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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울산=곽힘찬 기자] 발목이 너무 아팠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고 대구FC의 상승세에 일조하고 싶었다. 대구의 주장 한희훈은 자신의 본 자리인 센터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대구FC는 29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4라운드 경기에서 울산 현대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구는 ‘주포’ 에드가와 홍정운 등 주축 선수들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최근 울산전 무패를 이어간 대구는 여전히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구의 선발 명단이 눈에 띄었다. 센터백 자원인 한희훈이 중원에 위치해 황순민과 짝을 이루고 있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한희훈을 중원에 내세워 수비적으로 나서겠다는 안드레 감독의 의도였다. 이로 인해 한희훈은 경기 내내 중원과 최후방을 오르내리며 쉼 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경기를 마친 후 믹스트존으로 나오는 한희훈은 양다리에 얼음팩을 차고 있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뛴 위치가 많이 익숙한 자리가 아니었다. 에드가, 홍정운이 없어서 우리가 많이 밀릴 것이라 생각하고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수비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사실 한희훈은 울산전이 펼쳐지기 전날 훈련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이대로 출전을 강행한다면 부상이 더 심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뛰고 싶었다. 그는 “사실 어제 경기 준비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새벽까지 얼음 찜질을 하고 주사까지 맞았다”면서 “그런데 올 시즌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간절함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나의 경기력이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구는 많이 뛰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수층이 워낙 얇아 1군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한희훈 역시 이날 경기에서 한계점이 왔다. 더욱이 센터백이 아닌 중원에서 뛰며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했기에 체력 소모가 더 컸다. 그는 “후반 중반 긴 패스가 나에게 왔을 때 슈팅을 하려고 날라차기를 했다. 근데 그때 쥐가 올라오더라. 한계가 왔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잘 뛰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선발로 출전해 그라운드 위를 90분 가까이 뛰게 되면 쥐가 올라오게 된다. 하지만 한희훈은 후반 44분 박한빈과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전날 주사를 맞은 부분이 쓰라렸고 허벅지엔 쥐가 올라와 힘이 풀리기 직전이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다음 경기는 주전 선수들이 돌아와서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뛰었다”는 한희훈이다.

대구는 현재 K리그1에서 8실점으로 가장 실점이 적다. 유일하게 한 자릿수 실점 팀이다. 올 시즌 대구는 홍정운, 박병현, 정태욱, 김우석 등의 주전 수비수들이 제 몫을 해내며 대구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이 모습을 주장이면서 선배 수비수인 한희훈이 보기에도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는 “솔직히 내가 많이 한 것은 없지만 어린 동생들이 많이 버텼다. 그래서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경기에 투입됐을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나로 인해 2~3골을 실점하게 되면 최소실점 팀이 바뀌게 된다. 그래서 항상 그것을 생각하면서 팀에 힘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희훈은 대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다. 대구의 K리그1 승격을 이끌었고 승격 다음 해 1부리그 잔류에 공헌했다. 그리고 FA컵 우승을 함께 했다. 이제는 어린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며 팀에 힘이 되고 싶어 한다. 지난 시즌 초반 대구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을 때 자신이 직접 팬들 앞에 나서서 확성기를 들었던 한희훈은 이제 후배들 뒤에 서서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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