은 공격수 문선민이었다. 2017시즌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K리그 생활을 시작한 문선민은 지난해 인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깜짝 선발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문선민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선민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와 최종전 독일전에 선발 출전하며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영광을 누렸다.

월드컵에 나선 문선민의 간절함은 플레이에서 엿보였다. 경기장에 나선 문선민은 믿을 수 없는 활동량과 성실함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을 드높였다. 이후 인천으로 돌아온 문선민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문선민은 부담감을 이겨냈다. 문선민은 지난 시즌 리그 37경기에 출전해 14골 6도움을 올리는 활약으로 인천의 극적인 잔류에 기여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문선민에게는 조금 다른 꿈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팀에서 활약하는 것이었다.

문선민은 시즌 종료 후 공개적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대표팀 탈락 이유를 듣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적 의사를 드러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의 해결 능력 부족과 멀티 포지션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문선민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후 문선민은 K리그 최강팀 전북으로 이적을 확정지었고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인천 팬들이 문선민에게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문선민과 인천의 이별 후 첫 만남은 지난 4월 이뤄졌다. 당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인천의 맞대결에서 문선민은 전반 16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하며 전북의 2-0 완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문선민은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문선민은 선제골 득점 직후 두 손을 올린 채 골 뒷풀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인천 팬들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잊을 수 없는 첫 만남 이후 15일 드디어 문선민의 친정 방문이 이뤄졌다.

전북 호세 모라이스 감독은 인천전을 맞아 문선민을 좌측 윙어로 선발 출전시켰다. 경기장에 나선 문선민은 활발했다. 문선민은 이날 풀타임을 활약하며 전북의 1-0 승리에 기여했다. 인천에 돌아온 전북 문선민은 인천 시절과 마찬가지로 재빨랐고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문선민에 대한 인천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인천 팬들은 문선민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많은 팬들은 문선민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묘하기도 했고 보면서도 낯선 장면이었다. 불과 6개월전 이곳에서 누구보다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던 문선민은 녹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문선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문선민은 자신이 과거 인천 시절 그랬던 것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북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더 큰 팀에서의 성장을 위해 이적했다'는 자신의 이적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문선민은 그가 과거했던 표현처럼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이후 90분간의 누구보다 특별했던 경기를 마친 문선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천 서포터즈석을 찾았다. 하지만 문선민의 인사를 받은 많은 팬들은 아직 그에 대한 분노가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다수 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 팬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야유를 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수'와 '야유'가 공존했던 인천의 친정 방문. 이날 문선민은 자신이 인천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인천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물론 문선민은 모든 팬들에게 박수받지 못했다. 앞으로도 문선민에 대한 인천 팬들의 감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문선민과 그에게 쏟아졌던 야유.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아직도 어색한 장면이 이날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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