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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한국 U-18 대표 선수들이 망신을 샀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은 2019 판다컵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 트로피를 박탈 당했다. 중국 시나닷컴은 “판다컵 조직위원회가 30일(현지시간)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리는 등 예의 없는 행동으로 대회 위상에 해를 끼친 대표팀의 우승컵을 박탈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기쁨이 컸던 나머지 일부가 트로피에 발을 올리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주최측은 물론 중국 팬들이 분노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공개 사과하고, 축구협회가 사과 공문까지 보냈고 경기 다음 날 다시 청두축구협회를 찾아 사과를 했지만 중국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주최 측은 트로피를 회수했고 결국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해당 행위를 한 선수들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명백한 잘못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를 쉽게 넘길 수는 없다. 아무리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라고 하더라도 우승 트로피를 이렇게 다루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 선수들의 행위를 절대 두둔할 수는 없다. 큰 잘못을 저질렀고 반성해야 한다. 우승컵 박탈이 과해보이기는 하지만 주최 측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나도 이 문제는 백 번 욕 먹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건 선수 개개인의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축구만 잘하면 된다고 여기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일을 저지른 선수들을 두둔하려는 의미가 아니다. 저 선수들은 몸만 어른에 가깝지 아직은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금껏 축구 잘하는 방법만 고민했지 인성은 성숙하지 못했다. 트로피에 발을 올리는 행위가 예의에 어긋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또한 자기들이 어렵게 따낸 트로피를 저런 취급하는 것 자체가 인성 부족이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요즘 어린 선수들을 인터뷰 해보면 놀랄 때가 많다.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큰 일 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혀 정제돼 있지도 않고 인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이들도 많다. ‘어리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욕 먹을 발언은 싹 걷어낸 채 기사로 작성한 적도 꽤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어른들이 많았기 때문에 저런 친구들도 자신의 인성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다. 축구만 잘하면 되고 경쟁에서 이기면 다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일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기본 교육이 무너져도 성과만 내면 된다면서 오냐오냐하는 문화가 생긴 건 아닌지 돌이켜보자. 해당 사건 댓글만 봐도 세상이 참 무섭다. ‘중국한테도 그래도 된다’, ‘중국이 발려서 심통이 났다’는 식으로 이들의 행동을 두둔하는 건 대중 시설에서 아이가 소리를 빽빽 지르고 다녀도 오냐오냐하는 부모와 다를 게 없다.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욧’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저 선수들의 행동보다도 그런 행동을 두둔하는 이들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 트로피에 발을 올리고 웃는 선수나 이 모습을 보고 좋다고 웃는 동료 모두 잘못됐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도 혼내지 않는 코치진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더 크게 봐 어른들 모두의 잘못이다. 그저 공만 좀 차면 세상이 마치 자기 것인냥 행동해도 다 받아주는 어른들의 문제가 더 크다. 트로피를 발로 짓밟아도 문제가 될지 모를 만큼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들을 길러낸 어른들이 더 많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껏 오로지 공 차는 기술만 배워온 어린 선수들에게만 화살을 돌리지 말자.

물론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서도 안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도 국가대표의 무게가 얼마나 큰 건지도 가르쳐야 한다. 협회는 각급 대표팀 소집마다 제반 규정과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인성 강화에 애쓰고 있지만 형식적인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느껴야 한다.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고 우리는 이 일에 대해 모두가 잘못을 통감해야 한다. 해당 선수들만 징계한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축구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품격도 가르치는 세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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