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성남=전영민 인턴기자] 지난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K리그1 팀들은 매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선수층이 두터운 상위권 팀들은 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재정적인 한계가 있는 중하위권 팀들은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승강제 도입 이후 K리그1이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각 팀들은 매년 숨막히는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K리그1 팀들의 상향 평준화는 기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6시즌엔 상반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던 성남FC가 추락을 거듭한 끝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 2017시즌엔 2015년 K리그1 승격 이후 단단한 조직력을 과시하던 광주가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지난해에는 '기업구단' 전남이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K리그1 명문 FC서울 역시 지난해 리그 11위를 기록하며 강등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매년 굳건히 1부리그를 지키는 한 팀이 있다. 바로 '생존왕' 인천유나이티드다.

지난 2004년 창단한 인천은 인천광역시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하지만 시민구단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그간 꿋꿋이 K리그1을 지켜왔다. 현재 K리그1에 있는 시도민구단(성남, 대구, 강원, 경남)들이 모두 2부리그를 거친 경험이 있지만 인천만큼은 예외였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매년이 위기였다. 그러나 인천은 매 시즌마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기어코 잔류에 성공했다.

올 시즌은 뭔가 다를 것처럼 보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천은 하마드, 콩푸엉, 허용준, 양준아, 이재성, 문창진 등 수준급 자원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매년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지키기 바빴던 그간과는 분명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천은 시즌 개막 후 치른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선전하는 듯 싶었으나 이후 5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결국 인천은 지난 4월 15일 안데르센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후 인천은 지난달 14일 유상철 감독을 선임하며 안데르센 경질의 공백을 메웠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에도 인천의 무승 행진은 이어졌다. 인천은 유상철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대구전(1-2패)과 이어진 상주전(1-2패)에서 2연패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길어지는 무승 행진에 많은 축구 팬들은 앞다퉈 인천의 강등을 예상했다. 그러나 인천은 지난 14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시즌 두 번째 승리에 성공했고 1일 열린 성남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거두며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인천이 매 시즌 K리그 잔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절함'이다. 하지만 그 간절함은 선수단 스스로가 만들었던 것이 아니다. 인천의 절박함과 위기 의식은 언제나 인천을 지켰던 팬들로부터 나왔다. 인천 팬들은 선수들에게 때로는 강한 채찍을, 때로는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정빈의 강원전 극적인 결승골 현장에는 수백 명의 비상원정대가 함께했고 인천이 2,087일 만에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거둘 당시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원정석을 지켰다.

올 시즌에도 인천 팬들은 묵묵히 인천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렸던 상주상무와의 리그 13라운드 홈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인천이 이번 시즌 거둔 승리는 단 1승에 불과했다. 더불어 상주전이 열린 시간은 '불금' 금요일 저녁이었다. 하지만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5,144명의 적지 않은 수의 관중이 입장해 인천의 시즌 여섯 번째 홈경기를 빛냈다. 1일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인천 팬들의 응원은 이어졌다. 경기가 열린 성남종합운동장에는 수백 명의 인천 팬들이 원정석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인천 팬들은 90분 내내 "할 수 있어 인천" 등의 구호와 각종 응원가들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물론 언제나 응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 팬들은 선수단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경우 따끔한 질책과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팬들의 꾸중이 우발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1일 열린 성남전 이후 골키퍼 정산은 "팬분들이 때로는 꾸중도 많이 하셨으나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안 좋은 시기도 있었고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다 경험이 되어 쌓이는 것 같다"며 팬들의 응원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이렇듯 인천에는 다른 하위권 팀들에는 없는 선수단과 팬들 사이의 신뢰가 있다.

돈이 많은 팀은 좋은 감독과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에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또한 있다. 그것은 바로 팀의 정체성과 문화다. 그간 인천 팬들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인천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더불어 선수들과의 굳건한 신뢰 관계 역시 형성했다. 그 이유 때문일까. 인천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다른 하위권 팀 선수들과 다르게 언제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엿보인다. 선수들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인천 팬들을 위해 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로 되돌아온다. 과연 인천은 올해도 그간 지켜온 '생존왕'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인천 선수단과 팬들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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